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643938.html

보호종 더 줄고 교란식물 급증…거꾸로 가는 생태계
등록 : 2014.06.24 20:09 

18일 낙동강 창녕함안보 구간에 조류경보가 발령된 가운데 중상류 지역인 경남 합천군 이방면 합천창녕보 구간에서도 녹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합천창녕보 위 지점인 우곡교 근처 낙동강에서도 마치 녹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녹조가 발생해 있다. 녹색연합 관계자가 녹조가 발생한 낙동강 물을 용기에 담고 있다. 올해 낙동강 녹조 경보는 지난해보다 42일 빨리 발령됐다. 합천/연합뉴스

[지구와 환경] 2013년 4대강 보 ‘생태계 모니터링’ 결과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이 4대강 사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예견했던 그대로다. 4대강 사업 준공 이후 강물에서 멸종위기종인 흰수마자·꾸구리·돌상어 등 여울성 어류는 감소했고, 고인 물에 서식하는 어종은 늘었다. 수달과 삵 등 멸종위기종 포유류는 강변에서 몸을 숨기거나 쉴 공간이 사라져 떠났다. 흐름이 정체된 강바닥에는 오염에 강한 저서생물이 증가하고, 하천 변은 가시박과 같은 생태계 교란 식물들에 점령되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해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 4대강 사업 보 설치 구간의 수생태계를 계절별로 모니터링해 내놓은 보고서에 담긴 4대강의 현재 모습이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와 ‘4대강조사위원회’가 환경부 산하 4대강수계관리위원회와 국립환경과학원이 작성한 4대강 수계별 ‘보 구간 수 생태계 모니터링 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해보니 4대강 사업에 의한 하천 생태계 교란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낙동간 보 구간에서는 상수원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는 유독성 남조류의 번성이 특히 두드러진다. 보고서를 보면, 상류 상주보에서 하류 창녕함안보까지 이어지는 8개 보 19개 지점에서 계절별로 실시한 76회의 조사에서 유독성 남조류가 우점종이나 아우점종으로 나타난 경우는 2012년 21회, 2013년 27회였다. 2010년과 2011년에 각각 3회에 불과하던 것과 견주면 7배 넘게 늘어난 셈이다. 전체 조사 지점의 계절별 평균으로 따져보면, 대표적인 유독성 남조류인 마이크로시스티스는 2010년에는 어느 계절에도 우점종이 아니었다. 하지만 2011년에는 가을에, 2012년에는 여름에 우점종이 되더니 지난해는 여름에서 가을까지 내내 우점종의 자리를 지켰다.

어류를 대상으로 한 모니터링에서는 보호종의 감소 추세가 분명하게 확인됐다. 상주보 상류 10㎞에 위치한 본류와 내성천 합류 구간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물고기 흰수마자는 2010년엔 9마리가 발견됐으나, 2013년 조사에서는 1마리밖에 발견되지 않았다. 또 낙동강 본류와 연결된 지류인 감천에서는 2010년에 24마리이던 것이 지난해 조사에선 5마리만 관찰됐다. 2012년 5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물고기인 백조어는 지난해 낙동강 강정고령보 하류 1곳에서만 발견됐다. 전년도에 10곳에서 발견됐던 것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것이다.
 
4대강 사업 이후 4대강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멸종위기종 물고기 흰수마자. 박용훈 생태사진가 제공

보 설치로 유속 느려진 영향 뚜렷 
흰수마자 등 여울성 어류 감소하고 고인물 선호 외래종 번식에 유리
하천변은 가시박 등 교란종이 점령 물속에선 독성 남조류 급격히 늘어 
환경단체 “예견된 결과…복원 조처를”

보고서는 “외래종 중 배스와 블루길은 주로 정체된 수역을 선호하기 때문에 보의 건설로 유속이 느려진 보 상류 구간에서 개체수가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들이 다른 어류를 포식함으로서 토착종의 종 다양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짚었다.

