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7080600055

4대강 영향 농지 침수, 세금으로 ‘땜질’
광주 |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입력 : 2014-07-08 06:00:05ㅣ수정 : 2014-07-08 06:01:06

‘죽산보 설치하면 지하수위 상승’ 경고 무시하고 강행
정부, 근본 원인 ‘보’는 놔두고 수십억 보강공사 추진

정부가 영산강 죽산보 인근 농지의 상습침수 원인을 4대강 사업 때문으로 결론짓고 수십억원을 들여 보강공사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4대강 사업 당시부터 주변 농경지 침수 우려가 제기됐으나 무시한 채 강행했다가 다시 국민세금을 들이게 된 셈이다.

7일 전남 나주시 등에 따르면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익산청)은 최근 영산강 죽산보 인근 농경지 침수 원인에 대해 ‘보 설치로 인한 지하수위 상승’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수자원공사가 지난해 3월 익산청의 용역의뢰를 받아 지난해 5월부터 죽산보 인근인 나주시 다시면 죽산리와 가흥리, 왕곡면 옥곡리 지역 농지 3.5㎢에 지하수 자동 관측시설 7곳을 설치하고 3곳은 시추해 조사한 뒤 이같이 결론을 내렸다. 익산청은 이를 토대로 지난 3월과 6월 주민 공청회를 열어 보강공사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결과 0.25㎢에 달하는 농지에서 지하수위가 올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리 재배를 위해서는 지하수위가 지하 1m 밑이어야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수위가 지하 70㎝까지 올라와 있었다. 죽산보 설치로 영산강 수위가 최대 1m 정도 오르면서, 부근 농경지의 지하수위도 덩달아 상승했기 때문이다. 농지를 가로질러 흘러드는 지천의 물도 제대로 배수되지 못해 지하수위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죽산보의 관리수위는 3.5m로 주변 농지의 평균 높이인 2.5m보다 1m나 높다. 

보 건설 당시부터 “영산강 주변 농지 지하수위가 상승해 농지 침수가 예상된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정부 조사에서도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실제로 4대강 사업 뒤 농민들은 “논에 물이 빠지지 않아 보리를 재배할 수 없게 됐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해 왔다. 보리는 수분이 많은 땅에서는 잘 자라지 않는데 보가 생긴 뒤로 겨울에도 물이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주시 조사 결과 지난해 이 지역 82개 농가가 보리농사를 아예 포기하거나 파종한 보리가 잘 자라지 않아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익산청은 복토를 통해 농지를 50㎝ 정도 높이는 한편 지천의 물이 영산강으로 잘 흘러들 수 있도록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사비는 30억∼40억원가량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4대강 사업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났지만 수문 개방, 보 해체 등 근본 대책 대신 ‘땜질식’ 대응만을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최지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올바른 대책은 수문을 열어 수위를 낮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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