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h21.hani.co.kr/arti/cover/cover_general/30934.html
MB정부 공직자들 4대강 땅 ‘무더기’ 매입
토건 관련 공직에 있으며 4대강사업으로 사익 챙겨
땅값이 37% 오른 경우도
4대강 토건에 앞장선 정치 토호 [2011.12.12 제889호]
[표지 이야기] 토건사업 관련 공직에 있으면서 4대강 사업으로 사익 챙겼단 의혹받는 공직자들…MB 정권과 임기 겹치는 전·현직 지방의회 의원 36명이 16개보 주변 땅 소유하고, 그 땅값이 37% 상승한 경우도
▣ 고나무
그는 의지의 정치인이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군수로 출마했으나 떨어졌다. 고향 경북 칠곡군민들의 다수표를 얻지 못했다. 투표율이 낮을 때 고정표의 힘이 커진다. 이념과 정책보다, 마을에서 힘 쓰는 분들과 알고 지냈느냐가 승패를 가른다. 그는 관변단체인 새마을운동중앙회 사무국장으로 잠시 활동했다. 칠곡군 합기도연합회 명예회장이었다. 2007년엔 한반도 대운하를 공약으로 내건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됐다. 그는 2008년 5월 부인 이름으로 칠곡군 기산면 밭과 임야 4724㎡(1431평)를 샀다. 2009년엔 뉴라이트전국연합 칠곡연합 상임대표가 됐다. 명함에 기재할 직함이 늘었다. 2010년 그는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했다. 승복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칠곡군의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해 인적 청산”을 해야 한다고 외쳤다. 낙동강변에 경비행장, 수상스포츠 시설도 짓겠다고 공약했다.
11명 고위공직자 4대강 땅 사들여
이런 선거운동을 거쳐 어렵게 당선된 장세호 전 군수가 2011년 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아 군수직에서 물러났으니 그가 공약대로 낙동강변에 비행장을 지었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가 구입한 칠곡보 주변 땅값은 계속 올랐다. 환경운동연합의 분석자료를 보면, 칠곡군 약목면 무림리 땅은 2009~2010년 공시지가가 20% 올랐다. 2010~2011년 7월엔 17% 상승했다. 칠곡보 주변 약목면 땅의 공시지가는 이처럼 10~17% 올랐다. 장 전 군수의 땅 가격도 올랐을 것으로 추측된다. 벌금 150만원형을 받지 않았다면, 장 전 군수는 지방행정의 수장으로 각종 정보를 쉽게 들여다봤을 것이다.
환경운동연합 자료와 관보의 공직자 재산공개 자료를 비교 분석한 결과, 11명의 고위 공직자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이후 4대강 사업지 주변 5km 이내 토지를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관보상으로 이헌석 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이 가장 많은 땅을 샀다. 그는 2011년 8월 부인 이름으로 칠곡보 근처에 위치한 칠곡군 왜관읍 금산리 임야 65854㎡(1만9955평)를 구입했다. 대구 출신으로 경북사대부고를 나온 이헌석 전 청장은 1973~91년 교통부와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에서 일했다. 토건관료 출신이다. 지방의회에서는 전성배 대구시의원이 눈에 띄었다. 그는 2009년 4월~2010년 11월 본인과 부인 이름으로 강정고령보·달성보 인근 논 5832㎡(1767평)를 매입했다. 지역구가 칠곡군인 3선의 이인기 한나라당 의원, 김재수 전 농림수산식품부 차관, 임기가 2006~2010년인 권혁산 전 경기도의회 의원도 보 주변 땅을 샀으나 1천㎡가 채 되지 않았다.