강물의 흐름 정체에 따른 변화 양상은 저서생물도 뚜렷했다. 보고서는 “유수역을 선호하는 날도래목과 하루살이목의 개체수는 점차 감소하고 있으며, 정수역 또는 물의 흐름이 거의 없는 수변부에서 주로 서식하는 노린재목(꼬마물벌레류)과 오염에 내성이 강한 파리목의 깔따구류는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미보·칠곡보·강정고령보·달성보 일대는 생태계 교란종의 분포 지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2010~11년 조사 때는 돼지풀과 가시박 등 2종만 발견됐지만, 2012~13년 조사에선 미국쑥부쟁이와 단풍잎돼지풀을 포함한 4종으로 늘었다. 출현 지점도 2010년 6개 보, 2011년 7개 보였다가 2012년부터는 조사 대상 8개 보 전체로 확대됐다.

한강의 상황도 비슷하다. 한강에서도 꾸구리·돌상어 등의 멸종위기종의 발견 지점과 개체수가 줄고 있다. 2010년 남한강 상류 지점에서 33개체, 여주보 상류에서 10개체가 발견된 꾸구리는 2011~2012년에는 전혀 발견되지 않다가 지난해 남한강 상류에서 4개체만 발견됐다. 이 물고기는 남한강 본류와 만나는 청미천과 섬강에서는 2010년에 각각 23개체, 188개체가 확인됐으나, 청미천에선 2012년 이후 발견되지 않고 있고, 섬강에서는 2013년 20개체로 발견 개체수가 줄었다. 하루살이목·날도래목·파리목·잠자리목 등의 저서생물에서는 각 목에 해당하는 종 수의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4대강 사업에 의한 보의 영향 및 하상 구조와 수변 서식처의 다양성 저하가 원인이 된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한강 보 구간 조사에서 확인된 포유류 14종 가운데는 보호종인 수달과 삵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두 종 모두 출현 지역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4대강 사업 영향으로 하천 수변 환경이 크게 변화했고, 이에 따른 기존 야생동물 서식지의 부분적 축소와 수변구역을 이용하는 탐방객 증가가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시박·돼지풀 등 생태계 교란 야생식물 출현은 2010년과 비교할 때 6개 조사 지점 가운데 이포보 구간과 강천섬 등 4개 조사 지점에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강 본류 조사에서는 2012년과 마찬가지로 지난해에도 법적보호종 어류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2010년과 2011년까지는 흰수마자가 채집된 바 있다. 지천, 유구천 등 지류하천에서의 미호종개와 흰수마자 발견 개체수도 2010년 15마리에서 지난해 6마리로 3분의1 가까이 감소했다.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 발견 종수도 줄었다. 2010년 조사에서는 보 구간 6개 조사지점에서 58종이 1㎡에 55마리의 개체밀도로 관찰됐으나, 지난해에는 29종이 1㎡에 28마리의 개체밀도로 관찰되는 데 그쳤다. 특히 강도래·날도래·하루살이 등 흐르는 물을 좋아하는 유수성 저서생물 발견 종수는 2010년 6종에서 지난해 1종으로 급감했다. 금강 보 구간에서 2010년 34종이던 귀화식물은 2013년 46종으로 늘었고, 생태계 교란 식물의 분포 면적도 2010년 0.2%에서 0.6%로 증가했다.

영산강에서는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 가운데 구슬다슬기와 염주쇠우렁이 등 흐르는 물을 선호하는 종들이 2011년 이후 사라진 반면, 2012년부터 딱정벌레목과 하루살이목 등 정체 수역을 선호하는 종이 자주 출현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와 4대강조사위원회는 “4대강 사업 추진 당시 내세운 ‘하천 생태계 복원’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나고 있음이 확인된다”며 “정부는 4대강 사업 이전부터 예고된 생태계 재앙을 막기 위해 4대강을 복원하는 조처를 더는 미루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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