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200526094611979?s=tv_news


[탐정M] 지만원과 태극기부대의 5.18 현충원 습격사건..전말은?

이유경 입력 2020.05.26 09:46 수정 2020.05.26 09:49 



"5.18은 민주화 운동이 아니고 폭동이다."


국립 서울현충원에 혐오와 선동의 언어가 울려퍼졌습니다. 5.18 40주년 당일, 호국영령의 추모공간이 극우 보수 단체의 집회 장소로 전락한 것입니다.


문제의 행사는 올해로 7년째 개최됐습니다. 처음 6회까진 지만원 씨의 '대한민국 대청소 500만 야전군'이 주최했고 올해는 지 씨 측근들이 만든 ‘5.18 군경명예회복위원회’라는 단체가 주최했습니다. 하지만 언론도, 5.18 유공자 단체와 국방부도 이런 행사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집회를 주최한 이들은 누구이며, 어떤 목적으로 집회를 연 것인지, '5.18 국립 현충원 습격 사건'을 다시 되짚어보겠습니다.


1. 사건 전말 : 시작은 추모행사…끝은 아수라장


5.18 40주년이었던 지난 월요일 오후. 국립 서울현충원 제29묘역 위로 검은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대형LED 트럭과 천막이 도로 위에 설치됐고 추모 리본을 단 사람들도 하나둘 찾아왔습니다. 오후 2시 예정된 5.18 군경 추모행사 참석자들이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 때 숨진 군경 23명은 제28묘역과 제29묘역 안장돼 있습니다. 한 참석자는 "5.18 당시 숨진 군인과 경찰들이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한다"고 취재진에게 호소했습니다. "이들 역시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내려가 주어진 명령을 이행해야 했던 피해자"라는 겁니다. 5.18 당시 민간인을 진압한 뒤 트라우마를 호소한 전 계엄군, 그 중 5.18 당시 상황에 대해 양심 선언을 하면서 진상규명에 한걸음 더 나아갔던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안타까웠습니다. 5.18 당시 허무하게 숨진 생명들의 의미를 떠올리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때 이상한 점이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추모행사에 쓰일 대형 LED 화면에서 지만원 씨의 망언과 집회 모습이 담긴 영상이 상영됐습니다. 태극기나 성조기를 든 사람들, 현장을 생중계하는 보수 유튜버들도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한 참석자가 어깨에 두른 태극기엔 "촛불은 인민, 태극기는 국민"이라 적혀 있었습니다. 엄숙해야할 추모 행사장이 정치 구호로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전날까지 유튜브 방송에서 5.18 왜곡 발언을 한 지만원 씨가 등장했습니다.



행사 초반에 사회자는 박수나 함성 소리를 내지 말라고 요청했습니다. 추모행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 씨의 차례가 되자 추모 공간은 집회 현장으로 뒤바뀌었습니다. 지 씨는 대뜸 연단에 올라 "추모의 말씀을 드리러 온 게 아니라 승리의 메시지를 전하려 나왔다"며 "맘껏 박수를 치고 환호를 하라"고 외쳤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습니다. 그리고 지 씨의 망언이 이어졌습니다.


"* 5.18은 항쟁이 아니라 폭동이다. 김대중 졸개와 북한 간첩이 일으켰다!" "전두환은 위인이에요. 전두환은 위인입니다."


(* 지 씨가 이 주장을 하며 제시한 근거는 주한미국대사관이 국무부로 보낸 보고 문건(POKG Issues its official report on Kwangju incident)이었습니다. 해당 문건은 5.18 당시 계엄사령부가 만든 보고서를 요약한 내용이었습니다. 따라서 계엄군의 일방적인 주장을 그대로 요약했을 뿐, 미국 측 판단을 전혀 담고 있지 않는 것입니다. 해당 문건은 주한미국대사관 웹페이지에서 쉽게 열람할 수 있습니다. https://kr.usembassy.gov/wp-content/uploads/sites/75/029-8871.pdf)


지 씨는 지난 2월 5.18 유공자를 북한군 간첩이라고 지칭하는 등 온라인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1심 법원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고령 등을 이유로 당장 법정구속되진 않았지만 엄연히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도 그의 발언은 거침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지 씨는 "계엄군이 전사를 당하면서도 광주 시민들을 향해서 총을 안 쐈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에 한 참석자가 "그러시면 안 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가 주최 측에 의해 입이 틀어 막힌 채 끌려났습니다. 그렇게 추모 공간은 난장판이 됐고, 불신과 선동이 남았습니다.


