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ukmin.tv/news/articleView.html?idxno=7311

대답없는 농성 76일…“더이상 대통령 기다리지 않아”
뉴스K  |  kukmin2013@gmail.com 승인 2014.11.06  02:04:59 수정 2014.11.06  07:36:44


“더이상 대통령에게 눈물 닦아달라고 애걸하는 일을 없을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청와대 인근 농성장을 걷으며 한 말입니다.

“언제든 찾아오라”는 대통령의 약속을 믿고 청운효자동에서 농성을 한지 76일째, 유가족들은 알게모르게 도움을 주고 불편을 감내해 준 주민들과 인근 기관에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윤이나 피디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8월 22일, 세월호 유가족들은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농성을 시작한지 76일째인 오늘, 유가족들은 농성장 철거를 결정하고,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유가족들은 면담 요구에 답하지 않았던 대통령을 더이상 기다리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권미화 / 단원고 오영석 어머니]
“교통 불편을 주면서 주변의 시선을 끌면서까지 여기에 나오게 된 것은 저희와 대한민국 국민에게 이런 일은 없어야 될 일이었기 때문에…저희 더 이상 대통령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저희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었습니다.”

 

유가족들은 70여 일의 농성기간 동안 도움을 준 시민들과 주민센터 직원들, 경찰관 등에게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가족들은 농성장 철거에 서운함을 표하며, 이곳에서 있었던 일화도 털어놨습니다.

 
 
[최지영 / 단원고 고 권순범 어머니]
“아쉽기도 하고 정이 너무 많이 들어가지고… 청와대 계신 분들, 파출소 소장님, 그 외에 주윗 분들이 너무 가족 같았어.”

 
[김종기 / 단원고 고 김수진 아버지]
“주민이라는 분이… 우리를 반대하는 1인시위를 하셨어요. 며칠동안 밥을 편의점에서 사먹어가면서. 그랬던 분이 오히려 우리하고 대화를 나누고 하다보니 오히려 우리를 대변해주는 1인 시위로 바꿨거든요. 반대로.

그래서 우리 유가족하고 밥도 같이 먹고, 커피도 마시고 텐트에 와서 농담도 할 정도로… 그런 진실을 알았을 때 국민들도 우리를 이해하고 지지해주시는구나 하는 것을 느꼈어요.”

 

이곳 농성장은 농성 초기, 경찰이 차벽을 설치하고 일반 시민들의 출입을 통제하면서 과잉 경비라는 지적이 있었고, 청와대 경호실에서 관리하는 주민센터 앞 CCTV가 도로가 아닌 농성장을 향하면서 유가족 감시 논란도 있었습니다.

 
유가족들은 농성을 접고 철수하지만,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은 이제 시작이라며 각오를 다졌습니다.

[김종기 / 단원고 고 김수진 아버지]
“포기는 안 해요. 우리 가족들이... 오히려 저희들은 200일이 넘어가면서 그 200일 동안 팽목항에서부터 단련이 됐어요. 더 강하게. 절대 여기가, 지금 이 시점이 끝났다고 생각을 안 합니다. 특별법이 제정됐다고 해서. 지금이 새롭게 더 앞으로 나갈 시작점이라고 생각하고…”

 
117일을 이어온 국회 본청 앞 농성은 오는 7일 국회 본회의에서 특별법이 통과된 뒤 중단할 계획입니다.

다만 광화문 광장 유가족 농성장은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가족대책위 유경근 대변인은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등 진상규명 과정을 지켜보며 광화문 광장 철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민TV뉴스 윤이나입니다.

응답 없는 청와대, 가족을 외면한 대통령!!!
하지만 새로운 희망이 되어주신 국민!!!
- 76일간의 박근혜 대통령 기다림을 마치며 -
 
이곳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76일을 보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님만을 기다리면서.

