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비서관 ‘거짓말 탐지기’ 걸렸는데 무시했다
[한겨레] 유선희 기자  등록 : 20111215 21:08 | 수정 : 20111215 21:11
   
경찰 “개인간 거래”→“대가 가능성”→“대가 없다”
민주당 “조 청장, ‘1억 금전거래’ 빼라고 지시해”
윗선 개입 가능성·짜맞추기 수사 등 의구심 커져 

≫ 조현오 경찰청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로비에서 열린 성탄절 트리 점등식에서 참석자들의 인사말을 듣는 모습이 연설대 사이로 보인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대가성 없는 사인 간의 거래다”(14일 오전 브리핑)→“대가성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15일 오전 보도자료)→“(대가성 없다는) 결론은 달라진 것이 없다”(15일 오후 브리핑)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날 벌어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공격 사건과 관련해, 주요 피의자와 참고인 사이의 1억원에 이르는 금전거래 사실을 숨겨 ‘사건 축소·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경찰이 돈거래의 대가성 여부를 놓고 말바꾸기까지 하면서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경찰이 애초 박희태 국회의장 전 비서 김아무개(30)씨가 디도스 공격 주범 공아무개(27·구속·최구식 한나라당 의원 전 비서)씨에게 송금한 1천만원에 대해 대가성 없는 사인 간 거래라고 밝혔다가 15일 오전 말을 바꾼 근거는 ‘거짓말 탐지기’ 조사 결과다. 김씨는 14일 밤 이뤄진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 “공씨한테 넘어간 1천만원 돈의 성격이 디도스 공격과 관련된 것을 인지했느냐”는 세 번의 질문에 ‘거짓말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경찰은 △김씨와 공씨 사이에 평소 금전거래가 없었다는 점 △차용증을 작성하지 않은 점 △이 돈이 다시 디도스 공격을 실행한 강아무개(25·구속·아이티업체 대표)씨에게 건너간 점 등을 추가로 대가성을 의심할 수 있는 근거로 들었다.

≫ 10·26 재보선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 특별수사팀 수사관들이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차량으로 걸어가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그러나 경찰은 15일 오후 2시 브리핑을 하면서 “오전에 보도자료가 잘못 작성된 것일 뿐, 경찰의 판단은 달라진 것이 없다”며 스스로 작성한 보도자료 내용을 부인했다. 황운하 경찰청 수사기획관은 “김씨가 공씨에게 건넨 1천만원이 강아무개씨에게 건너간 점과 차용증을 쓰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대가성 여부를 100% 부정할 순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대가성을 입증할 물증이 지금까지 나오지 않아 이번 사건이 ‘공씨의 우발적 단독범행’이라는 경찰의 입장은 바뀐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 스스로 참고인인 김씨의 범행 연루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계속 김씨를 수사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이번 사건이 공씨의 단독범행이고 돈거래의 대가성도 없다는 쪽으로 몰아가는 데 대해서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욱이 경찰이 대가성 여부를 놓고 오락가락하는 과정에서 금전거래에 대한 의구심은 확산되고 있다. 또 김씨가 이 자금들을 과연 100% 본인이 조달했다고 할 수 없는 만큼, 윗선이 개입돼 자금을 융통해줬을 의혹마저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조현오 경찰청장이 김씨와 공씨·강씨 사이에 오간 금전거래 내용을 수사 결과에 포함하지 말도록 지시하는 등 발표 수위를 조절했고, 이 과정에서 수사 결과가 일정 부분 ‘짜맞추기’ 된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특히 지난 9일 수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경찰 수뇌부가 3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를 여는 등 상당한 진통 끝에 수사 결과 보도자료 최종 문안이 작성됐다고 알려졌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 나오는 사건 축소·은폐 의혹을 뒷받침해주는 정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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