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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혐오’했던 홍준표, 분풀이를 하고 있다
어린시절 가난에 대한 상처 사회적으로 승화 못해 증오 대상 찾아… 좌파 탓 주장은 보수 이데올로기 공포심 자극용
이재진 기자 jinpress@mediatoday.co.kr 2017년 05월 05일 금요일

‘좌파’에 맞서 보수를 지키는 유일한 전사(戰士).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득표 전략이다. 보수표를 결집하고 '좌파'를 분열시키면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일대일 대결을 벌여 승산이 있다고 본다.

홍 후보는 정치입문 초기 저격수 이미지를 얻는 데 성공해 주목을 받았다. 서민정책 법안을 발의하면서 소탈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도 동시에 얻었다. 특히 상대방을 서슴지 않고 좌파로 규정하는 건 홍 후보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홍 후보는 탄핵 국면 마땅한 보수 후보가 없는 틈을 타 대선후보 반열에 올랐고 자유한국당 후보가 됐다. 역설적으로 촛불이 기회가 됐던 셈이다. 

홍준표 후보가 대선주자로 거듭나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시점은 2015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 후보는 무상급식을 지원하던 도의 예산을 서민 자녀 교육 지원에 쓰겠다며 무상급식 지원 예산을 교육 지원 사업으로 전환하는 조례안을 통과시킨다.

언론은 홍 후보에 주목했다. 대세가 된 보편적 무상급식을 정면으로 막아서면서 전국적인 반발을 일으켰고 자연스레 존재감이 부각됐다. 지난 2012년 총선에서 떨어지고 이름이 잊혀져갈 때쯤 그해 12월 경남지사 보궐선거에 당선됐고, 2013년 진주의료원 폐쇄 사태 이후 꺼내든 게 무상급식 중단 카드였다.  

상대적으로 중앙정치에 활약하는 국회의원과 비교해 관심도가 떨어지는 지방자치단체장이었지만 그는 무상급식 중단 카드를 꺼내들면서 대권주자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무상급식 중단은 거센 반발을 받았지만 반대로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강력한 무기가 됐다.  

홍 후보는 자신을 반대하는 세력을 좌파라고 몰아세웠다. 예를 들어 지난 2015년 4월 홍 후보는 페이스북에 "산청 간디학교 같은 부유층의 귀족학교에까지 무상급식을 지원하는 현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면서 "당분간 혼란스럽겠지만 서민들에게만 복지재원이 집중되는 서민복지정책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편적 무상급식 반대를 주장하면서 대안학교인 간디학교를 문제삼은 것이다. 간디학교 측은 무상급식 중단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을 종북 좌파라고 하는 것과 같은 논리라며 반발했다.

심지어 홍 후보는 무상급식에 찬성하는 새누리당 소속 정치인들에게 대해서도 '패션 좌파'라 규정했다. 새누리당 '패션좌파'가 “진보좌파 선동에 부화뇌동”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홍 후보는 지난해 10월 "좌파들이 옥상 철탑에 올라가 농성했던 거 기억나지 않나? 옥상에 올라가서 누가 떨어지기라도 하면 책임질 수 있느냐"면서 경남도청 옥상문 개방 요구를 거부했다. 옥상문은 진료의료원 폐쇄 사태 이후 닫았는데 '좌파'의 점거농성을 막기 위해서라도 개방은 어렵다는 게 홍 후보의 주장이었다.

홍 후보는 주민소환투표 청구에 대해서도 '좌파의 쿠데타'라고 규정했다. 지난해 9월 선관위는 전체 유효 서명 중 약 8300여명이 부족하다며 홍 후보의 주민소환청구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에 홍 후보 측은 "이번 주민 소환은 자발적 의사와 참여로 진행된 게 아니라 일부 정치세력이 자신들의 정치적인 목적으로 진행한 것"이라며 "일부 좌파세력의 실패한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유효로 확인된 26만명의 서명 청구인도 모두 경남도민이 아닌 좌파 세력으로 본 것이다. 

홍 후보는 무상급식 지원 중단으로 아이들이 상처를 받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진보좌파들의 저급한 감성논리라고 주장했고, "무상급식은 좌파들의 잘못된 논리에 국민들이 놀아난 것"이라고 비난했다. 

