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1202040005

[여적]김연아·박태환 '왜 찍혔을까'
이기환 논설위원 입력 2016.11.20 20:44 

[경향신문] 올해 상반기 스포츠계를 뜨겁게 달군 이슈가 있었다. 2014년 9월 금지약물 복용으로 18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던 박태환 선수의 리우 올림픽 출전을 둘러싼 논란이었다. 의견은 팽팽했다. ‘금지약물 복용의 경우 징계만료 후 3년간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대한체육회 규정에 따라 출전시키면 안된다는 주장이 있었다. 반면 국제수영연맹의 징계가 올 3월 끝났으므로 체육회 규정은 ‘이중처벌’이라는 이야기도 만만치 않았다. 필자는 금지약물 복용이 스포츠정신을 훼손하는 행위이고, 그 후유증도 심각하다는 점에서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국내외 법정소송으로 비화한 논쟁은 결국 박태환 측의 승리로 끝났다.

그런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관여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이 과정에서 박태환을 협박한 녹취록이 공개됐다. 녹취록은 “앙금이 생기면 단국대(박태환의 모교)와 기업이 부담갈 것”이며 “대한체육회에 이겨도 이긴 게 아니다”라는 협박을 담고 있다. 이어 ‘올림픽 출전을 포기할 경우 기업 스폰서를 받도록 해주겠다’는 등의 회유도 곁들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저 법정소송의 결과를 기다리면 될 일이 아닌가. 왜 굳이 문체부 차관이 나서 집요한 협박과 회유를 불사했을까. 그리 할 일이 없었던 것일까. 얼마 전 체육계 고위인사가 경향신문 기자에게 들려줬다는 이야기가 심상찮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박태환이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의원 시절 주최한 한 행사에 참가를 요청받았다는 것. 그런데 박태환 측이 이런저런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다는 것. 그래서 미운털이 박혔다는 것이다.

피겨여왕 김연아씨 보복피해 의혹도 수상하다. 김연아씨가 차은택씨 주도로 만든 ‘늘품체조’ 시연회에 참석을 요청받았다가 거절했다는 것. 동계올림픽 홍보대사 김씨가 자신의 이미지에 맞지 않은 체조행사에 불참한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이후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김연아는 찍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건에 박근혜·최순실의 이름만 갖다놓으면 여지없이 퍼즐이 맞춰진다. 그 결과 힘없는 체육계는 만신창이가 됐다. 우연한 일일까.

<이기환 논설위원>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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