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주기, 유가족 무시한 채 중남미 떠난 박 대통령
박 대통령, 팽목항서 ‘나홀로 담화’…‘시행령 폐기’ 확답도 없어
최명규 기자 acrow@vop.co.kr 최종업데이트 2015-04-16 19:32:55

세월호 침몰 참사 1주기인 4월 16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세월호 침몰 참사 1주기인 4월 16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민중의소리

세월호 참사 1주기인 4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은 유가족들을 무시한 채 9박12일 간의 중남미 순방을 떠났다.

박 대통령은 콜롬비아, 페루, 칠레, 브라질 등 중남미 4개국 순방을 위해 이날 오후 경기 성남 소재 서울공항에서 전용기편으로 출국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이날 정오께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이주영 전 해수부 장관, 이낙연 전남도지사,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과 함께 전남 진도 팽목항을 방문했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그 자리에 없었다. 정부에 대한 항의 표시로 이날 오전 팽목항 분향소를 임시 폐쇄한 뒤 추모식이 예정돼 있던 경기 안산으로 모두 올라온 상태였기 때문이다.

유가족들은 박 대통령에게 '시행령 철회'와 '세월호 인양'에 대한 확답을 갖고 안산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그 요구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팽목항으로 향했다.

박 대통령, 유가족 없는 팽목항에서 '나홀로 담화'

박 대통령은 유가족들도 없는 팽목항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나홀로 담화'라는 비판이 나왔다.

인양 문제 관련해 "빠른 시일 내에 선체 인양에 나서도록 하겠다"는 한 발 나아간 입장이 나오긴 했지만, 유가족들이 요구하고 있는 '정부 시행령안 폐기' 문제는 도외시했다. 유가족들 사이에서는 "하나 마나 한 얘기"라는 말이 나왔다.

담화에는 '가만히 있으라'는 주문도 담겨 있었다. 박 대통령은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유가족들에게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참사 관련해 진상규명을 시작하기는커녕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고, 유가족들이 정부를 비판하며 눈물의 삭발, 단식, 농성 등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이를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결국 유가족들은 오후 2시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열릴 예정됐던 추모식을 취소했다. 4.16 가족협의회 유경근(고 유예은 학생 아버지) 집행위원장은 "박 대통령은 하나 마나 한 말씀만 하고 떠났다"며 "눈물 흘릴 자유조차 가로막는 정부와 대통령에게 매우 서운하다는 말씀을 드리는 동시에, 이런 사태에 이른 데 대한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박 대통령이 참사 1주기 당일 출국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사회, 야당을 중심으로 "도피성 출장",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남미순방 안녕히 가세요. 돌아오지 않으셔도 됩니다"라는 내용의 전단이 정부 주관 '국민안전 다짐대회' 행사장에 뿌려지기도 했다. 게다가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국내에서 박 대통령을 대리할 이완구 국무총리가 사실상 '식물 총리'가 돼 버린 상황에서 '순방 연기' 요구도 제기됐다.

그러나 청와대는 '세일즈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순방을 연기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고, 박 대통령은 이날 예정대로 출국길에 올랐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 등 관련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의 긴급면담 때문에 출국 시간이 3시간 정도 늦춰졌을 뿐이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은 16일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예정된 '세월호 참사 1년 4.16 합동 분향식'에 박근혜 대통령 자리가 비어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은 16일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예정된 '세월호 참사 1년 4.16 합동 분향식'에 박근혜 대통령 자리가 비어있다.ⓒ정의철 기자

세월호 참사 1주기인 4월 16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국민안전처가 연 '제1회 국민안전의 날 국민안전 다짐대회' 행사장 앞에 뿌려진 전단
세월호 참사 1주기인 4월 16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국민안전처가 연 '제1회 국민안전의 날 국민안전 다짐대회' 행사장 앞에 뿌려진 전단ⓒ양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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