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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출신 장악 외교안보 라인… 동북아 ‘외교 미아’ 우려 자초
유신모 기자·워싱턴 | 손제민 특파원 simon@kyunghyang.com  입력 : 2014-11-09 22:27:26ㅣ수정 : 2014-11-09 23:27:49

북·미 접촉, 중·일 회담 등 주변 정세 변화 대응 못 해
전략·유연성 없는 강경책에 남북관계·대일외교 ‘단절’
“원칙에 집착 박 정부 외교 한계… 안 바뀌면 한국 위험”

미국이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DNI)을 평양에 보내 억류자 석방 문제를 해결한 것은 한국이 처한 외교적 좌표를 되돌아보게 한다. 북·미가 당장 정치적 대화를 재개하고 관계 개선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양국 관계 최대 걸림돌을 제거한 것은 의미가 크다. 북한과의 관계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기초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과 일본이 시진핑-아베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한 것 역시 한국에 좋은 신호는 아니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플레이어’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만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 정세 흐름에 올라타지 못한 정부

한국이 남북 긴장, 한·일 경색 상태에 고착돼 있는 동안 한반도 주변국들은 정세 변화에 면밀히 대비하고 있다. 북·일 접촉이 납치자 문제로 삐걱거리는 상황에서도 일본은 여전히 북한과 접촉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최근 중·일의 움직임도 정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일본은 집요한 노력 끝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데 성공했다. 일본의 집요한 중국 설득은 한국을 겨냥한 우회 압박 성격도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한국을 불편하게 만든다.

중·일관계 개선의 근본적 사안들은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지만, 중·일은 이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에 동의함으로써 양국관계를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현재 갈등구조가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언제든 전략적 관계로 전환할 수 있는 단계까지는 나아가겠다는 뜻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북·미가 물밑 접촉을 통해 억류자 문제를 해결하면서 후속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정부는 내심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자칫 ‘동북아시아의 외교적 미아’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직 관료 출신 외교소식통은 “박근혜 정부의 외교가 한계에 부딪히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홀로 남겨지는 최악의 상황이 오기 전에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며 “남북관계와 대일외교 기조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군 출신이 장악한 외교안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이 전략적 사고와 유연성을 상실한 채 스스로 입지를 축소시키게 된 것은 군 출신을 중용하는 박근혜 대통령 인사 스타일과 무관치 않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기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합리적 인사로 분류되던 인사들은 외교안보 라인에서 배제됐다. 

출범 초기 외교안보 라인은 남재준 국가정보원장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대표되는 군 출신 인사들로 채워졌다. 대북 정책에서는 북한을 대화 상대가 아닌 타도 대상으로 간주하는 목소리가 여과 없이 나왔고 대일 외교에서 민족주의적 강경 성향이 뚜렷해졌다.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김장수 실장이 물러난 뒤에는 김관진 국방장관이 그 자리를 이어 받았다.

남북관계와 대일 외교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원인은 ‘원칙’에 집착하는 외교 기조 때문이다. 대북 전단 살포와 같은 지엽적 문제로 어렵게 성사된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이 깨졌다. 위안부 문제 진전을 관계 개선의 전제조건화함으로써 한·일관계를 어렵게 가져가게 된 것도 원칙에 집착해 유연성을 잃은 탓이다. 정부 한 소식통은 “원칙을 앞세워 다른 나라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미국이나 중국 같은 강대국에나 가능한 것”이라며 “퇴로를 열어두지 않는 외교는 한국에는 지극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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