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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도스 사건, 경찰은 왜 공씨 입만 바라보게 됐나
정혜규 기자 jhk@vop.co.kr 입력 2011-12-08 11:54:08 l 수정 2011-12-08 16:11:11

'선관위 디도스 공격' 핵심 연루자의 입만 바라보는 경찰

경찰이 디도스 공격 사건을 파헤치고 있지만 핵심 연루자가 입을 열지 않으면서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윗선은 없다'는 발표를 할 것이라는 소식도 흘러나오고 있다.

경찰은 10.26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과 관련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수행비서 공모(27)씨를 지난 1일 긴급체포했다. 이후 경찰은 8일까지 일주일가량 수사를 진행했지만 ‘몸통’ 수사에서 아무런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앞서 체포된 IT업체 대표 강모(25)씨 등 3명이 공통적으로 공씨를 주모자로 지목했지만 공씨가 범행 일체를 부인하면서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지고 있다. 경찰은 공씨의 입을 열게 하기 위해 계좌, 통화내용, 이메일 등의 분석 작업을 벌였지만 공씨를 몰아세울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른바 ‘윗선’을 증명할 뚜렷한 단서를 찾지 못하면서 경찰로서는 공씨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는 모양새가 됐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까.

수사방향을 잡지 못한 경찰, 인물 관계 파악 전혀 못해

애초부터 경찰은 수사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디도스 관련 수사를 벌여서 공격 가담자인 강씨와 지시자 의혹을 받는 공씨를 붙잡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공씨의 '윗선' 수사에는 실패했다.

이번 디도스 공격의 실체를 파악하려면 공씨의 내력, 주변 인물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사건을 수사해야하지만, 경찰은 범행 전후 공씨와 통화를 한 사람들의 관계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현재 디도스 공격과 관련해 수사 선상에 올라 있거나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들의 상당수는 최구식 의원의 지역구인 경남 진주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을 중심으로 인간관계가 얽히고 설켜 있는 것도 공통점이다. 

디도스 공격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공씨는 최구식 의원의 9급 비서였고, 공영윤 경남도의원의 선거운동을 도우면서 수행도 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 전날 공씨와 술자리에 함께 있고 범행 후 여러 차례 통화한 박희태 의장 비서 김모(30)씨도 최구식 의원 비서 출신이다. 

또한 강씨 일당 3명의 강남 거처를 계약하고 송금한 차모(27)씨도 공영윤 도의원의 수행을 했으며, 공 도의원 자신도 최구식 의원의 4급 보좌관을 지냈다. 

이 때문에 이들의 인간관계가 어떻게 맺어져왔으며 지역에서는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 등은 기초적인 수사대상이며 수사의 단서들이 확보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이 부분을 간과하면서 공씨가 검거되기 수일 전부터 지인들에게 ‘자신이 덮어쓸 것 같다’ 등의 이야기를 했던 부분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경찰은 <민중의소리>의 보도가 나가자 그제서야 수사관을 보내기도 했다.

디도스 공격 이면에 있는 '조폭문화-정치의 결합'도 수사 못해

공씨의 경우 한 가지 더 특이한 이력이 추가된다. 공씨의 지인들에 따르면 공씨는 고등학교 시절 일종의 폭력조직에 가담했다. 지금은 조직 생활을 그만 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상명하복을 생리로 하는 조폭문화에 익숙한 인물로 추정된다. 

강씨 또한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을 하는 등 폭력조직과 일정정도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은 인물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이번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는 디도스 공격의 실제 과정뿐 아니라 사건의 청탁과정을 수사해야 했다. 애초부터 인터넷상의 범죄행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이버테러대응팀이 수사를 주도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었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 초기 사이버테러대응팀을 중심으로 디도스 수사를 벌이는 데 집중하면서 최구식 의원을 둘러싼 인물 관계도나 조폭 문화와 정치권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커넥션 등에 대해 제대로 수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결국 경찰은 지난 6일에서야 특수수사과 조사요원을 투입해 공씨를 심문에 나섰지만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공씨는 경찰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 계속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데, 이는 공씨에 대해서 기초적인 조사만 있다면 충분히 예상되는 부분이었다. 

공씨로서는 입을 다물어 자신의 단독범행으로 결론이 나는 것이 유리하다. 전과4범에 조직폭력과 일정 정도 연루되어 있는 공씨가 만일 사건의 실체를 털어놓는다면 출소 이후 혹여라도 있을 수 있는 후과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은 이같은 상황에 대한 판단없이 공씨의 자백을 받아내는 것을 핵심적인 수사방향으로 설정했고, 그 결과 공씨가 입을 열지 않자 공씨의 입만 쳐다보며 아무 것도 못하는 형국이 됐다.

현재 경찰은 사건 전날 공씨와 술자리를 한 인물들에 대한 조사를 계속하는 등 막바지 수사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10일 검찰송치때까지 사건의 배후를 밝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집권여당 관련자의 국가기관에 대한 사이버테러 행위라는 초유의 사건으로 정국은 시계 제로의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그럼에도 경찰이 사건의 실체에 전혀 다가가지 못하고 수사를 끝낸다면 '무능한 경찰'이라는 비난에 상당 기간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혜규 기자jhk@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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