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정무·민정수석 ‘긴밀 조율’ 뒤 경찰청장에 연락
[한겨레] 유선희 기자   등록 : 20111218 19:35 | 수정 : 20111218 23:00
   
김효재 수석-조현오 청장 접촉
행정관 연루·1억 돈거래 밝혀지자 두차례 전화
경찰이 중요 단서 파악한 날과 통화 시점 일치
“청와대서 연락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외압의혹”·

≫ 지난 6월20일 오후 조현오 경찰청장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자 서울 미근동 경찰청을 나서며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 디도스 공격 사건 수사 발표 이전에 조현오 경찰청장에게 두 차례나 전화를 건 데 이어 정진영 민정수석과 사건 내용에 대해 긴밀히 상의까지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경찰 수사에 개입해 사건을 축소·은폐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사정당국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김 정무수석이 조 청장에게 전화를 건 시점은 지난 7일 오전과 오후다. 이때는 박희태 국회의장 전 비서인 김아무개(30)씨가 사건의 주범 공아무개(27·구속·최구식 한나라당 의원 전 비서)씨 등에게 1억원의 돈을 보낸 사실과, 박아무개(38) 청와대 행정관이 사건 연루자들 가운데 일부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날 1차 술자리를 함께한 사실을 경찰이 파악한 직후다.

지난 6일 오후 박 의장 전 비서 김씨는 본인의 통장 거래내역 사본과 전세계약서 등 돈거래와 관련한 서류들을 경찰에 임의제출하고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이날 김씨가 공씨에게 10월20일 1천만원을 송금했고, 디도스 공격을 실행한 강아무개(25·구속·아이티업체 사장)씨 계좌를 통해 차아무개(27·구속)씨에게도 9천만원을 전달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수사팀은 이 사실을 7일 오전 7시께 청와대에 먼저 보고했다. 김 정무수석은 경찰의 보고서를 받은 뒤, 조 청장에게 전화를 해 사실 여부를 물었다. 이때 아직 보고를 받지 못했던 조 청장은 오전 8시께 수사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왜 청와대에 먼저 보고를 하느냐”고 수사팀을 강하게 질책한 뒤, 김 정무수석에게 다시 전화를 해 수사 내용을 설명했다. 김 정무수석이 사건의 주요 참고인과 피의자들 사이의 돈거래가 대가성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러한 사실이 외부로 흘러나가는 것을 사전에 막으려 조 청장에게 전화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해볼 수 있는 정황이다.

≫ 김효재 정무수석-조현오 경찰청장 통화 시점에 무슨 일 있었나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7일 오후 5시께 수사팀은 청와대 박 행정관이 선거 전날인 10월25일 디도스 사건 연루자들 중 일부와 술을 곁들여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이 사실은 곧바로 조 청장에게 보고됐으며, 당일에 청와대에도 보고됐다. 이에 김 정무수석은 이날 오후 또다시 조 청장에게 전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행정관 관련 사실을 공개하지 말도록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대목이다. 이렇게 조 청장과 전화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김 정무수석은 정진영 민정수석과 수사 내용에 대해 상의를 했다는 것이 사정당국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 하루 전인 8일 밤 언론보도를 통해 박 행정관이 술자리에 참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은 박 행정관에 대한 소환조사 사실을 공개할 수밖에 없게 됐다. 경찰 안팎에서는 김 정무수석이 조 청장과의 통화 사실은 물론, 통화 내용과 대응 방법 등에 대해 정 민정수석과 상의를 하면서 청와대는 물론 정치권에까지 소문이 퍼졌고, 이 때문에 박 행정관의 술자리 참석 사실과 사건 관련자들 사이의 돈거래 내용, 김 정무수석과 조 청장의 통화 사실 등이 언론에 흘러나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조 청장과 청와대는 “사건 관련 사실을 확인하려 했을 뿐 압력을 행사하지도, 받지도 않았다”고 펄쩍 뛰고 있다. 관련 사실을 보도한 시사주간지 <한겨레21>에 법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엄포까지 놓은 상황이다.

그러나 경찰 내부에선 청와대가 수사중인 사건과 관련해 경찰 수뇌부에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외압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청 한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가 경찰의 수사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는 것은 아직까지 남아 있는 바람직하지 않은 구태”라며 “청와대가 수뇌부에 전화를 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하니, 청와대 행정관도 경찰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왔던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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