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v.media.daum.net/v/20170402061303423

"촛불 vs 태극기, 세대갈등 아니라 '5070 분열'이 원인"
입력 2017.04.02. 06:13 

민주주의硏 보고서.."중도·보수·영남 거주 5070 상당수 촛불 참여"
"'전쟁 공포·산업화 향수' 일부 태극기 들어..정책적으로 포용해야"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최순실 게이트', '탄핵 사태'로 불거진 광장에서의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 대결 양상은 세대나 보혁 갈등이 아니라 '5070세대의 분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산하 한국민주주의연구소가 2일 공개한 보고서 ''촛불', '태극기', 그리고 5070세대 공감'에서 사회학 박사 최종숙 연구원은 이같이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일명 '태극기집회'로 불리는 친박(친박근혜) 성향 집회 참가자 대다수가 5070세대인 탓에,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를 세대갈등으로 보는 여론과 언론보도가 있었지만, 이는 너무 단순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대갈등이라기엔 태극기집회에도 젊은 세대 참여가 일부 있었고, 특히 촛불집회에 참가하는 5070세대가 상당히 많았다"면서 "광장에 '커밍아웃'한 5070세대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사실상 첫 촛불집회인 2002년 효순·미선이 추모 집회부터 2004년 노무현 탄핵 반대집회,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집회까지 모두 5070세대 참여가 있었고 항상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고 짚었다.

이어 '박근혜 퇴진 요구 촛불집회'의 경우 이전 촛불집회와 비교했을 때 5070세대의 참여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는 여론조사를 인용했다.

내일신문과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올해 신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최근 촛불집회에 참가한 적 있느냐는 물음에 50대는 23.5%, 60대 이상은 10.4%가 '그렇다'고 답했다.

2008년 촛불집회 때는 50대의 6.7%, 60대 이상의 2.0%가 참가한 적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촛불집회 참가 비율이 50대는 약 3.5배, 60대 이상은 약 5배 증가한 셈이다.

보고서는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중도·보수성향 및 영남거주 5070세대의 가세'를 꼽았다.

이전 촛불집회의 경우 5070세대 참가자는 대부분 진보성향의 호남 거주자들이었는데, 최근 촛불집회에는 중도·보수성향이거나 영남에 거주하는 5070세대까지 대거 참가했다는 분석이다.

내일신문·서강대 조사에 따르면 대구·경북 지역 촛불집회 참가 유경험자는 2008년 5.4%에서 2016년 13.8%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보고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보수의 '콘크리트 지지층'마저 깨고 보수언론마저 등을 돌릴 정도로 전대미문의 사건이었고, '상식'에서 벗어난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정치에서 상식이란 '보수와 진보 모두 동의하는 규칙'이고 나눠서 표현하자면 보수엔 '법치'이자 진보엔 '절차적 민주주의'인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이를 모두 위배할 만큼 비상식적인 사건이었다는 분석이다.

최 연구원은 "5070세대마저 촛불을 든 이유를 찾으라면, 그것은 '상식'을 어긴 데 대한 '단죄'이자 법치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염원"이라고 촌평했다.

그렇다면 '상식의 회복'을 염원한 촛불집회에 참가하지 않고 태극기집회로 간 5070세대는 '비상식적'으로 집합한 것일까. 보고서는 "그렇다"고 답한다.



최 연구원은 "촛불집회에 진보뿐 아니라 중도·보수도 참여한 것처럼, 태극기집회도 딱히 보수주의자들의 결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태극기집회 무대 발언에서 "종북좌파로부터 나라를 지키자"며 '색깔론'이 전파되는 점에 주목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북한 쟁점과 별 관련이 없음에도 '색깔론'이 나온 이유는, 집회 주최 측이 의도적으로 5070세대를 결집하고자 색깔론을 이용했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그리고 사안의 사실관계보다는 전쟁 경험이 낳은 '공포'나 박정희 시대에 자신이 산업화 역군으로 조국 근대화에 이바지했다는 '향수' 등 감정과 신념에 기대어 살아가는 이들이 주최 측에 동의하며 태극기를 들었다고 보고서는 풀이했다.

최 연구원은 "어쩌면 이들은 현재 상황이 비상식적으로 비참하기 때문에 과거로 도피하며 '인정투쟁'을 벌이는 것"이라면서 "노인자살률·빈곤율이 OECD 1위에 머무르는 반면 노인 행복지수는 최하위인 점을 사회가 다시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같은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으려면 중도·보수와 5070세대가 합류한 광장이 제도적 정치로 발전해야 한다"면서 "정치권은 상식 밖의 '태극기 시민'의 마음도 아우르는 정책을 논의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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