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141020.22027194105

[국제칼럼] 낙동강 하늘다람쥐 실종 사건 /박창희
4대강 사업 후유증, 법정보호종 24종 실종
낙동강 유역 지자체들 무분별 강변 개발 경쟁, 생물 멸종 인간 삶 위협
국제신문논설위원 chpark@kookje.co.kr 2014-10-19 19:41:58/ 본지 27면
담비와 하늘다람쥐, 물범이 사라진 건 1년 전쯤이다. 그 훨씬 이전인지도 모른다. 제 깜냥 낙동강에서 잘 살아오던 놈들이었다. 겁이 많은 담비는 '숏다리'지만 부드럽고 두꺼운 모피를 지녔다. 사람들은 그 모피를 입지 못해 늘 안달이었다. 왕방울처럼 크고 귀여운 눈을 가진 하늘다람쥐는 몸길이가 20㎝밖에 안 되지만 점프력이 보통 7~8m, 기분 좋을 땐 30m까지 뛴다. 하늘을 훨훨 나는 놈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다 시원해진다. 물개처럼 미끈하게 생긴 물범은 특유의 유연한 몸매로 뭇 동물들의 부러움을 샀다. 남생이는 2010년 이후 모습을 감췄다. 등에 딱딱한 갑판(甲板)을 지고 뒤뚱뒤뚱 기는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모래가 있으면 어디건 알을 낳고 산다. 어느 날 강 모래가 사라지자 놈도 덩달아 사라졌다. 하늘다람쥐와 물범, 남생이는 인간들이 요란을 떨며 챙기는 천연기념물이다.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수수만년 낙동강에서 강과 함께 살아오던 놈들이 속속 집단 실종신고를 냈는데도 반응이 미지근하다.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이 내놓은 국감 자료에 따르면,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에서만 24종의 법정 보호종이 사라졌다. 조류의 경우 4대강 사업 이전에는 41종의 법정보호종이 조사됐으나 2013년에는 21종만 발견됐다. 절반이 사라진 셈이다. 노랑부리백로 저어새 참수리 개리 검은머리물떼새 뜸부기 등은 이제 책에서나 볼 수 있으려나. 사라졌다는 것은 이 땅에서 멸종됐다는 보고다. 예삿일이 아닌데도 예사로 받아들인다.

4대강 사업의 후유증이 계속 불거지고 있다. 올해 국감에서 드러난 것만 봐도 예사 문제가 아니다. 4대강 사업지 곳곳이 그야말로 '부실 백화점' 수준이다. 이미경(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수자원공사가 발주해 건설한 4대강 보에서 완공 후 하나당 100건 이상의 하자보수가 발생했다"며 엉터리 공사의 결과 아니냐고 따졌다. 심상정(정의당) 의원은 "4대강 사업으로 수중 보가 설치된 낙동강의 지난 8월 수온이 보통의 온천수보다 뜨거운 최고 36℃에 이른다"며 생태계 교란을 걱정했다. 우원식(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낙동강 상·중류에 설치된 상주보 낙단보 구미보 칠곡보의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가 4대강 공사 전과 비교해 21~134% 악화했다"고 주장했다. 4대강 사업 때 사용했던 준설선 56척이 낙동강에 장기간 방치, 일부가 침몰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감사원이 이미 망국적 사업이라 평가했건만, 정책 변화는커녕 개발세력의 기세는 여전하다. 낙동강을 끼고 있는 지자체들은 시방 지역 특성에 맞는 관광레저사업을 벌이느라 정신이 없다. 경북 상주시는 경천대에 카누체험장을, 달성군은 화원유원지에 강변 야구장을 세우고 유람선을 띄운다고 한다. 다른 지자체들도 앞다퉈 수상레포츠장 오토캠핑장 수영장 등을 만든다고 야단이다. 부산시의 낙동강 생태탐방선 역시 무늬만 '생태'를 입혔을 뿐 이런 개발사업의 일환이다.

4대강 준공 2년이 지나자 지자체들이 대놓고 개발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자체들은 자기 구역만 본다. 강은 하나인데 이익은 따로따로 흐르는 것이다. 강 전체를 보고 4대강에 대한 성찰과 치유, 미래를 얘기하는 곳은 없다. 낙동강이 1300만 영남 주민의 식수원이란 사실을 망각했거나 외면한 처사다. '예서 자란 젊은이들아, 이 강물 네 혈관에 피가 된 줄'을 잊어선 안 된다던 노산 이은상의 당부가 무색해진다.

경북 상주시는 이달 초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을 개관했다. 이곳엔 한반도와 낙동강 권역을 대표하는 재두루미, 수달 등의 표본 2000여 종이 전시돼 있다. 표본이 아무리 정교한들 살아있는 것과 비교할 순 없다. 낙동강에서 법정보호종 21종이 사라졌다는 것은 재앙의 예고편일지 모른다. 환경부 조사에서 드러난 게 이 정도이니, '꽥' 소리 한번 못 지르고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생명은 또 얼마나 많을 텐가. 4대강 사업의 사전환경영향평가를 얼렁뚱땅해놓은 결과가 이것인데, 사후환경영향평가조차 부실하게 진행되고 있다니 말문이 막힌다.

지난여름 내성천 답사 중 우연히 만난 하늘다람쥐의 눈빛이 잊히질 않는다. 순간적으로 마주치자 서로는 몇 초간 고압선에 감전된 듯 꼼짝 못 하고 멀뚱히 바라만 봤다. 순간 뇌리에 섬광이 스쳐 갔다. 생명 신비의 전이, 영성적 체험이 이런 건가 싶기도 했다. 담비나 하늘다람쥐, 뜸부기 등은 지표생물이다. 이놈들을 통해 환경오염을 진단하고 내일의 삶을 예견한다. 강원도 평창에서 얼마전에 열린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의 취지도 이런 것이다. 4대강 사업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만, 지표생물들은 인간과 함께 끝까지 살아야 한다. 그래야 인간이 산다. 개발은 미뤘다 해도 되지만 사라지는 동식물들은 지금 챙기지 않으면 영원히 떠나버린다. 멸종은 삶의 끝이 아니던가.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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