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nocutnews.co.kr/news/4773972
[Why뉴스] 왜 이번 대선에는 색깔론이 맥 못출까?
2017-04-25 09:53 CBS 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이번 제19대 대선에서도 어김없이 색깔론이 등장했다.
'송민순 회고록'에서 제기하는 '북한 인권결의안 대북 결재론'에 이어서 '주적론'이 불거지고 구여권 후보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에 이어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까지 '색깔론'에 가세했지만 이전 대선과 달리 색깔론이 먹히지 않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왜 이번 대선에는 색깔론이 맥 못출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왼쪽부터)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 이번 대선에서는 색깔론이 안 먹히는 거냐?
= 한반도를 둘러싸고 북한핵 문제와 미사일 발사, 미국과 중국의 양자 정상회담 등으로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은 차기정부는 북한과 평화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대북관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4월 21일~22일 양일간에 걸쳐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21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4월 4주차 정례조사) 차기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이 평화적 관계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응답이 68.6%로 나타났다. 반면 대북강경책에 대해서는 26.5%만이 찬성했고 4.9%는 모름 또는 무응답이었다.
TV방송과 연합뉴스 일부 신문들이 연일 '안보위기론'을 제기하고 일부 대선후보들까지 '핵무장'을 주장하면서 '안보몰이'를 하고 있지만 색깔론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같은 조사에서 '대북관계 방향 및 분야별 후보 선호도'를 물어본 결과 한반도의 안보문제 및 외교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후보로 문재인 후보가 36.9%로 1위 안철수 후보 18.6%로 2위, 홍준표 후보 11.6%로 3위, 유승민 후보 9.6%, 심상정 후보 3.1%였고 적합한 후보 없다 12.0%, 모름/무응답 7.7%였다.
한국갤럽의 4월 셋째주 정례조사에서도 색깔론은 먹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거론되는 대선 후보 중 남북관계를 가장 잘 다룰 후보는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는 질문에 문재인 39%로 1위 안철수 18%로 2위 홍준표 11%로 3위 유승민 4% 심상정 1%였고 27%는 없거나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현재 거론되는 대선 후보 중 국가 위기 상황에 가장 잘 대처할 후보는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는 질문에는 문재인 39%로 1위, 안철수 19%로 2위, 홍준표 11%로 3위, 유승민 4%, 심상정 1%, 26%는 없거나 유보라고 답했다.
'색깔론'이 문재인 후보에게 집중되고 있지만 꾸준히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으니 색깔론은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 전문가들도 색깔론이 먹히지 않는 걸로 평가하나?
= 그렇다.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에서 3선을 한 정두언 전 국회의원은 "색깔론이 언제적 얘기냐? 색깔론은 이미 약발이 다해서 오히려 역풍이 분다"면서 "색깔론은 식상하고 더이상 선거에 영향을 못미친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색깔론'은 보수성향 후보들이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려고 한 것인데 완전히 실패했다"면서."문재인 후보 득표에 불리하지도 않고, 이른바 보수후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도 않고 오히려 이런식으로 가면 안보에 기대어서 득표전략을 구상하다가는 역풍 맞는다"고 분석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보수후보들이 안보이슈 쟁점화에 성공했지만 범야권층은 '색깔론 반감 및 위기감'으로 결집하고, '보수표의 분산효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범야권층에게 색깔론은 그간 선거때마다 반복되어 효과가 제약되고 오히려 반발감만 키워서 오히려 문재인 후보로 결집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서울구치소로 호송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색깔론'이 대선에서 맥을 추지 못하는 이유는?
= 첫 번째는 이번 대선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따른 보궐선거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은 이른바 '장미대선'으로 불린다. 추운겨울이 아닌 5월에 치러지기 때문이다. '촛불시민혁명'으로 사상초유의 대통령 탄핵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구속기소는 '색깔론'으로 덮을 수 없는 국정농단세력에 대한 분노가 가시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색깔론보다는 국정농단세력을 교체해야 한다는 '정권교체론'이 더 먹히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강철구 대표는 "노년층 일부와 극보수층은 문재인 후보를 '빨갱이'라고 주장하지만 색깔론이나 안보불안 논리가 먹힐려면 중도보수층이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데 이들이 박근혜 탄핵이후 냉정하게 판단을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두 번째는 양자대결이 아닌 다자대결구도이다보니 '색깔론'이 먹히지 않고 있다.
