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economy/it/664516.html?_fr=mt3

[단독] 네이버·다음 이메일 감청, 이렇게 이뤄진다
등록 : 2014.11.14 11:36수정 : 2014.11.14 13:32

경찰로부터 카카오톡 압수수색을 받은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인권단체연석회의 공권력감시대응팀 등 시민단체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사찰받은 내용을 공개하며 공권력의 카카오톡 압수수색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네이버, ‘숨은 참조’ 방식으로 수사기관 ‘실시간’ 전송
다음카카오, 포워딩 방식…실시간이라 보기 어려워
‘감청영장 거부’ 논란, 사이버 사찰 강화 빌미 우려
다음카카오 명확한 입장부터 밝혀야

다음카카오와 검찰이 ‘한메일’ 이용자에 대한 감청영장 협조 거부 문제를 놓고 논란을 벌이는 과정에서 다음카카오와 네이버 등의 이메일에 대한 정보·수사기관의 감청이 업체별로 어떻게 이뤄지는지가 드러났다. 정보·수사기관의 이메일 감청 방법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기는 처음으로, 이를 통해 다음카카오가 정보·수사기관의 이메일 감청영장 집행 협조 요청을 거부한 이유도 엿볼 수 있다.

14일 포털업계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보면, 네이버는 이메일 서버에서 감청 대상자 이메일을 복사해 정보·수사기관에 넘겨주는 방식으로 이메일 감청영장 집행에 협조를 하고 있다. 감청 대상자가 보내는 이메일은 발신 서버에서, 받는 이메일은 수신 서버를 지나는 과정에서 자동으로 송·수신자 몰래 복사돼 감청을 집행하는 정보·수사기관으로 보내진다. 수신자의 ‘받은 메일함’에 도착하기 전에 복사돼 보내진다는 점에서 실시간 감청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고 해당 업체는 설명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숨은 참조(Bcc)’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이메일 송·수신 과정에서 송·수신자 몰래 복사해 정보·수사기관에 보내주는 게 이메일을 보낼 때 수신자 몰래 다른 사람한테 보낼 수 있게 하는 ‘숨은 참조’ 기능과 같다는 것이다. 하지만 네이버는 “포워딩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이 업체 관계자는 “숨은 참조 방식은 어감이 좋지 않다. 중간에 복사해 보내주는 것도 포워딩 방식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다음카카오는 ‘한메일’에 대해, 지난달 ‘카카오톡 사찰’ 논란을 빚는 과정에서 이석우 공동대표가 카톡 이용자에 대한 감청영장 집행 협조 불응 방침을 선언하기 전까지는 포워딩 방식으로 감청 협조를 해왔다. 감청 대상자가 송·수신한 이메일을 넘겨주는(포워딩해주는) 방식이다. 이미 보냈거나 받은 상태에서 넘겨준다는 점에서 실시간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해당 업체 쪽의 설명이다.

다음카카오는 이를 검찰의 이메일 감청영장 집행 협조 요청을 거부하는 근거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톡과 마찬가지로 이메일도 감청영장 대상이 아닌 압수수색 영장 대상이라고 보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음카카오가 포워딩 방식으로 계속 정보·수사기관의 감청영장 집행 협조 요청에 응할 경우, 실시간 감청이 아니라는 이유로 카톡의 감청영장 집행 협조 요청에 거부하는 논리를 스스로 뒤집는 꼴이 된다. 다음카카오가 한메일에 대한 감청영장 집행 협조 방식을 실시간 감청이 가능하도록 바꿀지, 아니면 카톡에 대한 감청영장 협조 요청 거부 논리를 적용해 계속 불응할지 결정해야 할 처지로 몰린 셈”이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2일 다음카카오가 10월 이후 이메일 감청 협조 요청에 불응하고 있다고 밝히며, 대응책 마련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검찰은 관련 법 정비와 감청장비 개발 속내도 드러냈다. 다음카카오는 이에 대해 14일까지도 “회사 방침으로 아무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메일 이용자에 대한 감청영장 집행 협조 요청을 거부했다는 검찰의 발표가 사실인지 아닌지도 확인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왜 거부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가 언제 (검찰의 감청영장 집행 협조 요청을) 거부했다고 했느냐?”고 되물었다.

포털업계와 시민단체 쪽에서는 다음카카오의 이메일 감청영장 집행 협조 요청 거부 논란이, 정보·수사기관이 사이버 사찰을 강화하는 기폭제로 악용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다음카카오한테 검찰의 감청영장 집행 협조 요청에 순순히 응하라고 할 수도 없어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덩달아 다음카카오가 서둘러 ‘사실’을 밝히고, 입장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포털업체 관계자는 “이용자들로부터 ‘다음카카오는 이메일 감청영장 협조 요청을 거부하는데, 너네들은 왜 협조하느냐? 이용자 프라이버시 보호 의지가 약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질 수 있다. 이대로라면 우리도 거부한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정보·수사기관이 어떻게 나오겠냐”고 말했다. 다른 포털업체 간부는 “정보·수사기관이 감청 협조 의무를 강화하는 쪽으로 통신비밀보호법을 개정하거나, 패킷감청장비를 들여와 서버에 꽂겠다고 할까봐 심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정보·수사기관이 다음카카오의 감청영장 협조 거부 사태를 사이버 검열을 강화하는 기회로 만들기 위한 프레임을 짜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 다음카카오 쪽이 왜 정보·수사기관의 감청영장 집행 협조 요청을 거부하는지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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