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0392 

조웅 목사, 세월호 유언비어 그리고 정윤회
[기자수첩] 정윤회 국정개입설 청와대 책임 있는 답변이 필요한 이유
입력 : 2014-12-03  09:42:02   노출 : 2014.12.03  13:26:23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지난해 2월 박근혜 대통령의 사생활 문제를 담은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인수위원회를 구성하고 국정운영을 막 시작할 때였다. 수십만명이 동영상을 검색했고, 영상 속 폭로 인물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동영상 속 주인공이었던 조웅 목사는 박 대통령이 지난 2002년 평양 방문 때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은 돈 500억 원을 들고 갔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과 박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 차마 입에 담기 민망한 주장도 내놨다. 

검찰은 발빠르게 대응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소속 수사관은 언론 인터뷰 도중 조웅 목사를 긴급체포했다. 그리고 한달이 채 지나지 않아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 혐의로 조 목사를 구속 기소했다. 

결국 조웅 목사는 법의 심판을 받았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전파성이 강한 인터넷 방송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고, 대법원은 지난 5월 원심을 확정했다. 

뜬금없이 조웅 목사 얘기를 꺼낸 건 세계일보가 보도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동향보고서 내용 때문이다. 

검찰의 조웅 목사 범죄사실에 따르면 조 목사는 박근혜 대통령 뒤에 A가 있고 박근혜 대통령을 A의 허수아비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A가 모든 인사권을 쥐고 밀실정치를 하고 있고, 인수위 구성원 및 공직임명자도 A의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조웅 목사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도 청와대 3인방과의 관계를 통한 A의 내각 인선 전횡 등을 전하기도 했다. A는 바로 정윤회씨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동향보고서의 내용 가운데 조웅 목사의 주장과 다른 게 있다면,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 유포를 지시했다는 인사 개입 행위와 비선권력과의 접촉 등 구체적인 정황을 담고 있고 그것이 정부의 공식 문건이라는 점이다. 

조웅 목사가 주장했던 내용을 포함한 정씨의 대한 ‘루머’는 말그대로 풍문으로 존재해왔지만 ‘루머’가 근거가 있는 국정농단행위라는 것이 동향보고서 내용인데 도대체 청와대는 어떤 조치를 취했느냐는 것이다. 

청와대가 정부 공식 보고서까지 올라온 루머의 진상에 대해 확인을 한 흔적은 찾을 수 없다. 세계일보 보도로 보고서가 공개되자 허둥지둥 '찌라시에 가까운 풍문'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하고 있을 뿐이다. 

동향 보고서가 작성된 시점은 지난 1월 6일이다. 적어도 '찌라시에 불과하다'라는 해명이 통하려면 보고서가 공개되기 전까지 관련 내용을 조사하고 이에 대한 결과가 있다면 공개하는 것이 상식적이라는 얘기다. 청와대 3인방의 인사 개입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청와대 3인방과 접촉을 하지 않았다는 정윤회씨의 말도 바뀌고 있다. 많은 정황들이 문건 내용에 실체가 있다고 가리키고 있다.

▲ 11월 28일 세계일보가 공개한 청와대 문건
 
실형을 살았던 조웅 목사는 가슴을 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자신이 폭로했던 정씨의 국정농단행위 정황이 청와대 공식 문건으로 나왔는데도 청와대는 별다른 진위 확인 없이 루머의 진앙지인 정씨를 적극 옹호하고 있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의혹을 제기했던 누리꾼들도 억울해 보이긴 마찬가지다. 지난 9월 ‘사이버상의 국론을 분열시키는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성 발언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박근혜 대통령 발언 이후 검찰은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사범 엄단 대응 방침을 밝혔고 전담수사팀을 만들었다. 그리고 잠수함 충돌설 의혹을 제기했던 우아무개씨를 구속기소했다.

일개 누리꾼의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발 빠르게 수사하면서 청와대는 그동안 온갖 풍문과 함께 국정개입 의혹 언론보도의 주인공이었던 정윤회에 대해서는 어떠한 '경고'도 보내지 않았다. 더구나 정씨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 행적 논란의 한 가운데 서 있었던 인물이다. 어떠한 루머보다 국정에 막대한 누를 끼친 것이 정씨의 루머였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을 담은 것이 청와대 동향보고서다. 

박근혜 대통령은 동향보고서에 대해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일축하면서 문건 유출에 대한 검찰 수사를 주문했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정윤회씨의 '루머'가 진짜 '루머'인지 청와대의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 비선권력들의 암투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추리소설 같은 얘기가 아니라 ‘찌라시 같은 풍문’이 어떻게 청와대 동향보고서로 존재할 수 있었는지 책임 있는 답변을 말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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