2013년 진주의료원 폐쇄 사태 당시에도 홍 후보는 돈이 많고 불순한 주장을 하는 사람이 곧 좌파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홍 후보는 "공공의료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의료보험제도 도입으로 출발한 좌파정책"이라며 "이제는 공공의료 개념은 가난해서 병원에 갈 수 없는 불쌍한 서민들을 위한 서민의료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대한민국 안보단체 총연합 회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홍준표를 찍으면 자유대한민국을 지킵니다"-대한민국 안보단체 총연합 합동 지지 선언에 참석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대한민국 안보단체 총연합 회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홍준표를 찍으면 자유대한민국을 지킵니다"-대한민국 안보단체 총연합 합동 지지 선언에 참석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지난 2011년 한나라당 대표를 맡았던 홍 후보는 "아름다운재단의 100억원에 가까운 돈이 좌파단체로 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 때 아름다운재단이 좌파단체를 지원했다는 것이다. 

공익사업을 지원했던 아름다운재단은 홍 후보의 한마디에 좌파단체 자금줄로 낙인찍혔다. 아름다운재단 측은 도시 텃밭 가꾸기나 마을기업 만들기 등 공익사업 비용만 지원한다며 시민사회단체와 지역단체에 지원한 금액은 10억 3천만원이라고 반박했다.

홍 후보의 '좌파 탓' 주장과 관련해 어린 시절 가난했던 기억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했던 것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 후보는 공개석상에 어린시절 가난했던 생활상을 여러 번 강조했다. 학창시절 점심을 먹어본 적이 없다든지, 리어카를 끌고 이틀 동안 걸어서 이사를 했다든지와 같은 얘기를 여러번 했다. 홍 후보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 가족들이 대학병원을 가자고 했을 때 홍 후보의 대학등록금을 쓸 수 없다며 거부했다는 얘기도 유명하다.  

홍 후보는 돈 있는 ‘금수저’들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아 정치를 하는 것을 증오한다고도 했다. 복지는 부자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고 서민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자신은 가난을 겪어 서민의 어려움을 알고 있는데 좌파들은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는 게 홍 후보의 인식이다.  

홍 후보는 나아가 불순한 의도를 가진 좌파들이 집권을 하게 되면 보복을 당할 수 있다고 자극한다. 홍 후보가 선거 막판 문재인 후보 집권시 유무형의 공포심을 조장하는 발언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홍 후보는 "우리 부모들이 피땀 흘리고 목숨 바쳐 세운 이 나라를 친북좌파에게 넘겨줄 수 있느냐"며 "이해찬이 하는 말이 '보수를 궤멸시킨다'고 했다. 국민의 40%가 보수인데 국민을 궤멸시킨다고 하니까 문재인이 되면 나는 문드러져 죽겠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태형 심리학자는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이라는 책에서 "평소에도 무조건적으로 극우 세력을 지지하며 선거 때에도 극우 정당에 '묻지 마' 투표를 하는 보수 중에서 실제 극우 세력은 극히 일부"라면서 "오히려 그 30퍼센트 중 절대다수는 힘 없고, 돈 없고, 뒷배 없는 빈곤층이거나 노인층"이라고 지적했다. 

김 심리학자는 "사실 이들은 세상이 바뀌어야만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사람들"이라면서 "즉 그들이 자기 이익의 견지에서 이성적으로 판단해 정치 성향을 결정한다면 그들은 보수가 아니라 복지 증대를 강조하는 진보 지영을 지지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한국의 보수는 기본적으로 공포로 인해 자기 이익에 반하는 보수 이데올로기를 수용한 이들"이라면서 "보수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인 합리적 보수가 아니라 폭력과 공포가 너무 무서워서 보수가 된 공포형 보수 혹은 생존형 보수"라고 지적했다. 한국 보수 유권자의 공포 심리를 홍 후보가 꿰뚫고 조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심리학자는 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홍준표는 가난했던 사람이긴 하지만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 가난에 대한 혐오나 열등감이 있다"면서 "가난에 대한 상처를 사회의식을 통해 승화해야 하는데 개인적 욕망에 그치면서 계급 배반자가 됐고 열등감과 분노로 뭉쳐 복수의 한풀이를 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총을 다 쓸어버리겠다는 발언도 보수 유권자가 갖고 있는 공포심을 유발하고 결집시키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면서 "촛불 정국이 만들어낸 개혁적인 분위기를 정치권이 더욱 세게 밀어붙였더라면 보수층의 공포 심리를 줄어들 수 있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표적으로 민주당이 문재인 후보의 특전사 사진을 공개한 건 ‘우리도 안보를 할 수 있다’고 열등감을 표출한 것이다. '너 구구단 못 외우지'라고 하니까 할 수 있다고 구구단을 외운 것인데 국민들이 볼 때 겁을 먹고 바보처럼 구구단을 외우는 것처럼 보인 것”이라며 “오히려 국민들은 친북이니 종북좌파와 같은 색깔론이 통하지 않고 이에 벗어나 있는데 오히려 제일 겁을 먹는 사람들이 정치인이다. 홍 후보의 전략도 이를 파고 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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