언제든 찾아오라는 대통령님의 말씀을 믿었습니다. 면담신청서를 숱하게 제출하면서 그래도 비서관을 통해 무어라 한 마디 전해주실 줄 알았습니다. 수많은 청운동, 효자동 주민과 시민들께서 명절음식을 싸들고 찾아오시던 추석에 한마디 덕담이라도 해주실 줄 알았습니다. 엊그제 국회에서 오가시던 걸음 잠시 멈춰 눈길이라도 마주쳐 주실 줄 알았습니다. 따스한 눈길 한 번에도, 잊지 않고 있다는 짧은 말 한마디에도 서러움과 외로움을 잊곤 하는 저희들에게는 화려한 수식어도, 거창한 모양새도 필요치 않았습니다. 동네 똥개가 집 앞에서 요란하게 짖으면 나가서 쫓아버리거나 하다못해 생선 대가리라도 하나 던져 줍니다. 하물며 당신의 국민들이 아프다고, 서럽다고, 눈물 한 번만 닦아달라고 코앞에서 울고 있는데 설마 이토록 철저히 모른 척 외면하시리라곤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를 떠납니다. 오랫동안 떠나 있던 안산, 우리 가족들에게 돌아갑니다. 잡은 손 놓지 않고 언제나 늘 함께 해주시겠다고 약속해주신 국민들에게 돌아갑니다. 광화문과 전국 곳곳으로 더 많은 국민을 만나러 갑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대통령님께 아프다고, 서럽다고, 눈물 닦아달라고 애걸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이제라도 박근혜 대통령님과 현 정부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근본적/지속적 대책을 마련해 안전한 사회, 단 한 명의 국민도 포기하지 않는 책임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데 앞장서 주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한 공을 세우시는 대통령, 정부가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처음 농성을 시작하던 날이 기억납니다. 저희는 정말 대통령님을 뵙고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 언제든 찾아오라며 흘리시던 대통령님의 눈물을 믿고 무작정 청와대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과연 청와대 앞까지 갈 수는 있을까, 가더라도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동네 주민들이 뭐라 그러는 건 아닐까, 괜히 민폐 끼치는 유가족이라는 말을 듣는 건 아닐까 참 많은 걱정과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런 저희 마음을 아셨는지 지난 76일 동안 정말 많은 청운동, 효자동 주민들과 시민들께서 찾아와 함께 눈물 흘리며 격려와 응원을 해주셨고, 때만 되면 여기저기서 식사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추석에는 전국에서 명절음식과 선물을 너무 많이 보내주셔서 청운·효자동의 어르신들은 물론 각종 시설에 계신 분들과 푸짐하게 나누기도 하였습니다. 퇴근길에 붕어빵 한 봉지, 빵 몇 개를 슬쩍 넣어주고 가시는 주민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빨래를 해주신 배안용 목사님과 사모님. 집밥이 그리울 거라며 수시로 정성 어린 식사를 준비해주신 원불교 교우님들, 성미산 마을 주민분들, 한살림 회원분들. 매일 점심식사를 준비해 주시고 샤워장을 열어주시는 등 온갖 편의를 제공해주신 푸르메 재단 백경학 상임이사님과 재단 직원분들. 직접적인 불편함과 민원을 감수하면서도 전기와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청운·효자동 김오현 동장님과 주민센터 직원분들. 혹시라도 불편한 것이 없는지 주야로 들여다봐 주시고 챙겨주신 임찬흥 파출소장님과 경찰관님들. 여름엔 냉커피로, 싸늘해진 요즘엔 뜨거운 차로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신 커피공방 사장님. 따뜻한 국물과 고구마로 이웃의 정을 느끼게 해주신 블루베리 식당 사장님과 아드님. 수시로 찾아와서 필요한 것 먼저 챙겨주시고 함께 진상규명을 외쳐주신 리멤버0416, 82쿡, 엄마의 노란손수건 회원님들. 엄마들과 함께 바느질을 하며 두런두런 얘기 나눠주신 젤 뜨루다 님을 비롯한 수많은 시민들. 침으로, 물리치료로, 혈압관리 등 건강진단으로 쇠약해진 건강을 챙겨주신 경희솔한의원, 제중한의원, 성수의원의 의사선생님들과 도희 한의사님. 먼 강화에서 매번 음식을 날라주신 마리스타 수녀원, 매일 저녁 기도회로 서러운 마음을 위로해주신 신부님, 목사님, 수사님, 수녀님 그리고 신학생들. 비닐 한 장 치고 노숙하는 모습을 보시고 안타까움에 천막을 준비해주신 명진 스님. 감기 걸리지 말라고 겨울 점퍼를 준비해 주신 정봉주님, 동대문 아디다스 김득경 사장님, 뉴욕의 교민분들. 이 외에도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이 수많은 청운동, 효자동 주민 여러분과 전국 각지의 국민들, 해외 교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자신의 일처럼 아파하며 이곳에서 우리와 함께 상주하며 따뜻한 손발이 되어준 이윤상 목사님, 기현, 영록, 득렬, 해리 등 자원봉사자와 안산시민대책위, 국민대책회의 여러분도 감사합니다. 그리고 법적 근거 없는 경찰의 통제로 찾아오기 힘들었던 이곳 농성장까지 오셔서 세월호 참사의 실상과 진상규명을 위해 싸우는 가족들의 현실을 알고는 함께 눈물 흘리고 분노해주신 모든 국민 여러분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제 저희 가족들은 청와대의 무심함과 이웃과 국민의 정을 함께 느꼈던 이곳을 떠납니다. 대통령님으로부터 위로를 받고 싶어 왔는데 그보다 더욱 더 크고 위대한 주민들과 국민들의 위로와 응원만을 가슴에 가득 채우고 광화문으로, 전국 방방곡곡으로 국민 여러분을 만나기 위해 나섭니다.

국회는 내일모레 세월호 특별법을 통과시킨다고 합니다. 많이 미흡한 법안이지만 그나마 이 정도의 법안이라도 만들어 진상규명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은 모두 청운동, 효자동 주민 여러분들과 국민 여러분들의 지지와 응원 덕분입니다. 앞으로 가야 할 진상규명의 길은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험난하겠지만 그래도 이곳 청운·효자동에서 가슴 가득 채워가는 주민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들의 뜨거운 눈물의 힘으로 더욱 힘차게 나아갈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청운동, 효자동 주민 여러분과 국민, 해외 교민 여러분께 뜨거운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위로와 응원을 새로운 희망으로 삼아 영원히 저희 심장에 새기겠습니다.

2014년 11월 5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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