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v.media.daum.net/v/20170403144628948

박근혜 전 대통령 동상 세워야 할까?
윤창희 입력 2017.04.03. 14:46 수정 2017.04.03. 14:50 



전직 대통령들의 동상 옆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상도 세워야 할까요.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가 요즘 이런 고민에 빠졌다고 합니다.

청남대란 '남쪽의 청와대'란 뜻입니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에 위치해 있는데, 1983년 건설됐습니다.

청남대 모습.
청남대 모습.

전 전 대통령이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해 "주변 환경이 아름다운 이런 곳에 별장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 계기가 돼 지어졌다고 합니다.

1983년 준 공 이후 대통령들은 여름휴가와 명절휴가를 비롯하여 매년 4~5회, 많게는 7~8회씩 이용하여 20여 년간 총 88회 400여 일을 이곳에서 보냈다고 합니다.

5공화국이 끝난 뒤에는 청남대가 대청댐 일대 자연 환경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일자 1988년 국회 5공 특별위원회에서 현지 조사를 하기도 했었죠.

대통령의 별장은 청남대 말고도 몇 군데 더 있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 시절부터 김해를 비롯해 4군데가 있었는데, 김영삼 대통령이 권위 주의를 청산한다면서 모두 없앴습니다. 그러면서도 청남대 한 곳 만은 남겼죠.

청남대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 부부
청남대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 부부

20여 년 간 베일 속에 가려있던 청남대는 결국 노무현 대통령 때인 2003년 충청북도로 이양되고 일반에게 개방되었습니다. 습지생태원(990㎡)에는 음악분수대가 설치되었고 호반산책로(8km)에는 3.3km 등산로와 산책로가 있어 대청호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관광 명소가 됐습니다.

여기에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전직 대통령을 꼭 닮은 동상입니다.

청남대에 설치된 전직 대통령 동상
청남대에 설치된 전직 대통령 동상

청남대 내 대통령 광장에 가면 역대 대통령들의 동상이 설치돼 있습니다.

실물 크기의 동상이 일렬로 서있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죠. 설치 초기에는 다소 조잡하다는 지적이 많자 충북도는 20억원을 들여 2013년부터 2년여간 250㎝ 크기의 대통령 동상들을 새롭게 제작했습니다. 동상 제작은 서울 광화문의 세종대왕 조각상을 만든 조각가인 김영원씨가 맡았다.

이렇게 제작된 동상은 청남대 내 '대통령길' 입구에 나란히 세워졌습니다.

청남대는 전두환(1.5㎞)·노태우(2㎞)·김영삼(1㎞)·김대중(2.5㎞)·노무현(1㎞)·이명박(3.1㎞) 대통령길도 따로 만들었습니다. 대통령길이 없는 이승만·윤보선·박정희·최규하 전 대통령 동상은 역사교육관 앞 양어장 주변에 설치됐습니다.

청남대 관리사무소의 고민은 불명예 퇴진한 박 전 대통령의 동상도 역대 대통령들과 똑같이 설치하느냐는 것입니다.

대통령광장 앞 동상은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제작을 중단했기 때문에 문제 되지 않지만, 2015년 새롭게 선보인 동상 광장은 다릅니다.

역대 대통령 동상을 모두 세웠으니 형평성을 고려하면 박 전 대통령 동상도 설치해야 하는 논리도 있습니다. 4.19 혁명으로 하야한 이승만 전 대통령이나, 군부 독재를 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상도 청남대에 서 있습니다. 임기를 채우지 못했지만, 전직 대통령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는 논리도 있습니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상은 제작하면 안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에서 파면된 대통령입니다. 더욱이 현재 구속 상태로 재판을 준비하고 있고요.

진보진영은 이미 동상 설립을 강행하면 단체행동에 나서겠다며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고 합니다. 보수 진영은 동상이 설치돼야 하는 입장이고요.

촛불과 태극기 집회로 상징하는 우리 사회의 갈등이 청남대 동상 제작 문제에도 그대로 담겨 있는 느낌입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임기중에 한번도 청남대를 찾지 않았다. 사진은 임기 첫해인 2013년 여름 저도에서 휴가를 즐기는 모습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임기중에 한번도 청남대를 찾지 않았다. 사진은 임기 첫해인 2013년 여름 저도에서 휴가를 즐기는 모습

윤창희기자 (thepla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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