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23149

"교황은 왜 박 대통령부터 만날까 천주교, 청와대 눈치보며 일정 짰다"
[인터뷰] <교황과 나>를 쓴 평신도 신학자 김근수씨
14.08.14 08:02 l 최종 업데이트 14.08.14 09:08 l 권우성(kws21) 선대식(sundais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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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과 나> 저자 김근수씨. ⓒ 권우성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오전 한국 순교자 124위 시복식에 참석하기 직전 갑작스레 차에서 내린다. 수많은 인파가 모인 광화문광장 한가운데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세월호 침몰사고 유가족들에게 다가간다. 그들을 끌어안아 위로한 뒤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위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대한 지지를 보낸다."

평신도 신학자 김근수(54)씨의 바람이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지난해 3월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2000년 역사를 가진 가톨릭교회의 역대 교황 266명 중에서 세 번째 '개혁 교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가난의 구조적인 원인인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고 있고, 부패한 가톨릭교회 내부 개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을 편들고 교회·사회개혁을 강조하는 해방신학을 받아들인 첫 교황이기도 하다. 

김근수씨는 우리나라에서 교황을 잘 알고 있는 인물 중 한 사람이다. 최근 개혁 교황 탄생의 의미를 짚은 <교황과 나>를 펴낸 그는 광주가톨릭대학과 독일마인츠대학에서 신약성서를 공부했고, 남미 엘살바도르 중앙아메리카대학에서 해방신학을 공부했다. 김씨는 지난 6월 바티칸을 방문해 교황의 스승인 카를로스 스카노네 신부를 만났고, 교황에게 한국 사회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시복식 과잉 경호, 교황 동선 통제하려는 시도" 

김씨는 "교황은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추기경 시절 교황은 2004년 12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난 화재로 200여명이 죽었을 때, 가장 먼저 현장을 찾아 구조에 나섰고 그 뒤에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 때 천주교 주교회의는 진상 촉구 성명서도 내지 않았다, 교황이 이 사실을 알면 못마땅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교황의 방한을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천주교 방한준비위원회가 짠 교황 방한 일정을 두고 "마치 소속사가 배우를 돋보이게 하기는커녕 죽이려고 하는 일정"이라고 지적했다. 가난한 사람을 만나고 사회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게 교황의 메시지인데, 여기에 어울리는 일정이 없다는 것이다. 김씨의 말이다.

"교황이 지난해 7월 브라질 빈민촌을 방문했을 때, 지난 5월 이스라엘 통곡의 벽에서 기도했을 때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 모았다. 하지만 한국천주교회는 교황의 방한 일정을 종교 행사에 가뒀다. 밀양 송전탑 현장, 강정 마을 등 갈등 현장 방문도 하지 못하게 했다. 한국천주교회가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로 인해 정부의 심기가 불편하지 않도록 눈치를 보며 일정을 짠 것 같다."

교황은 한국에 도착한 직후 첫 일정으로 청와대를 방문한다. 김씨는 "교황이 왜 박근혜 대통령부터 만나야 하느냐"면서 "교황이 첫 일정으로 세월호 침몰 사고 유가족을 만난다면, 교황의 메시지는 더 분명하게 우리 사회에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90cm 높이의 방호벽 설치 등 시복식 과잉경호 논란에 대해 "박근혜 정부는 정치적인 이해가 어긋나는 교황의 일정을 막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황의 동선을 통제하려고 하는 것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면서 "전두환과 노태우 정권 때 한국을 찾은 요한 바오로 2세를 비롯해 우리나라를 찾는 교황은 모두 '나쁜 정부'에 이용당했다"고 지적했다.

교황 방한을 하루 앞둔 13일 오전 광화문광장 인근 카페에서 김근수씨를 만났다. 다음은 기자와 김근수씨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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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과 나> 저자 김근수씨. ⓒ 권우성

"교황도 세월호 특별법 제정 지지할 것"

