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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경찰에 금전거래 은폐 압력 행사했다” 
[표지 이야기] 청와대 비서실이 경찰 수뇌부에 핫라인 통해 선관위 디도스 공격 관련자 금전거래 등 은폐 압력 행사… 청와대와 경찰은 무엇이 드러날까 걱정해 금방 탄로날 거짓말을 했을까
[2011.12.26 제891호] 특별취재팀 han21@hani.co.kr

≫ 조현오 경찰청장이 지난 12월1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로비에서 열린 성탄절 트리 점등식에 참석했다. 연설대에 비친 조 청장의 모습. <한겨레> 류우종 기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거짓은 거짓을 부른다. 하지만 거듭된 거짓도 진실의 힘을 막을 수는 없다. <한겨레21>은 디도스 공격의 당사자로 지목된 4명이 검거된 직후인 12월 초 특별취재팀을 구성했다. 그 결과, <한겨레21>은 ‘돈거래는 없었다’던 경찰의 12월9일 수사 결과 발표를 정면으로 뒤집는 “디도스 공격 ‘금전거래’ 있었다”는 기사를 12월14일 인터넷판으로 단독 보도했다. 이 보도 직후 경찰은 범행 관련자 사이의 돈거래 사실을 확인했음을 시인했다. 이어 경찰은 사건 당시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인 김아무개(30)씨를 불러들여 조사한 뒤, “(금전 거래의) 대가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발표했다.

손발을 맞춰야 한다는 청와대 전화

하지만 복수의 사정 당국 관계자들로부터 확인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 디도스 공격의 실체에서 돈거래가 전부는 아니다. 커다란 배후가 있는 2011년판 ‘3·15 부정선거’인지, 경찰의 애초 발표대로 20대 여당 의원 비서의 단독 범행인지 진실의 싸움은 이제 겨우 시작이다.

그래서 <한겨레21>은 한 걸음 더 내딛는다. 지난 12월초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인 공아무개(27·구속)씨의 검거를 전후해서 경찰 최고 수뇌부가 청와대 쪽과 교감을 거쳤다는 정황 및 증언을 확보했다. 당시 청와대와 경찰청은 ‘핫라인’을 통해, 범행이 비롯된 술자리에 청와대 행정관이 참석했다는 사실과 디도스 공격을 둘러싼 돈거래 내역, 이 두 가지 사안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손발이 맞지 않아 뭐를 못해먹겠습니다.”

지난 12월1일, 경찰 최고위급 간부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청와대 정무수석실 치안비서관이었다. 경찰청 최고위 관계자에게 직접 건 전화였다. 사건 전날인 10월25일 저녁 범행 관련자들의 술자리에 참석한 청와대 행정관의 존재를 감추려 한 것도, 디도스 공격을 전후한 돈거래를 감춘 것도 이 한 통의 전화가 시작이다. 12월1일, 선관위 디도스 공격이 이뤄진 뒤 경찰이 추적해 붙잡은 공씨가 최구식 의원의 비서라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다. 치안비서관은 청와대에서 파견 근무하는 치안감 직위(지방경찰청 차장급)의 경찰이다. 청와대는 경찰이 최고위급으로 가기 위한 일종의 관문이다. 조현오 경찰청장도 청와대에서 행정관을 지냈다. 차기 경찰청장이 유력하다는 이강덕 서울경찰청장도 청와대 근무를 했다. 청와대의 의중은 비서실을 통해 전달되는 게 상례다. 문제는 전화의 내용이다.

“청와대는 패닉에 빠졌다.”

치안비서관이 전했다는 청와대의 당시 정황이다. 사정 당국 고위 관계자의 증언과 민주당 한 의원의 전언은 동시에 이 전화 통화 내용을 뒷받침한다. 청와대는 공씨의 신원이 언론에 공개된 것을 두고 경찰의 돌발행동이라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청와대는 경찰이 공씨의 신원을 언론에 공개한 것을 두고 경찰의 돌발행동이라고 판단했다”며 “이에 따라 치안비서관은 ‘손발’을 맞춰야 한다는 뜻을 (경찰청 최고위 관계자에게) 분명히 전달했다”라고 말했다.

다급해진 청와대, 수석급이 나서

하지만 청와대의 ‘통제’ 의도와 달리 손발은 여전히 맞지 않았다. 사정 당국의 한 관계자는 “연일 수사 상황이 외부(언론)로 새나가 청와대가 손을 쓸 수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공씨가 최구식 의원의 비서라는 사실이 청와대와의 조율 없이 공개된 데 이어, 공씨와 통화한 제3의 인물의 존재나 공씨가 사건 당시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와 통화한 사실이 언론의 속보로 전해졌다.

