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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내통했던’ 헌법재판소에 남아 있는 불신과 우려
강경훈 기자 qwereer@vop.co.kr 발행 2016-12-09 19:57:43 수정 2016-12-09 19:57:43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서를 접수받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심리 절차가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정당해산 사건 처리 과정에서 청와대와의 커넥션 의혹이 불거진 데다 박근혜 정권 들어 심리했던 각종 정치적인 사건에서 정권의 입맛에 맞는 결정을 내놨던 헌재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공개된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따르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헌재에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지시하는 등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뚜렷이 드러났다.

비망록 내용대로라면 당시 헌재는 정당해산에 대한 재판관들의 이견이 있다는 점을 포함한 심리 진행 상황과 선고기일 날짜 등을 김 전 실장에게 조목조목 보고했다. 또 김 전 실장을 통해 청와대는 정당해산 결정이 나기 이틀 전에 이미 그 결론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양지웅 기자

박한철 헌재소장과의 구체적인 커넥션 정황도 있다. 비망록에는 김 전 실장이 2014년 10월 4일 진보당 해산 심판을 ‘연내 선고 방침’으로 지시한 것으로 나오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달 17일 국정조사에서 박한철 헌재소장이 이 방침을 그대로 선언했다.

김기춘이 없어진 현재 청와대와 헌재가 여전히 커넥션을 유지하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이미 지금의 헌재와 박한철 소장이 헌재의 존립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청와대발 초대형 정당해산 공작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탄핵 심판 절차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국민들 입장에선 미심쩍은 부분이다.

박 대통령이 ‘즉각 퇴진’이라는 국민적 여론을 무시하고 지난 6일 “탄핵 가결 시 헌재 과정을 보며 담담히 가겠다”고 밝힌 데에도 어떠한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정도다. 박 대통령의 이 발언은 탄핵심판 기각 가능성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헌재, 그동안 ‘박근혜’ 연관 헌법소원 하나도 처리 안 해

박 대통령과 관련된 헌법소원 사건이 법정 시한까지 넘겨 계류돼 있다는 점도 미심쩍은 부분이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현재 헌재에는 대통령 탄핵 사유와 관련이 있는 헌법소원 2건과 국정운영 실책과 관련된 헌법소원 3건이 180일 넘게 계류돼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38조는 “심판 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종국 결정의 선고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이들 헌법소원 중 2건은 각각 세월호 참사 구조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것과 언론탄압 및 보도개입 의혹에 대한 것이다.

세월호 구조 부작위 헌법소원은 정부가 사고 직후 적절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아 국민 생명에 대한 보호 의무를 위배했다며 유족들이 낸 사건이다. 이는 탄핵소추안에 포함된 ‘세월호 7시간’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보도개입 의혹에 대한 헌법소원의 경우 이정현 당시 홍보수석비서관이 KBS에 세월호 참사 보도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과 관련된 것이다.

박 소장이 임기 내에 이들 헌법소원을 모두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그 결과가 탄핵심판의 가늠자가 될 지도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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