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65163.html

[단독] 최첨단이라는 통영함에 물고기 쫓는 ‘어군 탐지기’
등록 : 2014.11.19 00:31수정 : 2014.11.19 08:33

2012년 10월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열린 통영함의 진수식 모습. 천안함 사건 이후 새로 건조한 최신식 구조함이지만 성능 문제로 아직 취역조차 하지 않았다. 거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세월호 투입 논란 들끓던 5월, 
 
군용 음파탐지기 성능 문제되자 성능 더 나쁜 어선용 탐지기 달아, 해군에 넘기려 땜질 처방 의혹
 방사청 “성능 보려고 일단 장착 허가” 일부에선 “장착 자체로 법규 위반”

세월호 참사 뒤 해군 구조함인 통영함 투입 논란이 한창 벌어지고 있던 5월, 통영함 음파탐지기(음탐기·소나)가 참치잡이배 등에 다는 어군탐지기를 개량한 장비로 교체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핵심장비인 음탐기 성능 문제로 해군이 통영함 인수를 거부해오자, 방위사업청(방사청)이 제대로 된 검사도 없이 군용으로 부적절한 장비를 달아 해군에 넘기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인다.

■ 물고기 쫓는 어군탐지기 장착한 통영함

진성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방사청에서 받은 ‘통영함/소해함 선체고정음탐기 관련 협조회의’ 문서를 보면, 6월25일 통영함 도입 주무부서인 방사청 상륙함사업팀 주관으로 방사청 시험평가2과, 해군본부 통신전자기술과, 대우조선해양 관계자 등 18명이 참석한 회의가 열렸다. 감사원 특별감사로 통영함과 소해함의 음탐기 성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드러나자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다.

회의에서 해군본부 통신전자기술과는 “(현재) 통영함에 설치된 SH90은 어군탐지기로 알려져 있는 장비”라며 군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애초 군수업체인 헤켄코는 통영함과 소해함에 6219만달러(660여억원) 규모의 음탐기 MS3850(5대)을 납품하기로 했다. 하지만 해당 장비가 요구 성능을 충족하지 못하자 해군은 통영함 인수를 거부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4월16일 세월호 사고가 일어나자, 현장에 투입되지 못한 채 조선소에 정박중인 통영함과 관련해 군과 방사청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이 무렵인 5월에 헤켄코가 방사청 허가를 받아 통영함에 상용 어군탐지기인 SH90을 탑재한 것이다. SH90 제작사는 누리집에서 SH90이 참치떼 등을 쫓는 어군탐지기(Fish finding sonar)라고 소개하고 있다.

해양 장비업체의 한 관계자는 “군용 음탐기와 어군탐지기는 목적이 전혀 다르다. 어탐기는 하방(아래쪽) 관측이 주용도다. 광범위한 측면이나 빠르게 이동하는 물체 등을 탐지할 필요가 있는 군용 음탐기보다 탐지 범위가 좁고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상용품은 군이 요구하는 구체적 조건을 만족시킬 수 없다. 개량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최첨단 수상 구조함으로 건조됐지만 출항 한번 하지 못한 해군 통영함(3500t급)이 지난 7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내 특수선 안벽에 정박한 채 방진포에 덮여 있다. 조선소 쪽은 최근 통영함 주변의 다른 선박 도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페인트나 분진의 유입을 막으려고 이런 조처를 취했다고 밝혔다. 거제/연합뉴스,

■ 어군탐지기 장착 과정도 의문

어선에서 사용하는 어군탐지기를 통영함에 장착한 것 자체가 법규 위반이라는 지적도 있다. 진 의원이 공개한 회의자료를 보면, 6월27일 열린 2차 협조회의에서 방사청 국제장비계약팀은 “결함/하자 구상은 동일한 기종(MS3850)으로 수행하여야 하며 방위사업법규 및 계약서상 이종품은 수용 불가”하다고 밝혔다. 애초 달기로 한 것과 다른 어탐기를 통영함에 설치한 것 자체가 위법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사청 상륙함사업팀은 지난 4월 통영함을 보관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쪽에 ‘기존 음탐기 성능을 개량한 장비를 보낼 테니 설치에 협조해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새 장비는 4월 말에 입고됐고, 방사청은 주문한 제품과 납품받은 제품이 같은지 등을 확인하는 입고 검사를 진행했다. 방사청 지휘 아래 어군탐지기가 군함인 통영함에 장착된 것이다. 통영함과 마찬가지로 MS3850 음탐기가 설치된 소해함에 대해서는 헤켄코가 “기술사양과 설치성을 고려”해 하자 구상 계획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는데, 통영함에만 세월호 사고 직후 어군탐지기를 설치한 것도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이에 대해 김시철 방사청 대변인은 “해군에 빨리 넘기기 위해 새 음탐기(SH90)를 설치한 것은 아니다. 성능 평가를 해봐야 해서 일단 통영함에 장착은 했던 것뿐이다. 절차상으로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새 음탐기는 시험평가서도 없고 해군이 요구한 어떤 조건도 충족하지 못한 장비여서 사용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문제의 음탐기 납품 계약을 맺은 헤켄코의 강덕원(43) 대표와 전직 방사청 직원 2명 등은 2억원짜리 음탐기를 41억원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문홍성)는 후속 수사를 진행중인데, 검찰·경찰·국방부·감사원 등이 참여하는 대규모 방산비리 합동수사단을 출범시키는 방안이 정부 안에서 논의되고 있다.

진성준 의원은 “군함인 통영함에 고기를 잡는 어군탐지기를 달게 했다는 것은 안보를 포기한 것이다. 세월호 이후 통영함 투입 논란이 벌어지자 자신들의 잘못을 은폐하려는 헤켄코를 도우려 한 것으로 보인다. 엄중한 문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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