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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띄워 문재인 잡는다? 조선일보의 '꼼수'
[비평] 일단 질러보는 추측성 보도 "박원순과 비문 연대 도모"… "노무현 친구 맞구나" 야권 분열·문재인 흔들기 노림수 가능성
장슬기 기자 wit@mediatoday.co.kr  2016년 12월 12일 월요일
       
조선일보가 이재명 성남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한 달 간 ‘이재명’을 제목으로 한 기사는 “‘이재명 따라하기’…野 주자들 강성 발언 경쟁”(11월19일자 3면)을 시작으로 10건에 이른다. ‘정치인은 부고를 빼면 언론에 많이 노출될수록 좋다’는 말을 고려하면 조선일보가 이 시장을 띄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면에 이후 이 시장의 강도 높은 발언이 대중에게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달 초에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도 지지율 오차범위에서 경쟁하게 됐으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그런면이 있다. 그러나 비슷한 성향의 중앙일보·동아일보와 비교해보면 차이가 크다. 

같은 기간(11월19일~12월12일) ‘이재명’을 제목으로 한 기사는 두 신문사를 합쳐도 4건, 12일자 동아일보의 이 시장 인터뷰 기사를 포함해도 5건에 불과하다. 또한 5건 중 3건이 12일자 기사라는 걸 보면 조선일보의 이재명 띄우기가 다른 신문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 


▲ 지난 5일자 조선일보 기사

조선일보의 이 시장 관련 기사는 내용면에도 이 시장에 우호적이다. 지난달 26일 “호남에 공들이는 이재명…2주 연속 광주行” 기사를 통해 종교지도자들 예방, 강연, 촛불집회 등 이 시장 행보에 대해 보도했다. 또한 “이 시장은 지난 19일에도 고 백남기 농민의 광주 묘역을 찾는 등 최근들어 부쩍 호남 민심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라고 보도했다. 호남이 야권의 또 다른 대선주자 문 전 대표의 취약지역이란 점에서 이 시장의 행보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볼만하다.  

이재명 띄우기 

조선일보는 지난 7일 김종인 민주당 의원이 라디오에서 “이 시장이 민의를 재빠르게 읽었다고 볼 수 있다”며 “이 상황이 지속되면 ‘문 전 대표가 확실하게 집권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가 많이 생길 것”이라고 말한 것을 인용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이 “이 시장은 국민의 마음을 잘 반영하고 잘 대응했다”고 평한 것과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조선일보에 “(이 시장이) 시중에 알려진 것처럼 단순한 선동가가 아니었다”며 “자기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수단을 찾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현실 정치인이었다”고 말한 사실도 보도했다. 


▲ 이재명 성남시장. 사진=이치열 기자

주간조선도 지난 5일 “지지율 급상승…이재명 성남시장이 뜨는 이유”란 이 시장 심층인터뷰 기사에서 그의 정책과 성격, 지지율 상승요인 등에 대해 살폈다. “분당서 걷은 年 1조원 믿고…이재명, 공짜복지 정치쇼”(2월2일자) 등에서 보듯이 조선일보는 그동안 이 시장 정책에 대해 꾸준히 ‘좌파 포퓰리즘’, ‘공짜복지’ 등의 표현을 쓰며 비난에 가까운 보도를 해온 신문이다.  

대권 주자 이재명의 지지율이 촛불을 타고 상승하고 있다. 최근 박 대통령 탄핵 관련 조선일보 사설을 보면 촛불 민심을 의식해 이재명에 주목하는 게 아니라는 건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재명을 띄울까?  

2012년 김두관 띄워 문재인 흔들기 

‘이이제이(以夷制夷)’. 이재명을 띄워 야권의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선일보는 12일자에서 “이 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서로 ‘형님’, ‘동생’하며 친분을 드러냈다”며 “정치권에선 ‘성향이 비슷한 두 사람이 비문(非文)연대를 도모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고 보도했다. 박 시장을 이 시장과 묶어 야권을 ‘친문 vs 비문(이재명)’으로 나누려는 의도다. 이런 야권분열은 과거에도 자주 확인됐다. 


▲ 지난 2012년 5월26일 조선일보 1면 기사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유력 대선후보였던 문재인을 견제하기 위해 조선일보는 김두관 경남지사를 내세웠다. 당시 이명박 정부의 실정으로 인해 정권교체가 유력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했기 때문에 조선일보의 위기감을 느낄 수 있다.

