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8140600035

세월호·쌍용차·송전탑 찾는 ‘교황 행보’… 불통 정부 부각될까 부담
이용욱 기자 woody@kyunghyang.com  입력 : 2014-08-14 06:00:02

여권 ‘복잡한 표정’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하루 앞둔 여권 표정이 복잡하다. 청와대 등 여권에선 교황 방문으로 국가적인 주목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교황이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등 소외된 사람들을 만나기로 한 것은 정부의 불통과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부각되는 계기가 될 수 있어 부담도 적지 않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관계자들이 교황 방한을 하루 앞둔 1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가 주목도 높아져 ‘기대’
대북 메시지 등 유화 제스처
남북관계 전환 계기 ‘활용’

청와대는 교황 방문을 적극 활용하려는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교황을 서울공항에서 직접 영접하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청와대는 13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14~18일 공식 사목방한을 맞아 세계적 종교 지도자로서 위상에 적합한 예우를 갖춰 영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은 청와대에서 면담한 뒤 각계 인사 200여명 앞에서 연설한다.

정부로선 교황이 밝힐 평화 메시지와 박 대통령의 8·15 광복절 경축사에 담길 대북 메시지 등을 고리 삼아 남북관계 전환 모멘텀이 만들어지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마침 박 대통령은 지난 7일 통일준비위원회에서 “정부 목표는 북한 고립이 아니며, 통일 정책 목표는 평화통일”이라고 밝힌 후 유화 제스처를 취해오던 참이다.

반면 ‘가난한 자의 벗’ ‘거리의 사제’로 불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가 가져올 파장은 부담거리다. “규제받지 않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형태의 독재” “가난의 구조적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불평등은 사라지지 않는다” 등의 메시지를 던져온 교황이 세월호 유가족, 제주 강정마을 주민, 쌍용차 해고 노동자,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등을 만나 위로하는 것만으로도 이들을 외면한 정부와 여권을 꾸짖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게다가 교황이 16일 시복 미사를 집전하는 광화문광장에선 세월호 유족들이 텐트 농성을 벌인다. 시복 미사는 150개국에 방송영상으로 송출되는 만큼 세월호 유족들 존재가 전 세계에 알려지고, 이들을 상처받게 한 정부의 무책임·무능력도 부각될 수 있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라는 유족들 요구를 외면하고 있는 새누리당도 여론의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대통령의 가장 큰 연례행사 중 하나인 8·15 경축사 메시지도 교황 방한에 묻힐 수 있다.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