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56399.html?_fr=mt2

[단독] 국정원, ‘정치문건 의혹’ 간부 징벌커녕 ‘영전’
등록 : 2014.09.23 00:51수정 : 2014.09.23 07:40

서울 내곡동 국정원 청사 앞에서 직원들이 나와 국회의원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병기 국정원장, 정치중립 지킨다더니…
‘야권의 반값등록금’ 비난·저지 문건 작성자로 지목됐던 인물 최근 인사에서 1급으로 승진

‘정치관여 근절’을 취임 일성으로 강조한 이병기 국가정보원장이 노골적인 정치관여 계획을 담은 문건 작성자로 지목돼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던 인물을 최근 1급 고위 간부로 승진시킨 사실이 확인됐다.

<한겨레>가 22일 복수의 사정기관 당국자에게 확인한 결과, 이 원장은 이른바 ‘반값 등록금 대책’ 문건의 작성자로 지목됐던 추아무개씨를 지난달 말 정기인사에서 국내정보 수집을 총괄하는 부서의 국장(1급)으로 승진시켰다. 추 국장은 청와대 파견근무 중이던 지난해 5월 이 문건의 존재를 <한겨레>가 보도(▷[단독] 국정원 ‘반값등록금 운동 차단 공작’ 문건 입수)한 뒤 ‘정치관여 의혹’을 이유로 국정원에 복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관여 의혹을 사 국정원에 복귀한 직원을 징벌은커녕 영전시킨 것이다.

반값등록금 관련 국정원 문건

이 국정원장은 지난 7월 취임식에서 “반드시 정치중립 서약을 지키겠다”며 “직원들도 ‘정치관여’ 네 글자를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우고 본연의 업무에만 집중하라”고 강조한 바 있다.

추 국장이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문건은 ‘좌파의 등록금 주장 허구성 전파로 파상공세 차단’이라는 제목으로 2011년 6월1일 작성된 A4용지 한장짜리 문서인데, 야권을 중심으로 전개되던 반값 등록금 운동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문건은 “야당·좌파진영에서는 ‘등록금 인상=정부 책임’ 구도 부각에 혈안”, “종북단체들도 고등록금이 정부 탓인 양 선동”, “이들의 정부책임론 주장은 지난 과오를 망각한 비열한 행태”라고 적고 있다. 이어 “대학등록금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2008년간 물가상승률 대비 4~5배까지 인상했던 것을 정부가 인상폭을 물가상승률 내로 안정시킨 상황”이라며 “2007년에 비해 국가장학사업 총규모가 6배 이상 증액됐는데도 ‘저소득층 장학사업 축소’라며 거짓선동”이라고 적시했다.
 
박원순 제압 국정원 문건.
 
또 등록금 인하를 주장하는 정치인으로 당시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과 정동영 민주당 의원을 거론하며, “(자녀를 해외로 유학 보냈기 때문에) 표리부동 행보”라고 비난하고 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야권의 등록금 공세 허구성과 좌파인사들의 이중처신 행태를 홍보자료로 작성, 심리전에 활용함과 동시에 직원 교육자료로도 게재”하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이 문건에는 일반인들이 알 수 없는 국정원 내 작성부서·보고라인 등이 고유의 표기법으로 적혀 있고, 작성자로 표기돼 있는 조아무개(6급)씨, 함아무개(4급)씨, 당시 추 팀장의 실명·직책·연락처도 포함돼 있어 국정원 작성 문서라는 의혹을 샀다. 민주당은 이들을 국정원법 위반(정치관여 금지) 혐의로 고발했지만, 검찰은 지난해 10월 “국정원 문서와 양식이 다르다”며 각하 처분한 바 있다.

국정원은 추 국장 승진과 관련한 <한겨레>의 확인 요청에 “인사 부분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또 문건과 관련해서는 “우리가 작성한 게 아니라는 게 검찰 수사로 확인됐다”고 했다. 하지만 사정기관 당국자는 “국정원 문서는 복사를 하면 폰트가 바뀐다. (그래서) 국정원 문서라는 진위 확인이 불가능하다. 실체 확인이 안 된다는 의미로 검찰이 각하 처분한 것으로 안다. 위조 여부를 확인하지 못하는데 (문서 내용대로) 정치관여를 했는지 여부는 당연히 확인 안 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국정원 인사의 난맥상은 이뿐이 아니다.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법은 원세훈(63) 전 국정원장의 ‘댓글 공작’ 지시에 대해 “국정원법을 어긴 정치관여 행위”라며 불법행위로 판단했지만, 국정원은 이를 기안하고 실행에 옮긴 간부·직원들을 징계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한겨레>의 확인 요청에 “기소된 분들은 모두 전직이라 현재 국정원과 관계없다. 현직 직원들을 징계했는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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