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67198.html?_fr=mt2

‘제2 세월호’ 방지는 커녕…어선 침몰 뒤 국민안전처는 없었다
등록 : 2014.12.02 20:29



승선인원 질문에 “해수부서 확인” 
1차 대책회의 해수부가 주도하고 주무 부처는 끝내 외교부로 일원화
안전처 한 일은 신고 접수·전달뿐 ‘컨트롤 타워’ 아닌 ‘통신타워’ 역할 

이번 501오룡호 침몰 사고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반성으로 지난 11월19일 출범한 국민안전처의 첫번째 시험대였다. 안전처는 이 사고 수습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내지 못함으로써 애초 표방한 ‘컨트롤 타워’에 미치지 못했다. 1만여명의 거대 조직인 안전처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2일 비공개 브리핑의 들머리에서 외교부의 한 관리는 “안전처와 해양수산부, 외교부가 손발이 맞지 않아 우왕좌왕한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실제로는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초기에 사고를 인지하게 된 가장 큰 공헌은 안전처가 러시아 쪽의 ‘별도 채널’에서 정보를 받아서 외교부와 해수부에 전달해줬기 때문”이라며 안전처의 활약을 추켜세웠다.

하지만 조금 뒤 문답 과정에서 이 외교부 관리는 안전처의 활약을 조금 다르게 설명했다. “안전처 산하 해양안전본부 상황센터에서 (501오룡호의) 위성 조난 신고를 접수해 러시아에 확인을 요청하고 외교부와 해수부에 전달했다”는 것이었다. 안전처가 ‘별도 채널’을 통해 501오룡호의 조난 사실을 독자적으로 확인한 것이 아니라, ‘위성 신고’를 받아서 이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었다.

이 장면에서 드러난 것처럼 이번 사고에서 안전처는 애초 표방한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1일 오후 5시30분께 <한겨레> 기자가 해수부 고위 관리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고의 주무 부처가 어디냐? 해수부냐? 안전처냐?”라고 물었을 때 이 관리는 “아직 모른다”고 대답했다. 재난 안전의 ‘컨트롤 타워’라는 안전처가 맨 처음 사고를 접수했고, 이미 3시간 이상 지났는데도 안전처는 주무 부처가 아니었고, 주무 부처는 정해지지도 않았던 것이다.

비슷한 시각 안전처도 기자들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승선 인원과 배 제원에 대한 자세한 상황은 해양수산부에서 확인해 달라. 원양 어선의 출항에 대한 허가는 해수부에서 한다. 안전처는 사고와 구조에 대한 설명을 러시아 쪽에서 듣고 있다.” 안전처가 ‘컨트롤 타워’가 맞다면 모든 공식적인 발표와 설명은 안전처에서 나오는 게 맞았을 것이다.

그 뒤에도 안전처의 이렇다 할 역할이나 활동은 찾아볼 수가 없다. 1차 사고 대책 회의와 사고 대책 본부 구성은 해수부가 맡았고, 외교부와 해수부, 안전처가 참석한 정부 합동 대책 회의는 밤 10시 외교부 주재로 열렸다. 2일 아침 6시 정부는 이번 사고의 대 언론 창구를 ‘외교부’로 일원화한다고 발표했다. 외교부가 주무 부처라는 이야기였다. 심지어 해수부가 이 사고와 관련된 2개의 공식 자료와 1개의 사진, 1개의 지도, 외교부가 4개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동안 안전처는 꿀먹는 벙어리였다. 이번에 안전처가 한 일이라고는 위성 신고를 접수해서 관련 부처에 전달한 일뿐이었다.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 ‘통신 타워’이었던 셈이다.

이와 함께 이번 사고에서도 문제가 된 것은 행정부의 대책없는 ‘분산’이었다. 이번 사고에 얽힌 부처들 가운데 외교부와 안전처는 서울청사에 있고, 해수부는 세종청사에 있다. 정부 합동 대책 회의가 사고 접수 뒤 8시간 만에 열린 것은 이 때문이었다. 이것은 세월호 참사 때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안전처는 세종시에 있는 총리실의 직속 기관으로 앞으로 세종시에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로는 서울의 청와대의 지시에 따를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중대한 재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세종/김규원 기자, 부산/김영동 기자,
정태우 김외현 기자 che@hani.co.kr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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