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10266

국회에서 쫓겨난 박승춘 "야당 반대하는 교육했다고..."
국가보훈처장, 업무보고서 예산삭감 등 불만 토로... 정무위 퇴장 조치
14.07.03 17:42 l 최종 업데이트 14.07.03 17:44 l 이경태(sneercool)

기사 관련 사진
▲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왼쪽)과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이 3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여권성향 안보교육으로 대선개입 논란을 일으킨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3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쫓겨났다. 19대 후반기 첫 정무위 기관 업무보고 자리다. 

박 처장은 5·16 쿠데타를 미화하고 야권을 종북·좌파세력으로 몬 보훈처의 '나라사랑교육'을 끝까지 두둔하며 야당 의원들을 자극했다. 또 야당이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에 반대하는 교육을 했다는 이유로 보훈처장을 고발했다"고도 말했다. 

박 처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업무보고를 하면서 야당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2012년 국정감사에서 (나라사랑교육 관련) 호국정신 함양 DVD 내용 관련 수사를 요구했고 나라사랑교육예산을 삭감했다"라며 "2013년 국정감사에서는 대선개입을 주장하며 보훈처장 해임을 요구하며 고발했고, 나라사랑예산을 전액 삭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내용의 중립성과 객관성, 예산 집행 실체에 대한 감사원 감사 청구 결과,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건전한 국가관 확립을 위한 교육은 절실하다'고 했다"라며 "민주당에서 두 차례에 거쳐 보훈처장을 검찰에 고발해 수사 중이나 안보강사 및 전문가들은 '나라사랑교육은 국가안위와 국민 각자의 생명과 재산이 걸린 중대한 문제이므로 정확히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즉, 야당이 부당하게 '나라사랑교육' 예산을 삭감했고, 자신들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자신을 고발했다는 주장이었다. 업무보고 자료에도 "민주당을 반대하는 교육을 했다는 이유로 민주당에서 보훈처장을 2회 고발했다"라고 언급해놨다.

"민주당 반대했다고 고발당해? 업무보고로 야당 조롱하나"

이에 야당은 발끈했다.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고발된 이유로 '민주당에 반대하는 교육을 했다'고 했는데 고발장에 이렇게 돼 있냐"라며 "허위내용 아닌가, 국가공무원법 위반·기부금품 모집 위반·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고발 사유가) 적시돼 있는 것인가"라고 따져물었다. 

그러나 박 처장은 "고발장에 그렇게 돼 있다, 사실이라서 말하는 것"이라며 맞섰다. 강 의원이 "고발장을 제출해보라,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재차 물었을 때도 "(사실이 아니라면) 책임지겠다"라고 맞받았다.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자괴감이 느껴진다"라고 개탄했다. 그는 "민주당에 반대하는 교육을 해서 고발했다? 이렇게 버젓이 업무보고에 쓴 것은 야당을 조롱하고 국회를 폄하한 것 아닌가"라며 "위원장이 적절한 조치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같은 당 김기식 의원도 "국회와 헌법을 능멸해도 유분수지, 여야가 합의해 예산을 삭감했는데 마치 부당하게 예산삭감 당한 듯이 업무보고를 했다"라며 "이렇게 업무보고한 예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있던가"라고 비판했다. 

또 "(업무보고 자료에) 보훈처장 해임요구 및 고발 주장을 25번 했다고 했는데 국회 업무보고가 개인 신상발언 하는 곳인가"라며 "보훈처장의 공식사과와 관련 부분 삭제 없이 회의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여당도 박 처장을 감싸진 않았다. 새누리당 간사인 김용태 의원은 "문제제기하시는 것 충분히 이해간다, 이 문제를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 시간을 좀 주시라"라며 정회를 요청했다. 

마지막 기회 줘도 "국가보훈처장이기 때문에 말씀드리는 것"

박 처장은 이날 오후 자신의 공식 유감 표명을 전제로 재개된 회의에서도 '나라사랑교육'을 끝까지 두둔했다. 

그는 "민주당은 개인 박승춘을 고발한 게 아니라 국가보훈처장 박승춘을 고발한 것"이라며 "나라사랑교육은 국가보훈처의 기본업무다, 따라서 나라사랑교육 관련 내용이 업무보고에 포함되는 것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안업무 중 나라사랑교육은 국가안보를 위한 보훈처의 업무로 중요하다는 것을 보고드리려 했다"라며 "검찰 고발 이후 표현 등에 대해 의원들께 심려끼치게 된 점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즉 '표현방식'만 잘못됐다는 것이지 보고 내용은 맞다는 취지였다. 강 의원이 "국가보훈처장이자 개인 박승춘 모두를 고발한 것"이라고 지적하자, 박 처장은 "고발장 보셨나, 거기에는 개인이 아니라 국가보훈처장을 고발한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에 강 의원은 "이 문제는 업무보고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라며 "왜곡된 것을 고치겠다, 유감이라고 했어야 하는데 그걸 못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김기식 의원도 "본인이 선거법을 위반해 고발당한 사안을 기관 업무보고에서 한 것을 수용할 수 없다"라며 박 처장의 퇴장을 주문했다. 

같은 당 박병석 의원이 박 처장에게 해명기회를 줬지만 소용 없었다. 박 처장은 "박승춘 개인으로서는 아무런 갈등도 만들고 싶지 않지만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공헌을 지켜야 하는 보훈처장으로서 국가정체성이 걸린 문제라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결국 "진정성 있게 유감을 표하시라"며 달래던 박 의원도 폭발했다. 박 의원은 "역대 보훈처장들은 애국의식과 국가의식이 없었나"라며 "그런 아집이 어디 있나, 마지막 기회를 줬는데도 그렇게 모르겠나"라고 비판했다.  

오후 회의 재개 20여 분만이었다. 국회 정무위는 여야 간사 논의 끝에 박 처장을 비롯한 보훈처 관계자를 모두 퇴장시켰다.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