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4&artid=201407071820251

[경제]4대강사업 ‘부채 폭탄’ 재깍재깍
2014.07.15ㅣ주간경향 1084호

국토부 내년 예산에 부채원금 800억원 첫 요청… 하반기 예산국회 최대 파란 예고

“제가 있을 때 벌어진 일이 아니니까요. 저도 여기 온 지 얼마 안 됐어요.”(국토교통부 관계자)

“지난해에는 어땠는지 잘 몰라요. 예전에 회의기록을 근거로 판단할 수밖에 없잖아요.”(기획재정부 관계자)

돌리던 폭탄이 드디어 터질 때가 온 걸까. 정부가 수자원공사에 밀어뒀던 22조원의 4대강 부채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15년 예산요구안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하면서 수자원공사의 4대강 부채 이자비용 3170억원에다가 원금 800억원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국토부가 수자원공사의 4대강 부채 원금 지원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토부의 원금 지원 요청은 2009년 9월 국가정책조정회의 결과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이 회의에서 수자원공사가 4대강 공사에 8조원을 투자하도록 결정했다. 그러면서 이자는 전액 국고지원하고, 원금은 개발수익으로 회수하되 ‘부족분’은 사업 종료 시점에서 수공의 재무상태 등을 감안해 재정지원의 규모와 시기, 방법 등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8조원 투자를 꺼리던 수자원공사에 대한 당근이었던 셈이다.

6월 20일, 황인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이 경북 고령군 우곡교 부근에서 플라스틱 용기로 강물을 떠올려 보이고 있다. 올해 낙동강 녹조 경보는 지난해보다 40여일 일찍 발령됐다. | 김기범 기자

4대강 빚으로 성과급과 훈포장 파티
 
4대강 사업은 원래 이명박 정부 임기 마지막해인 2012년 끝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토부와 수자원공사는 여차여차 이유를 대며 2년을 더 끌었다. 핵심사업은 이미 끝났다. 총 170개 공구 중 16개 보와 하천 정비 등 167개 공구는 지난해 사업이 종료됐다. 3개 댐 사업 중 보현산댐은 올해 말, 영주댐과 안동·임하댐은 내년 말 사업이 완료된다. 댐 사업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사업이 종료됐다는 얘기다. 정부는 국회에 더 이상 사업 지연을 이유로 수자원공사에 대한 4대강 사업 지원을 요구할 명분이 없어졌다. 지난해 말 야당은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사실상 2013년 사업이 끝났는데 무슨 2014년 추가 이자 지원이냐”며 반발했다. 논란 끝에 국회 예산결산위원회는 ‘수자원공사는 4대강 사업 추진에 따라 발생한 공사 재무구조 악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자구대책을 조속히 마련한다’는 부대의견을 달고서야 예산 승인을 내줬다.

7개월이 지났다. 국토부와 수자원공사가 마련한 ‘자구책’의 핵심은 3170억원의 이자 추가지원과 800억원 원금 지원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미경 의원은 “4000억원에 육박하는 재정지원이 어떻게 자구책이 되느냐”며 “정부와 수자원공사의 발상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자원공사가 4대강 사업 투자를 시작할 때부터 8조원 빚은 너무 버거워 보였다. 연간 영업수익이 2000억~3000억원에 불과한 공기업이 떠맡기는 천문학적인 금액이었다. 수자원공사도 처음에는 반대했다. 공사법상 투자를 할 관련규정이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MB맨인 김건호 전 사장이 CEO로 내려오면서 방향이 바뀌었다. 수자원공사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 투자를 결정했다. 내부 반발은 ‘당근책’으로 유인했다. 수자원공사가 4대강 사업에 참여하기 시작한 2008년부터 2011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4년 내리 A를 받았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정보시스템인 알리오를 보면 김건호 전 사장은 2009~2012년 4년간 5억5276만원의 경영성과급을 받아갔다. 직원들도 경영성과급으로 4년간 5298만원을 받았다. 임직원 99명은 훈·포장도 받았다. 국토해양부 공무원(84명)보다 많다.

성과급과 훈·포장 파티를 벌이는 동안 수자원공사는 안으로 곪아갔다. 2008년 2조원이 안 됐던 수자원공사의 부채는 2009년 3조원, 2010년 8조1000억원, 2011년 12조6000억원, 2012년 13조8000억원, 2013년 14조원 등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런 속도면 2017년에는 19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공공기관을 관리해야 할 기재부는 눈을 감았다. 수자원공사의 4대강 빚은 아예 경영평가에서 제외하는 특혜를 줬다. 국민 돈을 펑펑 쓰고, 그것을 잘했다고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챙겨준, 역사에 길이 남을 ‘도덕적 해이’였다.

 

건설사 담합으로 부풀려진 공사비
 
눈먼 돈 파티를 하는데 사업비를 제대로 관리할 리가 없었다. 4대강 사업에 나섰던 건설사들은 담합으로 공사비를 부풀렸다. 4대강 사업 당시 국토부 관계자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건설 출신이라 건설예산을 너무 잘 알고, 그래서 예산을 크게 삭감하는 바람에 건설사들이 되레 힘들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최악의 담합이 이뤄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 4대강 1차 턴키사업에 참여한 19개 건설사가 담합한 것으로 결론 짓고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현대산업개발, 포스코건설, SK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 8개사에 대해 총 111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세종시의 한 관계자는 “수자원공사에 8조원을 맡긴 것이나 건설사 담합을 철저히 관리·감독하지 못한 것은 이명박 정부 임기 내인 2012년까지 사업을 마무리하려다 보니 생긴 부작용”이라고 말했다.

4대강 뒤처리는 박근혜 정부 출범 때부터 고민거리였다. 메스를 대야 할 곳이 많았지만 정권을 이어받은 입장에서 덥석 손대기도 어려웠다. “4대강 뒤처리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는 자조섞인 말도 나왔다. 지난해 주요 강에 녹조현상이 심각해지자 박근혜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재평가하겠다며 총리실 주재로 4대강조사평가위원회를 꾸렸다.

평가위는 연말쯤 결과를 내놓는다. 하지만 평가위 조사는 4대강 사업에 따른 수질문제, 환경문제 등에 집중돼 있다. 시한폭탄인 부채문제는 누구도 손대지 못했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취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물값 인상 발언을 했다가 된서리를 당한 뒤 4대강 부채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국토부의 수자원공사 4대강 부채 원금 800억원 지원 요청은 그런 점에서 ‘역린’을 건드린 셈이 됐다. 문제는 당시 책임자들은 자리에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났고, 4대강 사업을 밀어붙였던 정종환·권도엽 전 장관, 심명필 전 4대강사업본부장 등 국토부 핵심 인사들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사업을 집행했던 국토부와 기재부의 국·과장과 서기관, 사무관도 대부분 물갈이됐다. 수자원공사 역시 4대강사업 투자 결정을 했던 당시 이사진들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환경운동연합 측 관계자는 “정책 실패의 책임자는 사라지고, 국민들이 그 뒤처리를 하게 생겼다”며 “수자원공사 이사진을 시작으로 당시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한 담당자들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8월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수자원공사에 대한 지원 여부와 규모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수자원공사는 8조원 중 7조4000억원에 대한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에코델타시티사업 등 3개 친수구역 조성사업에서 7000억원가량의 수익이 더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수익 회수까지 10년가량 걸리는 데다 부동산경기가 좋지 않아 국토부마저도 크게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기재부 관계자는 “수자원공사의 원금 탕감에 대한 국민 여론이 무척 나빠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말하기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4대강 부채 처리는 올 하반기 예산국회에서 최대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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