-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으로, 교황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교황은 어떤 인물인가.
"교황은 민족·종파·계층·신분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그 이유는 교황이 가난의 구조적인 문제인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기 때문이다. 과거 교황들은 가난한 사람을 돕고자했지만, 구조를 고칠 생각은 안했다. 또한 교황은 과거 교황들로부터 탄압받았던 남미의 해방신학을 받아들였다. 가톨릭 내 기득권세력이 싫어하는 해방신학은 '그리스도교는 가난한 사람을 편들어야 한다', '교회는 가난해야 한다', '교회개혁을 한 뒤에 사회개혁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 교황이 지난해 3월 선출된 이후 한국을 세 번째 해외 방문지이자 첫 아시아 방문지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교황은 앞서 지난해 7월 브라질, 지난 5월 중동(팔레스타인·이스라엘·요르단)을 방문했다.
"교황이 한국을 방문하는 표면상 이유는 아시아청년대회와 한국 순교자 124위 시복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한국천주교회의 능력과 역할을 점검하려는 속뜻도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는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한국천주교회의 대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개인적 경험 등으로 인해, 세월호 침몰사고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 교황이 세월호 침몰 사고에 큰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탈리아에서 살던 교황의 조부모와 부모가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갈 때 침몰 사고를 가까스로 피한 바 있다. 교황은 지난 7월 로마 밖 첫 방문지로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 섬을 찾았다. 이곳 앞바다는 유럽으로 밀항하려는 아프리카 난민들의 배가 침몰해 한해 수백~수천 명이 죽는 곳이다. '항상 가장 가난하고 불이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찾으라'는 게 교황의 메시지 아닌가."  

- 교황은 이번 방한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생각하나.
"아시아청년대회에서 실업·사회적 불의·물질주의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 격려와 위로의 메시지를 줄 것으로 보인다. 교황이 집전하는 시복식 미사는 인간 평등 정신과 신앙의 자유를 지키다가 목숨 바친 분들을 위한 의식이다. 우리 시대에 불의, 양심과 종교의 자유에 저항하고 목숨을 바친 사람들을 존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교황이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할 때 '저항하지 않는 청년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 교황은 신자유주의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폐해가 가장 큰 한국 방문에서 교황의 메시지는 큰 의미를 지닐 것으로 보인다. 
"교황이 지난해 11월에 내놓은 권고문 <복음의 기쁨>에서 '규제받지 않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라고 밝혔다. 교황은 추기경 시절 아르헨티나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 인권 탄압을 강하게 비판했다. 아르헨티나와 한국은 군부 독재, 외환위기, 신자유주의 정책 추진 등 비슷한 점이 많다. 교황의 한국 방문은 한국의 정치와 신자유주의 정책이 가난한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한 것을 비판하려는 뜻도 있지 않겠나." 

- 교황에게 "우리 한국인에게 필요한 것은 강력한 사회 비판"이라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보냈다.
"교황에게 직접 편지를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을 통해 편지를 보냈다. 교황이 편지를 받았다는 전갈을 받았다. 아직 답장은 받지 못했다. 우리 사회와 천주교에 사회 비판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2009년 용산 참사 때 당시 서울대교구장이었던 정진석 추기경이나 현 서울대교구장인 염수경 추기경은 그 현장을 방문하지 않았다. 세월호 침몰 사고 때도 천주교 주교회의에서 진상 촉구 성명서를 냈나. 팽목항에 간 주교는 몇 명이나 되나. 교황이 이 사실을 알면 못마땅하게 생각할 것이다."

- 염수경 추기경은 사제들의 정치·사회 참여에 부정적이다. 지난해 11월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건과 관련해 천주교 사제들이 박근혜 대통령 사퇴 촉구미사를 하자, 염 추기경은 가톨릭 교회 교리서를 언급하면서 사제들의 정치참여를 비판했다.  
"염수경 추기경의 생각은 교황의 메시지와 반대되는 것이다. 교황은 '교회 밖으로 나가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과 함께 하라'고 했다. 또한 가톨릭 교회법에 나온 사제의 정치참여 금지는 국회의원이나 장관이 되는 것을 금한다는 것이지,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지 말라는 게 아니다. 교황이 주교들을 만나 '왜 가난한 사람 편을 들지 않느냐', '갈등 현장에 왜 가지 않느냐'고 혼을 냈으면 좋겠다."

