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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내진입 불가능해진 10시 37분…청와대, 해경에 “객실 확인해라”
등록 : 2014.07.02 20:39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오른쪽 뒷모습)이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팻말 든 이)이 청와대와 해경 상황실 간 통화녹취록을 화면에 띄운 채 질의하는 동안 이를 바라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청, VIP 보고에만 몰두 “현지 영상 달라” 해경에 재촉
오후 2시30분 생존자 파악도 못해 해경 “370여명 아닌 166명 구조” 
청 “VIP보고 끝났는데 큰일났네” 

2일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세월호 국조특위)에서 공개된 세월호 침몰 당시 청와대 위기관리상황실과 해양경찰청 상황실 통화내용을 보면, 인명 구조가 시급한 사고 발생 초기 ‘황금시간대’에 청와대는 위기상황 관리보다 대통령 보고에만 몰두하고 있었음이 드러난다. 구조와 관련된 조처라고는 ‘VIP(대통령) 메시지’라며 짤막한 두 가지 지시사항을 하달한 것 뿐이다.

세월호 사고 직후 청와대와 해경의 주요 통화 내역(4월16일)

오전 10시37분 청와대 위기관리상황실은 해경 상황실에 전화를 걸어 해경 상황실장에게 “그냥 (받아) 적어”라는 말과 함께 다음과 같은 지시사항을 전한다. “첫째 단 한 명도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 여객선내에 객실·엔진실 등을 포함해서 철저히 확인해 (구조에) 누락되는 인원이 없도록 하라.” 이는“박 대통령이 해경에 지시한 내용”이라며,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언론에 공개한 내용이다. 하지만 그 시각 세월호는 이미 바닥을 드러낸 채 뒤집혀 선내 진입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사고발생 2시간이 될 때까지 ‘컨트롤타워 기능’은 고사하고, 기초적인 상황 파악도 못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사고 직후 청와대가 ‘대통령 보고용’ 현장 영상을 확보하기 위해 해경 상황실을 추궁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오전 9시51분 청와대 국가안보실 상황반장은 해경 상황실에 전화를 걸어 구조작업 진행상황을 몇 가지 확인하고는 곧바로 “현지 영상 있느냐”고 묻는다. 해경이 머뭇거리자 구조작업중인 ‘해경 123정’을 지목한 뒤 “지금 브이아이피(VIP) 보고 때문에 그러는데, 영상으로 받은 거 핸드폰으로 보여줄 수 있느냐”며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준다.

현지 영상 요구는 30분 뒤 또 이어진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상황반장은 “사진 한장이라도 빨리 보내달라”고 해경 상황실에 거듭 요구한다. 6분 뒤 청와대는 다시 해경에 전화를 걸어 “(현장) 영상 갖고 있는 해경 도착했느냐”고 묻고는 “(전화) 끊지 말고 (도착 시간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해보라”고 재촉한다. 오전 10시37분에도 청와대는 대통령 메시지를 전한 뒤 곧바로 “영상 시스템(이 도착할 때까지) 몇 분 남았느냐? (도착하면) 다른 거 하지 말고 영상부터 바로 띄우게 하라”고 지시한다. 이어 7분 뒤 영상 송출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아, 그거 좀 쏴 가지고 보고 좀 하라고 하라니까, 그거 좀”이라며 역정을 낸다. 해경 근무자가 “알겠다”고 답하자, 청와대는 “브아아이피(가 요구하는 것)도 그건데요, 지금”이라며, 현지 영상 확보가 대통령의 관심사항임을 강조하며 해경 상황실을 압박한다.

반면, 현지 구조 인원에 대해선 오후 2시30분이 지날 때까지 청와대가 전혀 파악을 못하고 있었음이 확인된다. 오후 2시18분 청와대는 해경 상황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브이아이피님께 5분 뒤 보고 올라가야 하니 인원 정리를 해달라”고 요구한다. 그러자 해경은 “우리도 파악중인데, (지금까지 보고한) 370명은 잘못된 보고”라고 털어놓으면서 “(구조인원은) 166명”이라고 바로잡는다.

그러자 청와대는 “큰일났네. 그러면 202명이 사라진 것 아니냐. 이거 브이아이피까지 보고 다 끝났는데”라며 당혹스러워한다. 이어 어느 선에서 보고가 잘못된 것인지를 추궁하면서 “아까 (진도 행정선이) 190명 구조했(다고 전달받았)을 때 너무 좋아서 브이아이피님께 바로 보고했거든. 완전 잘못 브리핑된 거네. 이거 여파가 크겠는데”라며 당황해 한다. 청와대 상황실이 대통령 보고를 위한 현장 상황 파악에만 집중할 뿐, 정밀한 상황 관리는 애초부터 할 능력도 의사도 없었음을 보여준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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