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646075.html

물고기 놀던 모랫바닥 실종…초여름인데 벌써 녹조
등록 : 2014.07.08 20:12수정 : 2014.07.09 11:20 

8일 오전 광주광역시 남구 승촌보 인근 영산강에서 광주환경운동연합과 박창근 관동대 교수 등이 영산강 수질 상태를 살피기 위해 강바닥의 흙을 채취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심층리포트 ‘재앙’이 된 4대강 사업] 
③ 르포 생명 잃은 영산강

8일 오후 3시 전남 나주시 다시면 영산강 죽산보. 장마 기간인데도 보의 가장자리를 따라 번지고 있는 녹조의 조짐이 보였다.

박철웅(56) 전남대 교수(지리교육)는 “강은 흘러야 에너지가 생긴다. 흘러야 여울이 생기고 모래가 쌓여서 수질을 정화하고 온갖 생명을 품을 수가 있다”며 “흘러가는 물에서는 녹조가 발생한 적이 없는데 이렇게 초여름에 녹조 조짐이 비치기 시작하는 것은 호소화(호수와 늪으로 변하는 현상)가 상당히 진척됐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박창근(53) 관동대 교수(토목공학) 등 10여명으로 구성된 4대강 조사단이 죽산보 바닥의 저질토를 채집하기 위해 조각배를 띄웠다. 강물 위로 나갔던 조사단은 죽산보 상류 500m 지점의 수심 5m 바닥에서 퍼올린 검은 뻘층을 내보였다.

이들은 이날 오전 이곳에서 21.7㎞ 상류에 있는 광주시 남구 승촌보의 저질토도 조사했다. 승촌보 상류의 바닥에서 채집장비로 퍼올린 거무튀튀하고 끈적끈적한 개흙에서는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곳의 유속은 초속 8~9㎝로 보 건설 이전의 초속 50㎝에 견주면 6분의 1 정도로 느려졌다. 이 때문에 상류의 지천에서 흘러온 유기물질들이 두께 10㎝ 정도로 전체 바닥을 뒤덮고 있었다. 승촌보 주변은 예부터 모래가 잘 발달한 바닥이어서 물고기들이 지천으로 살았다.


승촌보 건설뒤 유속 1/6로 느려져 
유기물질 바닥에 두껍게 깔리고 호수와 늪으로 변화 가속화 
승촌보 COD수치도 점점 악화돼 “생물들 떼죽음 위기…대책 시급”

박창근 교수는 “유속이 느리니까 녹조 등 미생물이 죽은 뒤 바닥에 쌓이게 된다. 뻘층이 검게 변하고 냄새가 역한 것은 이미 바닥 전역에 생물이 살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모래무지 등 강바닥에 살고 있는 생물은 전멸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행한 이현정(36) ㈜국토환경연구소 연구원은 뻘층에 있는 난분해성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데 많은 산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이 보 건설 뒤 급격하게 나빠지는 추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가 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의 자료를 분석한 바로는, 통상 영산강에서는 주 오염원인 광주천이 합쳐지는 극락교 하류의 시오디 수치가 아래쪽의 승촌보보다 나빴다. 합류 이후 아래쪽으로 흐르면서 자정작용으로 수질이 개선된 때문이었다. 하지만 2011년 승촌보가 건설되면서는 극락교(광주2)보다 승촌보(광산)의 시오디 기준 수질이 더 나빠지게 됐다. 물흐름이 막히면서 정화기능이 작동을 멈춘 탓이다. 실제로 승촌보의 시오디는 2006년 5ppm에서 2012~2013년 8~10ppm으로 악화됐다.

그는 이어 “바닥에 쌓인 두꺼운 침전물은 급격한 수온 변화 등 불안정한 조건에서 수질을 급격히 악화시키고 수중의 용존산소를 고갈시켜 저서생물(바닥에 사는 생물)이 떼죽음하는 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감사원도 지난해 1월 ‘4대강 살리기 사업 주요 시설물 품질 및 수질 관리실태’를 발표해, 승촌보와 죽산보 인근 수질이 4대강 사업 후 크게 악화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감사 결과를 보면, 녹조현상의 원인인 조류 농도(Chl-a)는 승촌보와 죽산보는 4대강 사업 전 각각 31㎎/㎥, 28㎎/㎥였으나 사업 이후 72㎎/㎥, 75㎎/㎥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승촌보와 죽산보의 시오디도 사업 전 각각 8.3㎎/L, 7.5㎎/L에서 사업 후 11.7㎎/L, 10.6㎎/L로 42%가량 증가했다.

영산강의 호소화가 생물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조사단 안에서 나왔다. 이성기 조선대 교수(환경공학)는 “고여 있어 썩기 쉬운 물에서 살 수 없는 생물들에 대한 대책을 늦기 전에 내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사단은 영산강에서 주로 나타난 역행침식과 농지 침수에 대해서도 정부가 자료를 공개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창근 교수는 “영산강은 천이 아니고 이미 생명을 잃은 물이 되어 버렸다”며 “단기적으로는 수문을 개방하고 장기적으로는 보를 철거해 강물이 흐르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산강/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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