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플러스] "공천 받으려면.." 이유있는 정치후원금 실태
JTBC | 정제윤 | 입력 2015.04.22 21:30

 
[앵커]

저희 JTBC는 이완구 총리가 사퇴했던 밤에 이완구 총리의 불법 정치후원금 모금 의혹을 보도했습니다. 또 불법은 아니지만 대가성이 있어 보이는 정치후원금 역시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대개 지역구 국회의원은 그 지역 기초단체장이나 기초단체 의원의 공천에 영향력을 막강하게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있는데요. 그래서 선거를 앞두고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너나 없이 후원금을 내는건 대충 어떤 목적인지 짐작이 가는 대목입니다. 저희 취재팀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의원의 후원금 내역과 이들에게 돈을 낸 후원자들을 인터뷰했습니다.

정제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홍문종 의원의 2012년부터 2014년 사이 후원자 내역입니다.

취재팀이 확인해본 결과 이 중 7명이 경기도 의회 의원이거나 지원했던 후보자들입니다.

경기도의원을 지낸 박모 씨는 2013년 11월과 두 달 후인 2014년 1월 두차례에 걸쳐 500만원씩 모두 천만원을 후원했습니다.

후원금을 낸 뒤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박모 씨는 이천시장직에 새누리당 공천 신청을 했습니다.

박씨는 단지 친분이 있어서 후원을 한 거라고 설명합니다.

[박모 씨/전 기초단체장 후보자 : 특별한 건 아니고, 같이 골프 멤버고 자주 만났었어요.]

박씨처럼 두 달 새 천만 원씩이나 후원한 건 매우 드문 일입니다.

더구나 공천 직전이었다는 점에서 의도가 있어보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홍의원에게 후원한 또 다른 시의원 후보자 허모 씨. 기초단체의원이 되려면 후원금은 필수라고 얘기합니다.

[허모 씨/기초단체의원 후보자 : (정치권 관계자가 말하길) 공천 후원금 인사를 해야 공천이 된다는 거예요.]

홍문종 의원은 2013년 5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새누리당 사무총장을 지냈습니다.

[엄호성/전 한나라당 의원 : 사무총장 등 중요 직책을 맡은 의원들은 다른 사람에 대한 공천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에 대해 홍문종 의원 측은 "지방선거 공천과 후원금은 무관하다"면서 "실제로 돈을 낸 박 씨는 공천을 받지도 못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습니다.

허씨는 자신이 속한 지역의 이모 국회의원에겐 후원금 외에 돈을 더 가져다 줘야 한다는 말도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허모 씨/기초단체의원 후보자 : (다른 사람들은) 공천 후원금을 따로 낸다는 거예요. 500만원 말고. 어떤 사람은 느닷없이 전화 와서 이OO(의원)한테 돈을 빨리 갖다 주라는 거예요. 3천만원 이상을 갖다 주라고. 그래서 제가 뭐라고 했냐면 저는 그런 거 안 한다고.]

그러다 보니 의원들이 얘기하기도 전에 돈을 싸들고 가기도 합니다.

2010년엔 이기수 경기도 여주군수가 당시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한 직후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범관 의원에게 현금으로 2억원을 건네려다 이 의원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한모 인천시의원은 유정복 인천시장에게 2013년 3월 500만원을 후원했습니다.

한모 시의원은 그 다음해인 2014년 군의원 공천 신청을 했습니다.

이완구 총리의 정치 후원금 내역에서도 현직 군의원이 이 총리에게 차명으로 후원금을 건넨 정황은 여럿 있었습니다.

[권씨 측근 : 김OO이가 청양에 군의원으로 나와야 하는데, 새누리당을 타야 하니까 자기 이름으로 후원금 내놓고 자기가 공천받으면 모양새가 안 좋잖아요.]

전직 서울시의원을 지낸 곽재웅 전 시의원은 국회의원들이 공천 헌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놓습니다.

곽씨는 간접적으로 공천 헌금 압박을 받았으나 후원금 마련을 하지 않았고, 결국 공천은 받지 못했습니다.

[곽재웅/전 서울시의원 : 당원들 모아놓고 (국회의원들이) 강의를 많이 하게 되죠. 후원금 내고) 베팅 좀 하라고 그럴 때는 정말 죽을 맛이죠.]

기초단체장이 되면 돈과 명예가 따라오니까 투자 개념으로 생각하라는 식으로 압박한다는 겁니다.

[곽재웅/전 서울시의원 : 2억을 버는데 여러분 베팅해볼 생각 없느냐고 하면 앉아있는 당원들 같은 경우엔 맞아, 의원이 됐잖아요. 명예도 있고. 하는데 우리도 후원 좀 하지. 밥 좀 사지. 이렇게.]

공기업 임원 지원자들도 정치 후원금은 필수 과목입니다.

안홍철 한국투자공사 사장은 투자공사 사장 선임을 앞두고 서병수 부산시장과 유정복 인천시장에게 후원금을 냈습니다.

안 사장은 8년간 서 시장과 유 시장을 포함해 최경환 경제부총리까지 친박근혜계 핵심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무려 83차례나 후원금을 냈습니다.

금액만 무려 4천만원에 가깝습니다.

[안홍철/한국투자공사 사장 : 이 사람들 뭐 학교 선후배인줄 알았더니 대학 선후배만 챙기고 이렇게 되니까 제가 상당히 부담스러웠죠. 그래서 솔직하게 했죠.]

후원금 명목이어서 법적으로 문제는 안 되지만 지역 단체장 후보자들이나 공기업 임원 후보자들에게 돈을 받는 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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