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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블랙딜, 아르헨티나의 낡은 전차는 한국의 미래다
[리뷰] “공공재를 팔자” 영화 <블랙딜>, 그들만의 윤리를 파헤치다
박장준 기자 | weshe@mediaus.co.kr 입력 2014.07.13 19:05:45
정부와 기업 간 검은 거래는 수도 없이 많다. 삼성과 관련된 원격의료 등 의료영리화 정책, 20여개가 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미 확정한 상수도 ‘물기업’ 위탁, 다른 나라들이 통합하고 재공영화하고 있는 철도 분할 민영화 정책, 대학을 기업연구소쯤으로 만들고 있는 각종 교육정책들…. 물론 알려진 것보다 그렇지 않은 블랙딜이 훨씬 많을 것이다.
<블랙딜>은 공공재를 민영화하려는 ‘그들만의 윤리’를 파헤친 영화다. 제작진은 한국에 앞서 대대적인 민영화를 추진한 영국, 칠레, 아르헨티나, 일본, 프랑스, 독일을 다녀왔다. 결과는 참담했다. 영국에서는 열차가 연착해도 시민들이 화를 내지 않는 지경이 됐다. 연금제도 개악과 교육민영화로 칠레 노인과 학생의 삶은 분명 예전보다 팍팍해 보였다.
각종 공공요금이 올라 시민들은 삶이 팍팍해지지만 블랙딜은 거래를 성사한 민영화론자들의 삶의 질을 한층 높인다. 한때 프랑스의 상수도를 관리하던 ‘수에즈’의 전 사장은 민영화를 옹호하며 “뇌물은 항상 존재했던 것으로 우리는 수천 년 동안 그렇게 살아왔다”고 한다. 그는 블랙딜을 하는 관료와 기업들만의 특별한 윤리가 따로 있다고 강조한다.
▲ 달러를 전체 배경으로 악수하는 두 손이 있고, 그 옆에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 밑에 동전 더미들이 있다. (사진 및 사진설명=인디플러그)
이들의 윤리를 떠받히는 논리는 ‘재정적자’다. ‘철의 여왕’ 대처의 민영화 논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공부문 적폐론’과 정확히 같다. 공공부문의 방만경영을 효율화하기 위해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하며, 공기업들은 우량자산을 매각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일단 시민들은 호응한다. ‘철밥통’이 싫을뿐더러 민영화하면 요금이 내려갈 수도 있다고 기대한다.
민영화를 성공한 사례를 찾는 건 힘들다. 우리 정부가 예로 드는 일본철도를 보자. 일본은 구간별로 운영회사가 다르다. 그런데 산간지역 등 소위 ‘돈 안 되는 지역’에는 이제 열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다. 이윤논리로 보면 이 노선을 유지할 이유는 단 하나도 없다. 일부 흑자를 내는 일본철도회사의 관계자조차 민영화로 이익이 난다는 논리를 반박한다.
요금이 올라야 ‘민영화는 나쁘다’는 얘기가 나온다. 영국의 한 시민은 매년 5% 안팎으로 오르는 철도요금이 불만이다. 민영화 기간 매년 오른 상수도 요금 탓에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엄청난’ 시위가 있었다. 칠레의 노인은 연금에서 집세를 내면 남는 돈이 한 푼도 없다. 모든 공공부문에서 경쟁체제를 추진하고 있는 한국도 비슷한 경로를 밟을 터다.
▲ 도시의 건물들 배경으로 민영화로 인해 기업들이 특혜와 뇌물을 받았다는 말머리 10여개가 있다. (사진 및 사진설명=인디플러그)
박근혜 정부의 ‘공공부문=방만경영=적폐’ 논리는 민영화를 위한 바람잡이용 여론전으로 보는 게 맞다. 한국이 철도 모범사례로 꼽는 독일의 철도회사 ‘도이체반’ 대변인조차 “지금 한국 상황을 보면 이른 시일 안에 민간사업자가 공공사업에 참여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말할 정도다. 거래는 이미 성사됐고, 시기만 고민하고 있다는 게 차라리 솔직하다.
이훈규 감독은 지난 11일 문화연대 등이 마련한 기획상영회 및 관객과의 대화에서 “재정적자를 들이대면서 민간에 넘겨야 한다는 게 대처 때부터 내려온 민영화의 논리”라며 “흔히 말하는 창조경제도 무엇을 어떻게 생산적으로 만들어 효율성을 높일 것인지가 아니라 짱구를 굴려 공공재를 팔아먹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한다는 점에서 같다”고 꼬집었다.
영화는 정부와 기업의 뒷거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지만 그 동안 이 거래를 두고 보기만한 시민들을 꼬집기도 한다. 이훈규 감독은 “관과 민이 거래하고 시민이 배제됐다는 점에서 블랙딜이고 배제의 블랙딜이지만 우리의 삶인데도 망각하고 살고 있다는 점에서 ‘망각의 블랙딜’인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르헨티나는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페인트 칠이 거의 벗겨진 출발 전 아르헨티나의 노쇠한 열차의 모습이다. (사진 및 사진설명=인디플러그)
한편 이훈규 감독은 수도민영화 문제가 차기작 주제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이미 22개 지방자치단체가 상수도를 위탁했는데 계약서를 들여다보면 물가상승률을 복리로 계산해 수자원공사 등이 가져가고, 제3자 위탁금지 조항이 들어있지 않다”며 “4대강 사업부터 시작한 거대한 수도민영화 문제를 ‘위탁의 기술’이라는 제목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제작자인 고영재 PD(인디플러그 대표)는 “대안언론도 이슈가 되는 것만 관심이 있지 민영화와 노동, 자본주의 같은 문제에는 적극적이지 않다”며 “정작 내가 발 딛고 있는 사회에서 가장 첨예한 문제들, 노동자들의 파업과 전교조 문제 등은 외면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대안언론이 다루지 않는 문제를 꾸준히 다루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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