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67075.html

36년 된 노후 선박…악천후 속 조업 강행하다 사고 당한듯
등록 : 2014.12.01 22:29수정 : 2014.12.01 23:31

1일 오후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침몰한 사조산업의 1753t급 명태잡이 트롤선인 501오룡호의 모습. 사조산업 제공 연합뉴스
 
[한국어선 서베링해 침몰] 
한국인 10명 등 52명 실종 안팎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침몰한 명태잡이 원양어선 ‘501오룡호’의 선사인 사조산업은 1일 부산 서구 남부민동의 부산본부 4층에 사고대책본부를 꾸리고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사고 수습에 나섰다. 사조산업 쪽은 이번 사고를 회사 설립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사고로 보고 있다.

사조산업은 “이날 오후, 잡은 물고기와 그물을 두는 임시저장고로 넘쳐 들어온 바닷물이 배수가 되지 않아 배가 왼쪽으로 기울었다. 펌프로 바닷물을 빼냈지만, 결국 퇴선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쪽은 이어 “4명의 선원이 구명뗏목으로 탈출했고, 나머지 생존자들은 부유물에 의지해 탈출한 것으로 보인다”며 “침몰 지점의 풍속이 초속 20m가량 되고 파도의 높이도 4m에 달해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악천후에 무리한 조업 아니었냐”는 질문에 “여기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조업 여부는 선장이 판단한다”고 대답했다.

저장고로 바닷물 유입 ‘기우뚱’,  선원 4명만 구명 뗏목으로 탈출 
강풍에 파도 4m…구조에 난항, 사조 설립 이래 최대 규모 사고 
대책본부 모인 가족들 애간장, “무리한 조업탓 아닌가” 따지기도

501오룡호에 탄 11명의 한국인 선원은 서울(2명), 부산(7명), 경남(2명)에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조산업의 선박팀장인 임채옥 이사는 “501오룡호에는 한국 선원 외에 인도네시아 선원 35명, 필리핀 선원 13명, 러시아 감독관 1명 등 60명이 타고 있었다”며 “현재 구조된 사람은 7명으로 모두 외국 선원이고, 한국 선원 1명은 구조된 뒤 저체온증으로 숨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원이 많았던 것은 국내 인력 부족 때문으로 보인다. 원양어선 선원이 과거와 달리 ‘위험·기피 직종’이 되면서 부족한 인력을 동남아시아 등에서 온 외국인으로 고용하는 경우가 늘었다. 2012년 기준으로 한국인 선원은 3만9000명, 외국인 선원은 2만1000명이다. 6만명이 필요하지만 한국인 선원이 부족해 이를 외국인 선원으로 채우면서, 외국인 선원은 2000년 8000명에서 꾸준히 늘어왔다. 이 가운데는 체류기간이 끝난 뒤에도 불법체류 형태로 선원으로 종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밤 사고 소식을 듣고 대책본부로 달려온 선원들의 가족 10여명은 침통한 표정으로 구조 조식이 들려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렸다. 오룡호에서 기관장으로 일하고 있는 김치우(53)씨의 사촌 형(55)은 “선원들이 구조됐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아 애가 탄다. 이달에 부산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알았는데 배가 침몰했다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 어서 빨리 동생이 가족 품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씨의 사촌 동생은 “나도 연안 어선을 타는 뱃사람이다. 풍속이 초속 20m에 파도 높이가 4m 정도면 거의 작은 태풍 급이다. 조업을 하면 안 되는 상황에서 조업을 해 사고가 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사조산업은 1971년 ㈜시전사로 설립돼 참치연승(횟감용 참치를 주낙으로 잡는 것), 참치선망(통조림용 참치를 선망으로 잡는 것), 명태트롤, 오징어 채낚이 등 원양어업을 모태로 성장해왔다. 현재는 ‘사조참치’를 비롯한 식품제조업·식육가공업·도축업·도소매업에서 골프장 운영 등 레저 산업까지 사업 영역이 확장된 상태다. 지난해 매출 1조5670억원을 올렸다.

사조산업은 명태사업 부문과 관련해 러시아 정부가 수산업을 전략산업화하고 외국인에 대한 쿼터 배정 축소 및 조업 규제를 강화하자, 명태 쿼터 확보 및 매출 증대를 위해 북양트롤선(오룡호) 1척 및 대구저연승 3척을 투입해 러시아 현지에 합작회사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오룡호가 선령 36년의 노후 선박이라는 점도 주목되고 있다. 이 배는 1978년 11월 스페인에서 건조돼 다른 노후 선박을 대체하려고 2010년 사조산업에서 인수했다. 2014년 한국선원통계연보를 보면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의 원양어선 308척 가운데 76%에 이르는 235척이 선령 25년 이상 된 배다. 원양어선의 노후화 문제는 전부터 우려를 사왔다. 2010년 국정감사에서도 그전 5년간의 원양어선 사고 13건 가운데 10건이 선령 30년 이상 된 어선, 3건이 선령 20~30년 어선에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 선령 노후화가 사고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부산/김영동 기자, 김효진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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