2. 어떻게 현충원이 선동의 공간이 됐나?


주최 측은 이번 행사가 7번째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행사는 지난 2014년 1회를 시작으로 매년 5월 18일 현충원에서 열렸고 그때마다 지만원 씨가 나서 5.18 북한군 개입설을 전파했습니다. 심지어 지난 2018년 행사엔 5.18 망언으로 당에서 제명된 미래한국당 이종명 의원도 참석했습니다.



국립현충원에서 집회를 개최하는 건 엄연히 불법입니다. 국립묘지 설치운영법 20조 1항은 "국립묘지 존엄을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 시 퇴거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또, 국립 서울현충원 예규에서도 "현란한 복장을 하거나 정숙을 해치는 행위는 계도 대상"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추모행사는 현충원 승인을 받아 열 수 있습니다. 이번 집회도 추모 행사 명목으로 현충원 승인을 받아 개최됐습니다. 현충원 측은 주최 측이 초반 4회 행사까진 신고 없이 행사를 진행했고 이후 5회부터 올해까지는 승인을 받아 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충원 승인 없이 이런 행사가 열린 것도 문제지만, 현충원 승인 하에 정치 집회가 열렸다는 사실은 더욱 큰 문제입니다.


주최 측이 어떻게 허가 받았는지 현충원 측에 물어봤습니다. 현충원 측은 "특정 단체가 현충원에서 추모 행사를 열겠다고 신청할 경우 이를 거부할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그 설명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특히 이 행사가 7년째 현충원에서 개최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 국방부, 현충원 담당자에게 번갈아가며 물었습니다. 그러자 같은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그 당시엔 제가 근무하지 않아 모르겠습니다."


3. 현충원 "주최측이 행사 내용 속여서 몰랐다"


현충원 측은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주최 측이 행사를 신청할 때 정상적인 추모 행사인 것처럼 계획서를 작성해 제출했다는 것입니다. 실제 주최 측이 작성한 계획서엔 '참석자들이 시위용 깃발과 태극기를 휴대하지 못하게 하고, 추모 복장을 입을 것'이라고 적혀있습니다.



하지만 현충원 측이 계획서를 있는 그대로 믿었다는 해명은 잘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이 추모행사를 개최한 사람들은 5.18 망언에 앞장 선 지만원과 그 측근들이었습니다. 이 행사가 일반적인 추모 행사로 치러지지 않을 것이란 점은 충분히 예측 가능해 보입니다. 게다가 매년 행사 때마다 지만원 씨는 이미 사실이 아니라고 수차례 검증된 북한군 개입설 등 허위 사실을 유포했고, 작년 행사 땐 현충원 안에서 정치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했습니다.



현장에 직원이 있었지만 지만원 씨 등이 혐오 발언을 이어갈 때도 말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주최측도 "그때 안 말리다가 왜 이제 와서 문제를 삼냐"며 현충원 측에 책임을 떠넘겼습니다.


이에 대해 현충원 측은 "물리적 충돌 발생을 우려해 제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살벌한 현장 분위기 속에서 직원들이 집회를 제지하다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면 경내에 불경을 끼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물리적 충돌은 이미 발생했습니다. 직원들이 지켜보는 사이, 지만원 씨 발언에 문제 제기한 한 참석자는 입이 틀어막힌 채 끌려나갔고, 지만원 씨 인터뷰를 시도하려던 저를 포함한 MBC 취재진도 주최측에 의해 물리적인 제지를 당했습니다. 현장에 있었던 취재 기자로서는 국방부와 현충원 측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4. 뒤늦은 고소…내년 5.18엔 엄숙한 현충원 될까?


두 차례의 MBC 뉴스데스크 보도 이후 현충원은 주최 측을 고소했습니다. 행사가 열린 지 7년 만입니다. 혐의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추모 행사를 개최한다면서 실제론 정치 집회를 열어 공무 집행을 방해했다는 것입니다. 또, 예규 등을 개정해 정치 집회가 우려되는 추모 행사는 허가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쉬움은 남습니다. 고소 대상이 올해 행사를 연 5.18 군경명예회복위원회 집행부로 한정됐고, 그 전까지 총 여섯 차례 집회를 개최한 지만원 씨 등은 고소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무엇보다 왜 사전에 막지 못했냐는 아쉬움이 가장 큽니다. 41주년이 되는 내년 5.18 행사에는 현충원에서 진정한 추모 행사만 열릴 수 있을 지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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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경)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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