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나, 쫄고 있니…”
[한겨레] 정혁준 기자   등록 : 20111215 11:40 | 수정 : 20111215 11:41

‘나꼼수’ 중심으로 SNS서 퍼지는 ‘반 하나은행’ 운동
“가카 절친 김승유, 왜 론스타에 돈 안겨주려 안달하나”

≫ 누리꾼이 올린 하나금융 해지 인증샷.

‘쫄지마, 씨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서 늘 하는 말이다.

이 말에 은근히 신경 쓰는 사람은 ’가카’ 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곳에서 ‘쫄고’ 있다.

바로 하나금융그룹이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에 반대하는 이른바 ‘하나은행 뱅크런’(Bank Run·대규모 예금인출) 운동이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셜네트워크(SNS) 공간에선 하나은행 카드를 가위로 자르거나 하나은행 계좌를 해지했다는 인증 샷이 올라오는 등 ‘반(反)하나은행’ 운동이 거세게 펼쳐지고 있다.

‘점심시간 짬내서 하나은행 해지 하러 왔습니다! 범죄 집단 론스타에게 프리미엄까지 주는 하나은행이랑 거래 거부 합니다!’

‘하나은행 해지하고 타은행 발급 받아서 몇 개 은행 변경 신청하고 외환은행 창구에 놓인 국부유출 백만명 반대 서명하고 왔습니다. 오늘 따라 외환은행 직원들이 제일 멋지고 이뿌던데요 힘내세요!!!’

‘뭐라도 하자는 마음에서 하나은행에 가서 주민등록증 내고 저의 모든 기록 삭제해 주세요. 했더니 텔러가 바로 알아듣는다…. 네 모든 계좌해지해 드리겠습니다…. 휴먼계좌 1만9300원하고 모두 13만1250원을 환급받았다.’

‘Farewell 하나은행! 해지인증샷!! 격무에 시달리느라(ㅋㅋ) 깜빡 잊을 …….줄 알았지? 해치웠다, 이것들!! 적금포함 통장 3개와 카드 2개.’

이런 움직임의 진원지는 나꼼수였다. 나꼼수 31회에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건을 소재로 ‘론스타의 이익을 하나금융이 챙겨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부터다.

김어준 총수는 “론스타가 일종의 징벌적 매각명령을 받았는데 하나은행이 프리미엄을 얹어서 사려고 한다. 가카의 절친인 김승유 회장이 계신 하나은행이 왜 론스타에게 돈을 안겨주지 못해 안달하느냐”고 지적했다. 이후 다음 ‘아고라’ 등에 계좌 해지를 촉구하는 글들이 올라왔고 트위터를 중심으로 ‘하나SK카드 해지’ 움직임이 불을 붙고 있다.

나꼼수의 자매방송인 <나는 꼽사리다>에 출연하는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도 이런 움직임에 동조했다.

우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하나은행을 쓰러뜨리자는 것이 아니라 부당한 상황에 하나은행이 가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라며 “너희가 잘 못했으니 우리가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겠다는 모피아(금융계 내 재정경제부 출신들)와 시민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한국 금융사에서 최초로 시민 목소리가 나온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우 교수는 또 “‘징벌적 뱅크런’이라는 말, 정말 잘 만들었더라. 내 머리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말”이라며 “론스타에 대한 징벌적 매각이 이뤄지면 되는 것인데 그게 안 되니 비꼰 것 아닌가. 이런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정말 예상 못했다. 보통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대외적으로는 “실제 현장에서 봤을 때는 SNS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만큼 크게 인출사태가 발생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히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상당히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확산 태세를 경계하는 듯 관련 글들은 삭제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8일 한 포털 사이트에 올라와 높은 조회 수와 댓글을 기록했던 ‘하나은행 뱅크런 운동’ 관련 글이 하나금융의 명예훼손 신고로 블라인드 조처됐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나꼼수를 듣지는 않지만 나꼼수에서 나온 얘기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고 있다”면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각각의 장점을 살려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금융 산업에 기여를 하려는 것인데 오해를 하고 있는 여론들이 있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은 “SNS의 순기능도 있지만,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잘 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악기능도 있다”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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