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21346

박근혜 청와대, 포탄 오가는데 "군이 알아서 해"?
[군사주권을 빼앗긴 나라의 비극] <3> 한국대통령의 국군통수권(2)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2014.10.29 09:15:07

1962년 10월 22일부터 11월 2일까지 11일 동안 소련의 중거리 핵미사일을 쿠바에 배치하려는 시도를 둘러싸고 미국과 소련이 대치하여 핵전쟁 직전까지 갔던 게 쿠바 미사일 위기다. 훗날 역사는 케네디 대통령과 맥나마라 국방장관이 문민통제를 관철하지 않고 군에만 작전을 맡겼더라면 3차 대전, 즉 핵전쟁까지 갈 상황이었던 심각한 위기였다고 쓰고 있다. 

일찍이 프랑스의 클레망스 총리는 "전쟁은 군에 맡기기에는 너무 중차대한 문제"라고 말한 바 있다. 합법적으로 선출된 정치권력이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현대 민주사회를 유지하는 기본, 즉 문민통제의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군인은 군사적 승리만을 추구하며 극단적 폭력을 불사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군인은 전투를 하는 존재일 뿐이고, 전쟁은 국민이 하는 것이다. 즉 정치가 결정해야 한다. "군의 정치의 수단"이라는 클라우제비츠의 명제를 발전시켜 사무엘 헌팅턴은 군을 도구이고 수단일 뿐이라는 의미로 '도구적 현실주의'를 주장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나? 거꾸로 정치가 군의 도구가 되어가고 있다. 문민통제의 기반이 심각하게 약화되어 우리의 생존을 군 지휘관의 선의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 되는 아주 위험한 일이 일어나는 중이다. 

북한 대표의 인천 방문으로 남북대화가 무르익던 지난 10월 7일, 연평도 인근에서 아침 9시가 넘은 시각에 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NLL)을 월선하기 시작했다. 이를 경보로 발령하자 해군작전사령부, 해군 2함대사령부 상황실에 거의 100여 명의 해군 장교들이 몰려들었고, 조금 후엔 최윤희 합참의장에게도 이 소식이 알려졌다. 

북 경비정과 8.8km 떨어진 우리 고속함 유도탄정에서 북 경비정에 경고사격을 하자 북한이 기관포를 발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북 기관포는 사정거리가 짧아 우리 고속함에 도달할 수가 없다. 게다가 북 경비정은 함포도 없다. 북이 사격을 했다면 우리 고속함에는 '살인면허'가 발급된 것이나 다름없다. 2009년 11월에도 대청도에서 똑같은 상황이 벌어져 우리가 3분간 4960발을 퍼부어 북 승조원 8명을 죽였다. 

그러나 막 사격을 시작한 순간 76미리 주포가 불발탄으로 막혀 나가지 않았다. 40미리 부포도 마찬가지였다. 10여 분간 포를 수리하는 동안 북한 경비정은 어선 사이로 자취를 감추었다. 

이 당시 합참 작전본부장 신원식 중장은 청와대에 전화로 상황을 보고하였으나 청와대는 "군의 교전수칙에 따라 알아서 대응하라"며 일체 작전에 간섭하지 않았다고 언론은 전하고 있다. 작전이 허탕을 치자 승전에 목이 말랐던 해군은 크게 아쉬워했고, 최윤희 합참의장도 "왜 히스토리(역사)를 만들지 못했냐?"며 아쉬워했다. 기어이 피를 보았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청와대는 왜 군보고 알아서 하라며 상황을 방치했을까? 엄청난 사상자가 나고 남북관계가 완전히 파탄날 수 있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군사작전에 정치권력이 개입하는 것을 한국사회에서는 어느새 금기시했기 때문이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청와대가 서해 군사작전에 개입하였다고 정권이 바뀌자 무슨 한풀이 하듯이 고위 장성들이 들고 일어난 이후 감히 어떤 대통령이 군 장성에게 "이래라, 저래라"하겠는가? 그만큼 군사작전은 성역이 되었다. 감히 군을 통제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로부터 사흘이 지난 10월 10일에 연천 일대에서 민간단체가 풍선에 실어 보낸 대북 전단에 대해 북한이 사격을 하고 우리가 대응사격을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군은 이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전방의 장사정포를 대기시키고 대구 공군기지에서 F-15K 편대까지 대기시켜 확전에 대비까지 했다. 

그러나 포격 원점을 파악하지 못한 군이 경고사격을 하는 것으로 대응을 제한하여 사태는 종료되었다. 당시 신원식 합참 작전본부장은 "내가 청와대 비서관에게 보고했고, 청와대는 군의 지휘에 따라 대응하라고 (군에) 위임했다"고 답변했다. 역시 청와대는 상황을 방치했다. 

이번 두 번의 교전에서 청와대의 조치사항은 아예 없다. 세월호 참사 때와 같이 이번에도 청와대는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주장할 셈인가? 단지 "군이 알아서 하라"는 게 청와대의 조치의 전부라면 우리나라 위기관리의 책임자는 과연 누구란 이야긴가? 그렇게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국군통수권은 유명무실화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후 군부대 위문을 딱 한 번 했다. 너무 귀하신 몸이라서 그렇다. 이 나라에는 정부가 두 개 있다.
* 이 연재는 <오마이뉴스>, 김종대 편집장의 페이스북에도 함께 게재됩니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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