- 우리 사회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 논란으로 시끄럽다. 교황이 여기에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나.
"교황은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지지할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과 만나 이러한 얘기를 할지는 모르겠지만, 박근혜 정부와 여당은 교황이 이런 언급을 하기 전에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협조해야 한다. 문명국가라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우리 사회가 교황의 평소 메시지를 받아들인다면, 세월호 특별법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2004년 12월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나이트클럽 화재 사건 때 교황은 어떤 모습이었나. 당시 200여명이 죽은 사고 현장에 교황은 가장 먼저 달려가 사람들을 구조하고 그 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교황 방한, 천주교 보수파가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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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과 나> 저자 김근수씨. ⓒ 권우성

-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가 짠 교황의 일정을 두고 뒷말이 나온다. 
"참 초라한 일정이다. 가난한 사람을 존중하고 사회를 비판하는 게 교황의 메시지인데, 이런 메시지와 어울리는 방한 일정이 없다. 교황이 브라질 빈민촌을 방문했을 때, 이스라엘 통곡의 벽에서 기도했을 때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 모았다. 방한 일정은 마치 매니저가 연예인을 돋보이게는 하기는커녕 죽이는 일정이다. 교황의 일정을 종교 행사 안에 가뒀다. 밀양 송전탑 현장이나 강정 마을 등 갈등 현장 방문도 못하게 했다. 한국천주교회가 사회 비판적인 목소리로 인해 정부의 심기가 불편하지 않도록 눈치를 보면서 일정을 짠 것 같다."

- 교황은 한국에 도착한 뒤 첫 일정으로 청와대를 찾는다. 
"교황의 메시지에 어울리는 사람부터 만나야 한다. 교황이 왜 박근혜 대통령부터 만나야 하느냐. 박 대통령을 언제 만나든 상관없지 않나. 교황이 첫 일정으로 세월호 침몰 사고 유가족들을 만난다면, 교황의 메시지는 더 분명하게 우리 사회에 전달될 것이다. 일정을 바꿀 수 없다면, 교황이 시복식 직전에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을 방문해 이들을 끌어안아 위로하면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대해 한 말씀 해주면 좋겠다."

- 정부와 경찰은 한국 순교자 124위 시복식이 열리는 광화문광장 주변에 높이 90cm의 방호벽을 설치하고 많은 경찰을 배치하는 등 엄격히 통제할 것으로 보인다. 과잉경호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교황의 동선을 통제하려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지난해 브라질을 방문했을 때 방호벽도 없이 사람들을 만났다. 브라질은 총기 소지가 허용되고 폭력 조직의 위력이 강한 곳이다. 정부가 방호벽으로 국민과 가톨릭을 분열시키려는 것 아닌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우리나라를 찾은 것은 전두환 정권 때였다. 전두환 정권은 교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이번 방한도 비슷한 모습이다. 우리나라를 찾는 교황은 모두 '나쁜 정부'에 이용당했다."

- 교황의 꽃동네 방문이나 명동성당에서 이뤄지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를 두고도 비판이 나온다. 
"꽃동네는 전두환 정권의 지원을 통해 급성장한 한국천주교회 내 사회복지시설이다. 후원회원만 약 80만 명에 달하고, 한 해 정부 지원만 300억 원이 넘는다. 보유 토지만 해도 400만 평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리 의혹도 있고, 여러 가지 잡음이 나온다. 교황이 정말 가난한 사람을 만나려면 꽃동네가 아닌 다른 곳을 가야 한다. 또한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왜 명동성당에서 해야 하나. 오히려 판문점에서 미사를 하면 더 주목받지 않겠나."

- 강우일 교황방한준비위원장(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은 개혁 성향의 인물로 알려져 있다.  
"강우일 주교보다 염수경 추기경의 영향력이 더 컸을 것이다. 교황은 이번에 서울대교구, 대전교구, 청주교구 지역만 방문한다. 이곳의 교구장은 모두 극보수 우파 성향의 인물이다. 천주교 보수파가 교황 방문 일정을 주도한 것이다."

- 한국천주교회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개혁 교황의 한국 방문을 통해 한국 사회와 천주교회에 개혁의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 특히 천주교회는 가난한 교회가 돼야 한다. 교황의 목표 중에 하나다. 돈이 많은 교회는 부자 편을 들고 부패할 수밖에 없다. 돈이 많은 한국천주교회는 큰 성당을 짓는다. 한국천주교회는 많은 평신도가 순교한 서소문공원을 천주교만의 성지로 만들려고 하는데, 욕심이다. 이곳은 조선시대 사형터로서 천주교 신자가 아닌 많은 이들도 목숨을 잃었다. 또한 시복식을 광화문광장에서 하기로 했을 때, 국민이나 다른 종교에게 제대로 양해를 구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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