2012년 5월26일 조선일보는 “김두관 ‘총선패배 책임, 문재인에도 있어’”라는 1면기사를 통해 문재인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기사에서 “김 지사가 24일 민주당 인사들과의 모임에서 ‘4·11총선 패배의 책임이 한명숙 전 대표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문재인 상임고문 등에도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김 전 지사는 조선일보의 보도를 ‘왜곡보도’로 규정하며 “나와 문 의원 사이를 갈라놓으려 애쓴다”고 비판했다.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통합당 대표경선에서 이해찬 후보과 김한길 후보의 경선을 ‘친노 vs 비노’ 구도로 바라봤고, 두 후보의 대결을 ‘문재인 vs 김두관’의 대리전 격으로 해석했다. 김두관을 띄워 문재인을 흔드는 게 조선일보 보도의 취지였다. 조선일보 의도대로 ‘친노=이해찬=문재인 vs 비노=김한길=김두관’의 이분법은 사안은 단순화하는 효과가 있다.  

지난 총선 안철수 띄우기  

조선일보는 야권을 분열시키기 위해 야권 후발주자에 힘을 싣는다. 지난 4월5일 조선일보는 “상승세 타는 安…속 타는 두 남자”, “호남發 ‘녹색바람’ 수도권까지 불어올까” 등의 기사에서 국민의당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여기서 두 남자란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양당 대표(김무성, 김종인)를 말한다.  

하지만 당시 기사 말미에 언급한 것처럼 “안 대표 외에 수도권에서 독자적으로 당선자를 낼 수 있는 수준”이 되지 못했다. 유권자들은 야권이 분열한 상황에서 ‘될 만한’ 야당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았고, 조선일보는 국민의당의 바람이 호남에 국한됐음에도 희망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야권분열을 심화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조선일보의 본심은? 

지난 10일자 강석철 논설고문의 칼럼을 통해 조선일보의 본심을 엿볼 수 있다. 강 고문은 “요즘 문재인을 바라보고 있으면 ‘노무현 친구가 맞나’하는 생각이 고개를 든다”고 지적했다. 노무현은 정치적 고비마다 자신에게 불리한 ‘게임 규칙’을 받아들였고 그런 무모함이 노무현을 만들었지만 문재인은 그렇지 않다는 내용의 지적이다.


▲ 지난 10일 조선일보 강석철 논설고문 칼럼

지적엔 타당한 측면이 있다. 강 고문은 “탄핵 이전에 문재인은 거국 내각을 주장했다. 대통령이 비슷한 카드를 내밀자 입장을 바꿨다. 국회가 퇴진 일정을 잡아달라니까 이번에는 탄핵으로 돌아섰다”라고 지적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문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해 ‘기득권 유지를 위한 행보’라는 지적은 조선일보 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꾸준히 나왔다.  

강 고문은 문재인의 지지율을 언급하며 ‘최대 기득권자’로 규정했다. 강 고문은 “노무현은 여론을 만들었고, 문재인은 여론을 뒤쫓아 간다”며 “같은 포퓰리즘이라도 천양지차”라고 지적했다. 포퓰리즘이란 단어를 낙인찍는 용도로 사용하는 조선일보가 포퓰리스트를 이재명에서 문재인으로 변경한 것이다.  

조선일보의 고민은 여권에 문재인 또는 이재명에 맞설 후보가 없다는 점이다. 조선일보 12일자 “대선 주자 안보여…고민 깊어가는 與”에서 최근 여론조사에서 야권의 지지율 합은 57%인 반면 여권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20%)을 제외하면 유승민 의원 3% 등이라는 사실을 언급했다.  

조선일보는 “사정이 이렇다보니 차기 대선과 관련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온다”며 “친박계에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손학규 전 민주당 고문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비박계는 신당을 창당해 반 총장을 영입해 ‘반(反)문재인’을 기치로 대선을 치르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다.

조선일보의 ‘이재명 띄우기’는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 당시 조직이 없던 안철수 후보에 대해 문재인 후보는 낮은 지지율에도 단일화를 쟁취했다. 이 시장의 지지율이 문 전 대표를 뛰어넘더라도 이 시장이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기 만만치 않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그럴수록 조선일보의 이재명 띄우기는 문재인 흔들기에 효과적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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