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10158.html
[편집국에서] 나꼼수를 애청한 ‘경박한’ 국민 / 손준현
[한겨레] 등록 : 20111214 19:30
나꼼수 신드롬, 이것은 팩트다
또 MB정부에서는 아직 조롱거리가
무궁무진하다는 것도 팩트다
≫ 손준현 에디터부문장
<나는 꼼수다> 청취자들 모두가 경박한 사람이 됐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자도 경박한 사람으로 몰렸다. 그제 밤 <100분 토론>에서 ㅈ일보 논설위원은 나꼼수를 겨냥해 “한국의 인터넷 문화가 경박하다”고 정의했다. 그는 앞뒤를 자른 채 ‘촛불난동’이라는 말로, 소통에 대한 열망 분출마저 불평분자의 개념없는 일탈쯤으로 간단히 치부했다. 쾌도난마다.
따끔한 충고는 계속됐다. “나꼼수는 이명박 대통령만 비판할 게 아니라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도 비판하라”고. 이른바 ‘비평의 대상이 편파적’이라는 주장이다. 나꼼수가 이 대통령에게만 바치는 ‘가카 헌정방송’인 줄 몰랐나 보다.
나꼼수는 평균 다운로드만 200만건, 조회수 600만건을 기록하며, 부동의 팟캐스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퍼 나른 방송을 청취한 연인원은 셀 수 없이 많고 그만큼 신뢰도도 높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의 조사를 보면, 기존 언론의 대명사인 조중동과 나꼼수 보도 중에서 어느 쪽을 더 신뢰하느냐는 물음에 40%가 나꼼수라고 답해 조중동을 꼽은 응답 17.2%의 두 배를 넘었다. 기존 언론보다 나꼼수를 더 신뢰하는 대부분의 국민도 도맷금으로 경박한 사람으로 전락한 셈이다.
시청하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신문 밥을 먹는 사람으로서 나꼼수가 제기한 ‘괴담’이 일부 사실로 드러난 데 따른 당혹감 때문이다. 나만 그런 자괴감이 든 건 아니었다.
“기자들이여, 각성하자. 언제까지 나꼼수의 ‘특종’ 행진을 지켜만 볼 것인가. 이러다 밥그릇 다 날아간다.” 이 말은 100분 토론에 나온 논설위원과 같은 곳에서 일하는 동료가 칼럼에 쓴 내용이다. 그는 “중앙선관위 홈페이지를 공격한 것이 여당 국회의원의 비서였다는 경찰의 충격적 발표를 접하고 우선 떠오른 것은 나꼼수였다”고 했다. 또 독자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신문의 살길이라고 덧붙였다.
다시 100분 토론에 나온 그 논설위원으로 돌아가 보자. 그는 동료 논설위원이 자책한, 신뢰의 상실을 고민해야 할 대목에서 “우리가 언제 편파보도를 했느냐”며 당당하게 맞섰다. 조중동이 보수 편향이라는 점은 누구나 아는 일인데도 언제나 중립적으로 보도해왔다는 태도다. 자신들만이 공정성을 지킨다는 오만과 사회자까지 가르치려 드는 독선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는 나꼼수에 ‘정확한 팩트’를 주문했다. 교과서에 나와 있듯이 언론 보도는 사실 확인과 꼼꼼한 검증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겨우 4명의 나꼼수가 ‘합리적 의심’이라는 그물을 던져 ‘결과론적 특종’을 낚았다면, 몇백명의 언론사는 왜 그런 특종을 못하는지 스스로 묻는 게 먼저다. 눈감고 싶었거나, 누가 시키지 않아서? 이 정권의 정보통제가 심해서?
사실 나꼼수는 언론이 아니라 토크쇼에 가깝다. 4명이 모여 이 정권에서 벌어지는 이해할 수 없는 수많은 의문점을 가지고 ‘경박하게’ 논다. 진실이 뭔지 확인하고 검증하는 것은 직업기자의 몫이다. 나꼼수보다 더 신뢰를 받도록 팩트 싸움에서 승리해야 하는 것도 기존 언론의 몫이다. 그게 나꼼수의 꼼수를 검증하고 이기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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