‘공격적으로 수사해야 한다’는, 경찰 수뇌부를 향한 일선 수사팀의 압박도 거셌다. 수사 초기 경찰청장이 주재하는 수사라인 회의에서 한 간부가 “이번 사건을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서 경찰의 능력을 보여주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특수수사 인력을 늘려 뚜렷한 성과를 보여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은 뒤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현오 경찰청장은 이런 의견이 제기될 때마다 “안 돼”라고 잘라 말했다고 한다. 이후로도 청와대와 수사 과정을 조율하는 경찰 수뇌부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일선 수사팀 사이의 불협화음은 해소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그대로 청와대로 전해지자 청와대는 경찰의 돌발행동을 더욱 우려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결국 치안비서관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수석급이 직접 나서서 경찰과 조율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경찰청 최고위급 사이에 핫라인을 열어 ‘직접 조율’에 나섰다는 것이다.

청와대 쪽이 경찰의 돌발행동에 더욱 노심초사한 까닭은 사건 흐름상 중요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경찰은 청와대 박아무개(38) 행정관이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이던 김씨와 식사를 함께 했다는 내용을 포착하고 수사선상에 올렸다. 이번 사건에 청와대가 연루된 것으로 드러난다면 정권 차원의 ‘조직 범죄’일 수밖에 없다는 정치권과 여론의 비난과 의혹을 피할 도리가 없게 된다. 이뿐만 아니다. 경찰 수사 초기인 12월4일 착수한 계좌추적에서 성과가 보였다. 10·26 선거일 전후, 즉 디도스 공격을 한 전후로 공격의 대가로 의심할 만한 범행 관련자들 사이의 돈거래 단서를 잡은 것이다. 그러나 경찰 최고 수뇌부는 청와대 행정관의 술자리 참석과 돈거래 내역, 이 두 가지 핵심적인 사안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일선 수사진은 이에 반발했지만 ‘상부’의 결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경찰 수사 초기인 12월4일 착수한 계좌추적에서 성과가 보였다. 10·26 선거일 전후, 즉 디도스 공격을 한 전후로 공격의 대가로 의심할 만한 범행 관련자들 사이의 돈거래 단서를 잡은 것이다. 그러나 경찰 최고 수뇌부는 청와대 행정관의 술자리 참석과 돈거래 내역, 이 두 가지 핵심적인 사안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수사 발표문이 청장실에서 고쳐졌다”

그런데 상황이 ‘상부’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지난 12월8일 밤, 결국 한 언론은 청와대 행정관이 이번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국회 관계자들과 함께 디도스 공격 전날 저녁 식사를 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청와대와 경찰 수뇌부가 다시 한번 패닉에 빠진 건 어쩌면 당연했다. 경찰의 수사 결과 공식 발표가 몇 시간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었다. 12월9일 수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경찰 수뇌부는 회의를 거듭 했다. 당시 회의 상황과 관련해, 민주당의 한 의원은 “경찰 내부에서는, 확인을 다 하지 못했지만 (돈거래 사실 포착을 포함해) 사실관계를 공개해야 한다는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당시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경찰이 다 뒤집어쓰고 죽는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조현오 청장은 수사진의 직언을 묵살했다. 조 청장은 “확인되지 않은 것은 발표할 수 없다”는 이유를 내세웠다고 한다. 민주당 쪽의 주장도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 민주당 정책위의장인 박영선 의원은 “(12월9일에 발표된) 디도스 수사 발표문이 조현오 경찰청장실에서 고쳐졌다”고 주장했다.

경찰 일부에서는 조 청장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역할을 했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12월 9일 경찰 수뇌부의 회의에 참석했던 경찰의 한 간부는 “애초 사건을 보고하며 계좌는 발표에서 빼는 게 좋겠다고 했고, 청장이 이에 동의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따라 경무관급인 황운하 수사기획관이 발표문을 최종 검토해 결정했다는 주장이다.

조 청장도 스스로를 변호하고 나섰다. 조 청장은 12월16일 몸소 기자들 앞에 나서서 ‘부실 수사와 은폐 의혹을 자초했다’며 짐짓 책임을 수사팀에 떠넘겼다. “우발적인 단독 범행이라고 볼 객관적 증거가 부족한데 수사팀이 우발적 단독 범행이라는 단정적 표현을 쓴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대가성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수사팀이 대가성이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뻔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공씨의 단독 범행이고 돈거래 등은 없었다”던 12월9일 경찰의 애초 공식 수사 결과 발표 내용은 누가 주도한 것일까. 일선 수사팀의 건의를 조 청장이 ‘소극적’으로 받아들인 것일까, 경찰청장이 일선 수사팀의 의견을 찍어누르고 결정한 것일까,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조율’한 것일까.

답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경찰은 일주일도 안 돼 다 드러날 거짓말을 했다. 그렇다면 왜 경찰이 굳이 다 드러날 것이 뻔한 거짓말을 위험을 무릅쓰고 해야 했는지 물어야 한다. 사정 당국의 한 관계자는 말했다.

“청와대와 조율을 거친 결정을 번복할 수 있는 경찰 간부는 아무도 없다.”

답은 거스를 수 없는 ‘힘’의 작용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특별취재팀 ha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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