그사이 땅값은 크게 올랐다. 환경운동연합은 4대강 16개 보 공사 현장 1km 이내 땅 수십 곳의 지번을 무작위로 골라 2009~2011년 공시지가의 변동을 살폈다. 예외 없이 땅값이 올랐으나 2010년 12월8일 이후 상승폭이 컸다. 2010년 12월8일 한나라당은 이명박 행정부를 위해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친수법)을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이명박 행정부가 친수구역으로 지정해주는 땅은 기존의 각종 환경규제 등에서 풀려나 토목건설의 자유를 얻는다. 덩달아 친수구역 주변 땅값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가령 달성보 인근 33곳 지번의 공시지가를 보니, 2010~2011년 7월에 10~21% 상승했다. 대구시 달성군 현풍면 성하리 땅값이 21% 올랐다. 이곳의 공시지가는 2010년에도 16% 올랐다. 이포보 주변 31곳의 공시지가는 10%에서 47%까지 치솟았다. 경기 여주군 대신면의 상승폭이 컸다.
4대강으로 구체화된 토건지자체
‘토건국가’라는 개념이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국제정치학자이자 일본 전문가인 개번 매코맥은 일본의 정치·경제를 이 개념으로 설명했다. 토목건설 기업, 관료, 정치인이 유착한다. 필요 없는 공공건설 사업에 국민 세금을 투자한다. 토목건설사가 이익을 본다. 토목건설사의 사주와 직원은 그런 토목건설 사업을 지지하는 정당과 정치인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건설사는 퇴직 관료에게 일자리를 알선하고 선거에도 도움을 준다. 매코맥의 개념을 빌리면, 16개 보 사업지 소속 지방의회 의원들은 4대강 사업의 공익성을 판단하는 자리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지방의회 의원은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지방자치법 제36조 1항). 지위를 남용해 지방자치단체·공공단체 또는 기업체와의 계약이나 그 처분에 의하여 재산상의 권리·이익 또는 직위를 취득하거나 타인을 위하여 그 취득을 알선해서는 안 된다.(지방자치법 제36조 3항)
환경운동연합 자료와 관보를 비교 분석한 결과, 임기가 2006년 5월 이후로 이명박 행정부와 활동 시기가 겹치는 전·현직 지방의회 의원 36명이 2008년 이전부터 16개 보 주변 5km 이내에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거래 시기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 전이므로 4대강 사업 관련 투기 목적으로 보기 어렵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의 ‘공익성’은 곧 이들의 사익이었다. 보 주변에 대규모로 땅을 가진 의원들은 대부분 부동산, 예산·결산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창녕합천보 주변 땅 3만2933㎡(9979평)를 소유한 강모택 전 경남도의회 의원은 2006~2010년 임기 동안 경제환경문화위원회 등에서 활동했다. 그는 강모종합건설 사장이기도 했다. 사익을 추구하는 건설사 사장과 공익을 대표하는 경제환경문화위원회 의원은 지방의회 지붕 아래서 쉽게 한 몸이 됐다. 2006~2010년 재직한 원욱희 전 경기도의회 의원은 여주보 주변 땅 6만987㎡(1만8480평)를 갖고 있었다. 그는 여주군청에서 오래 공무원으로 일했고 면장도 지냈다. 전 군수 3명, 전 도지사 1명도 부동산을 갖고 있었다. 한나라당 소속으로 2006~2010년 재직한 정우택 전 충북지사는 여주군에 2만6010㎡(7881평)의 임야를 2008년 이전부터 소유하고 있었다.
침묵으로 공조하는 지역언론
지방의원들이 침묵할 때 언론도 침묵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대구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매일신문>은 날치기 다음날인 2010년 12월9일치 신문에 친수법 통과 등을 8면에 보도했다. <조선일보>조차 1면에 ‘새해 예산안 여 단독 처리’ 제목으로 날치기를 보도한 이날, <매일신문>은 ‘올 연말도 난투극으로’라는 기사로 양비론을 취했다. ‘MB “회기 내 처리 다행”’ 기사도 실었다. 한국수력원자력 광고가 크게 실린 16면에도 친수법 날치기 기사는 없었다. 환경운동연합 안철 간사는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부동산 투기와 난개발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이상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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