양자구도에서는 색깔론이 위력을 발휘해왔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이른바 'NLL프레임'이 선거막판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렇지만 다자대결에서는 색깔론이 먹히지도 않고 있는데다 그걸 제기하는 후보가 효과를 보지도 못하는 구조다.
바른정당 유승인 후보가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색깔론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지만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은 정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수성향의 후보들이 '전가의보도'처럼 '색깔론'을 내세우지만 득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일종의 학습효과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NLL 문건파동'으로 문재인 후보가 곤경에 처했다.
그렇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그게 먹히지 않고 있다. 최창렬 교수는 "문재인 후보가 2012년에는 NLL프레임에 말려들었지만 이번에는 무시전략으로 프레임에 빠져들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북풍몰이나 색깔론을 제기한 정치인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거나 형사처벌을 받는 것도 '색깔론'이 먹히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유출한 정문헌 전 의원은 법원에서 검찰구형보다 높은 벌금 천만원이 선고됐고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했으며 결국 새누리당(지금의 자유한국당)을 탈당했다.
정두언 전 의원은 "색깔론은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면서 "1997년 대선에서 '총풍'이 있었지만 역풍이 불었고, 2010년 지방선거 때도 천안함 역풍이 불었다"면서 "북풍 내지는 색깔론이 식상한 것 같다. 젊은이들은 무슨소린지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네 번째는 선거 때마다 '색깔론'을 제기한 구여권(한나라당, 새누리당)이 오히려 안보에서 더 불안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9년 동안 안보는 더 불안했고 남북관계는 강경일변도였지만 달라진건 없다.
이 때문에 오히려 문재인 후보의 '진짜 안보론'과 '특전사 코스프레'가 먹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철구 대표는 "지난 십년간 선거때마다 안보와 색깔론을 퍼뜨리면서 집권했던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보다 안보에서 후퇴했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면서 "문 후보의 특전단 코스프레도 집권층에 군대 갔다오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고, 그들에 대한 불신이 있기 때문에 색깔론이 먹히지 않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다섯 번째는 실제 한반도에서 위기가 조성되니까 전쟁을 잘하겠다는 사람보다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잘 관리할 사람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 50대 고위공직자는 "군대간 아들을 둔 50대와 여성의 지지율 변화를 보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후보에게로 기우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갤럽이 4월 셋째주 정례조사에서 현재 거론되는 대선 후보 중 '경제, 사회복지, 남북 관계, 국가 위기 상황 대처'를 잘할 후보는 누구인지, '변화와 쇄신, 신뢰, 공감' 측면에서는 누가 강점을 보이는지 조사를 했는데 문재인 후보가 '남북 관계'(39%), '국가 위기 상황 대처'(39%), '사회복지 문제'(33%)를 가장 잘 다룰 후보로 꼽혔다. 안철수 후보는 '변화·쇄신'(37%) 이미지에서 앞섰다. '경제 문제, 신뢰감, 공감' 측면에서는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의 격차가 5%포인트 내외였다.
▶ 앞으로 선거때마다 제기되던 색깔론이 수그러들까?
= 수구성향의 후보들이 '색깔론'을 제기하겠지만 선거에서 큰 재미는 못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최창렬 교수는 "색깔론이 노년층에게는 영향이 있겠지만 중도보수층에게도 쌩뚱맞게 느껴지고 뜬금없는 과거 프레임이라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면서 "대선 후보들도 빠르게 (색깔론을) 접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1971년부터 1997년까지 네 차례 대선에 출마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 때마다 '색깔론' 이념 시비에 휩싸였다. 그렇지만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이른바 '적화'가 됐나? 그렇지 않다는 걸 국민들은 잘안다.
오히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안보는 더 불안해졌다. 남북간 긴장은 고조되었고 한반도에서의 위기와 긴장을 풀 대책조차 보이지 않는다. 국민들이 그동안 색깔론에 휩쓸린 측면이 전혀없는 건 아니지만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무엇이 흑이고 무엇이 백인지 제대로 알고 있기 때문에 색깔론은 더이상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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