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워크아웃'..2013년 베트남 순방 후 '일사천리'
JTBC | 심수미 | 입력 2015.04.22 20:37


[앵커]

2013년 경남기업 워크아웃을 둘러싼 의혹 중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입니다. 경남기업 채권단과 금감원장 등이 동행했는데, 이때 찾은 곳은 경남기업이 베트남에 소유하고 있는 랜드마크72였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때 한복모델로도 등장을 해서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저희가 지난주 성완종 다이어리를 입수해서 단독보도하면서 전해드린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바로 한 달 뒤에 경남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이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2013년 베트남 순방 전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짚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심수미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우선 준비한 내용을 전해주시죠.

[기자]

2013년 9월 성완종 전 회장의 다이어리입니다.

8일부터 10일까지 'VIP 베트남 방문'이라고 굵게 표시돼 있습니다.

당시 약 80명의 경제사절단이 꾸려졌는데요, 역대 최대 규모의 베트남 국빈 방문이었습니다.

아까 말씀하셨듯이 박 대통령이 한복을 입고 현지 패션쇼에 모델로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패션쇼가 열린 장소가 경남기업이 현지에 소유한 랜드마크72라는 건물입니다.

당시에는 별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금융권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었습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서진원 신한은행장,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용환 한국수출입은행장 등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3번째 워크아웃을 앞둔 경남기업의 생사를 결정하는 위치에 있었다는 점입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수출입은행은 경남기업의 주채권단이었고, 최 전 원장은 경남기업 워크아웃을 감독하는 최종 책임자였습니다.

베트남 방문 이후의 일들을 살펴보면, 한 달 뒤인 10월 29일. 자금난에 빠진 경남기업은 신한은행 등 채권단에 추가 지원을 요청했고, 이 요청은 이틀 만에 승인되는 등 워크아웃이 일사천리로 이뤄졌습니다.

[앵커]

자금의 규모도 만만치 않은데요. 그렇다면 당시 성 전 회장이 정치권을 통해 경제사절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런 얘기가 되겠죠?

[기자]

네, 성 전 회장의 다이어리를 보면 대통령 베트남 순방 전후로 정치권 유력 실세를 잇달아 만납니다.

9월 4일과 5일 대통령 최측근인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만나고, 5일엔 국정 2인자인 정홍원 전 국무총리를 만납니다.

순방을 다녀온 뒤엔 최경환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만납니다.

청와대와 여당 내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들을 차례로 접촉했던 겁니다.

워크아웃 당시에도 외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집중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성 전 회장이 정치권을 통하지 않고 금융권 인사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습니까?

[기자]

네, 순방을 앞둔 8월 26일, 충청 출신인 성 전 회장이 조직한 충청포럼 행사가 열렸는데요.

이때 충청 출신인 당시 최수현 금감원장과 조영제 금감원 부원장이 참석했습니다.

9월 중순부터는 대통령 순방에 동행했던 김용환, 이순우, 서진원 전 행장을 차례로 접촉합니다.

[앵커]

다 만났단 얘기군요. 만나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는 저희가 현장에 있지 않았으니 모르겠습니다만, 어떤 얘기가 오갔겠느냐 하는 것은 추측으로 얼마든지 알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드는데, 로비나 외압이 있었다 하더라도 6300억이라는 돈은 보통 돈이 아니잖아요? 쉽게 지원할 수 있겠느냐 하는 의구심도 생기는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취재진이 베트남 현지에서도 확인한 바 있지만 경남기업의 주수익원이라 할 수 있는 베트남 현지 랜드마크72의 분양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채권단이 거액의 자금을 지원한 건데요.

또 통상적인 워크아웃과 달리 대주주나 경영진에게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도 묻지 않았습니다.

[앵커]

그런 상태에서 그 큰 돈을 그냥 지원한다? 상식적으로는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감사원에서 이 부분을 눈여겨보고 있지는 않습니까?

[기자]

네, 감사원이 포착하고 있는 부분을 다시 설명드리면, 다이어리를 보시면 성 전 회장은 대통령 순방을 앞둔 9월 4일과 7일 김진수 당시 금감원 기업금융개선 국장을 성완종 회장이 만납니다.

국장을 보면 경남기업 워크아웃을 담당했던 임원입니다. 성완종 전 회장은 임원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로 불렀던 겁니다.

감사원에선 김 전 국장이 채권단을 대상으로 외압을 행사했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앵커]

금융권이 정치 외압에 휘둘린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요?

[기자]

이번 사태는 90년대 한보철강 사태와 비교를 하기도 합니다.

당시 부실기업인 한보철강이 정치권 금품로비를 통해 특혜를 받았던 사건인데요.

이번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된 인사들도 로비나 외압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당시처럼 형사 처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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