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religious/651429.html?_fr=mt1r

“단식 유민이 아빠 꼭 안아주세요”…약속 지킨 교황
등록 : 2014.08.16 09:55수정 : 2014.08.16 12:19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사흘째인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시복식에 참석하며 단식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하는 모습이 대형 스크린으로 중계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카퍼레이드 중 세월호 유족들 본 교황, 차 세우고 위로
“진상규명 도와주십시오” 김영오씨는 교황에 자필 편지

프란치스코 교황은 16일 오전 순교자 124위 시복미사 집전에 앞서 서울시청에서 광화문 앞까지 카퍼레이드 행사를 하던 도중에 세월호 유족들을 만나 위로했다.

이날 오전 9시8분께 서소문 순교성지 방문을 마친 교황은 서울광장에서 지붕을 없앤 무개차량을 타고 광화문 바로 앞 제단까지 카퍼레이드가 이루어지는 동안 때때로 차를 멈춘 뒤 어린이 10여명을 안고 입을 맞췄다. 이어 오전 9시31분께 세월호 유족 400여명이 모여있던 광화문 광장에서 차가 멈춰섰고, 교황은 유족들을 향해 손을 모아 짧은 기도를 올린 뒤 차에서 내렸다.

교황은 세월호 사고로 딸 유민(단원고생)이를 잃은 김영오씨의 손을 잡고 위로를 건넸다. 이 자리에서 김씨는 교황의 손등에 입을 맞춘 뒤 친필로 쓴 편지를 담은 노란색 봉투를 교황에게 전달하면서, “다시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특별법 제정을 도와주시고 기도해주세요. 제가 편지를 하나 드리겠습니다. (세월호를) 잊지 말아주십시오”라고 말했다. 교황은 유민이 아버지가 준 편지를 자신의 흰색 수단(성직자 복)의 오른쪽 주머니에 집어넣은 뒤, 자리를 떠났다.

이날 카퍼레이드에서 교황이 차에서 직접 내린 것은 세월호 유족들이 모여있던 자리가 유일했다. 편지를 수행원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챙긴 것도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교황은 유족들을 만난 뒤 차에 다시 올라탄 이후에도 한동안 유족들을 지켜봤다. 유족 400여명은 이날 ‘세월호 진상 규명’ 등의 구호가 적힌 노란색 종이를 들고 교황을 맞았다.

앞서 지난 15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대전에서 세월호 유족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유족이 “단식중인 유민이 아버지를 광화문에서 안아주세요”라고 말하자 교황이 ‘그렇게하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바 있다. 교황은 이날 유족이 건네준 노란리본 배지를 16일 시복미사에도 달고 왔다. 유민이 아버지는 교황의 가슴에 달린 배지가 약간 삐뚤어져있자 이를 바로잡아줬고 이 모습을 지켜본 교황은 웃음을 지었다. 유민이 아버지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34일째 단식 중이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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