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권력 붕괴 시작됐다
박영환·이지선 기자 yhpark@kyunghyang.com 입력 : 2011-12-12 18:51:54ㅣ수정 : 2011-12-13 00:19:56
① 이 대통령 탈당론 점화
이명박 정권의 권력붕괴가 시작됐다. ‘박근혜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여당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론이 점화된 것은 상징적이다.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49)은 12일 CBS 인터뷰에서 한나라당 재창당 시 이 대통령이 입당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탈당하는 게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대통령은 중립적 입장에서 내년 선거를 관리하고 국정을 마무리하는 게 옳은 일”이라고 말했다. 여당에서 대통령 탈당론이 공론화된 것은 처음이다. 탈당론은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도모하기 위한 핵심 뇌관 성격이 짙다. 권 의원은 “국민에게 ‘왜 한나라당이 싫으냐’고 물어보면 제일 먼저 ‘한나라당이 이명박 당’ ‘실패한 이명박 정치를 반복하는 당’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시간문제였던 탈당론이 쇄신파에서 점화된 이상 확산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직 대통령의 인기하락→여당의 탈당 요구→여당 없는 국정운영’이라는 역대 정권의 임기말 공식이 되풀이될 공산이 커졌다는 의미다. 탈당론이 정면승부이나, 여당의 정치적 위장술 논란도 따라붙을 상황이다.
② 친·인척 비리 잇달아
대통령 친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76)의 검찰 소환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 의원의 최측근 박배수 보좌관(46·구속)이 SLS그룹과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구명로비 청탁과 함께 7억5000만원을 받은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의원의 다른 비서들도 박 보좌관이 받은 돈의 세탁 과정에 연루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의 사촌 처남 김재홍 KT&G복지재단 이사장(72)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12일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4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김 이사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현 정권 최고 실세 중 한 명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51)은 기업체로부터 부적절한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으로 이번주 검찰 출석을 앞두고 있다.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들의 비리는 가뜩이나 허약한 정권의 도덕적 기반을 완전히 붕괴시켰다. 그러나 대통령과 형님의 측근비리는 이제 시작일 수 있다. 정권 말기에 접어들면서 검찰은 더 이상 청와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있다. 민주당도 12일 ‘대통령 측근비리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키로 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③ 여당 박근혜 체제로
한나라당은 12일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전 대표(59)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비대위 체제로 가기로 결정했다. 비대위 권한 범위를 두고 세력 간 논쟁이 이어지지만, 박 전 대표가 5년여 만에 당의 구원투수로 등판하는 데는 이론이 없다. 2007년 대통령 후보 경선 패배 후 소수파였던 친박계와 친이계의 위치가 바뀌었고, 친박계는 내년 4월 공천권을 요구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3일 경향신문 ‘이상돈·김호기와의 대화’에서 “한나라당이 새 비전, 새 정책, 새 인물로 재창당 수준으로 변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 쇄신파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당 해체 후 재창당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창당이든, 재창당 수준의 쇄신이든 공통점은 ‘박근혜 중심’이다. 그것은 ‘MB 보호막’ ‘국정 동반자’로서의 여당에 질적인 변곡점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이명박 당이라는 이미지와 고리를 끊으려는 움직임이 강화될 것”이라며 “결국 ‘박근혜 당’으로 가자는 말”이라고 했다.
④ MB노믹스 폐기 기로
‘MB노믹스(이 대통령의 경제정책)’는 대대적 수정의 전환점에 섰다. MB노믹스는 기업의 성장을 돕고 부유층 세금을 깎아주면 온기가 아래로 흘러내릴 것이란 구상이다. 하지만 성적은 초라하다. 정부는 12일 내년도 경제성장 전망치를 3.7%로 제시했다. 집권 5년 성장률 목표치 7%의 반토막이다. 지난해까지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94%로 노무현 정부보다 1.02%포인트 높았다.
초라한 성적만큼 정책기조에 대한 반대도 거세다. MB노믹스 핵심인 감세는 지난 9월 여당 반대에 밀려 3년여 만에 포기했다. 한나라당은 이제 감세를 넘어 부자증세를 압박하고 있다.
한나라당 쇄신파들과 박 전 대표는 성장 위주 정책에서 복지확대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더 이상 “재정건전성이 우선”이라며 여당의 요구를 묵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성장·물가·감세 모두 놓치고 양극화는 심화된 채 4대강 사업의 ‘콘크리트 구조물’만 바라보는 처지가 됐다.
⑤ 임기 말도 소통 거부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20%대로 내려앉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12월 첫째 주 정례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27.6%를 기록했다. 1주 전보다 2.4%포인트 떨어졌다.
임기말 청와대 중심의 국정운영을 이끌기엔 동력이 크게 약화됐다. 체감되는 여론은 지표보다 더 싸늘하다. 송년 모임에서 이 대통령과 청와대를 주제로 한 대화는 사라진 풍경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이 대통령 비판 글이 쏟아진다.
보다 심각한 것은 이 대통령의 말에 대한 불신이다. 친서민·중도실용과 공정사회를 내세웠던 국정기조는 서민경제 악화, ‘고소영’ 인사, 친인척·측근비리로 희화화된 상태다. 대통령이란 메신저에 대한 불신현상이 심화돼 분위기 반전 기회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4년간 국회 날치기가 반복돼온 일방적인 국정운영과 인터넷·SNS 통제로 상징되는 소통 거부가 불러온 역풍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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