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Tenman/report_last.aspx?CNTN_CD=A0002324492

MB의 4대강 파괴, 이제 죗값 치러야
[4대강 독립군 미국에 가다] 발로 쓴 7박9일 취재 보고서②
17.05.11 05:33 | 글:김병기 | 편집:박순옥 


▲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가짜 삽질' VS. 김종술 기자의 '진짜 삽질' ⓒ 오마이뉴스

[들어가며] 적폐청산, 4대강부터 시작하자

이 말부터 해야겠다. 촛불이 승리했다. 광장에 켜놓았던 초 한 자루가 마침내 정치 권력을 바꿨다. 이제 새 역사를 써야 한다. '이명박근혜' 정권이 쌓아놓은 온갖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 민생 파탄에 허덕이는 '헬조선 시대'. 국민세금 22조원을 들여 16개 댐을 세우고, 매년 수천억 원의 세금으로 유지보수 비용을 대는 4대강 사업은 적폐청산 1호다.  

4대강 수문을 열고 댐을 해체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4대강 청문회나 국정조사를 열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심판해야 한다. 4대강을 치적용으로 활용했던 국가 지도자의 오만과 광기를 처벌해야 한다. 이에 빌붙어 호가호위했던 학자와 공무원, 건설 재벌, 언론에게도 죗값을 물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촛불과 약속한 적폐청산, '이명박 4대강'부터 청산해야 한다.

지금부터 시작할 글은 정권교체를 앞두고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이 7박9일 동안 미국의 강을 취재한 두 번째 기록이다. <관련기사: 대선 D-30, 우리가 미국 대륙 2253km 달린 이유> 미국은 왜 지난 30년간 1100여개의 댐을 부쉈는지? 미국의 대표적인 댐 철거 현장에 갔다. 강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클라마스 강] 4개 댐 동시철거, 100년간의 비극 끝난다


▲ 콥코호에 창궐한 녹조 ⓒ 카룩족

4대강 독립군은 지난 4월 12일 아침 캘리포니아 주 이레카(Yreka) 숙소에서 카룩족(Karuk Tribe)의 해피캠프(Happy Camp)로 출발했다. 구불구불한 96번 지방도로에 비가 흩뿌렸다. 가끔 농가가 나타났다. 4대강 독립군 김종술 기자는 차 안에서도 입을 쉬지 않았다. 넓은 언덕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를 보면 이렇게 한 마디씩 했다. 

"야, 이놈들은 좋겠네. 고개를 하나 넘어도 가시철망(농장의 경계)이 계속 이어지고 있잖아."  

고개를 오를 때는 귀가 먹먹했고, 내리막길에서는 차보다 더 빠른 강물이 흘렀다. 클라마스 강(Klamath River)이다. 

"여기서, 잠시 쉬었다 가면 안 되나요?"

아무 말 없이 자다 깨다를 반복하던 정수근 기자의 말에 차가 잠시 멈췄다. 그 새를 못 참고 카메라를 들고 일행과 멀리 떨어져서 사진을 찍었다. 이철재 기자가 채근했다. 

"정 기자, 어서 와~. 빨리 갑시다. 4대강 독립군 전체 사진 한 방 찍고." 

구름을 목도리처럼 걸친 산과 거칠게 흐르는 클라마스 강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서둘러 출발했다. 

이곳은 수천 년 동안 원주민들에게 풍요의 강이었다. 1909년부터 1962년까지 강 상류에 높이 22~53m의 큰 댐 4개가 세워진 뒤 비극이 시작됐다. 물고기가 떼죽음 당했고, 녹조가 창궐했다. 연어잡이 그물은 쓰레기처럼 길가에 나뒹굴었다. 시름시름 앓는 사람도 늘었다. 고향을 등진 원주민은 일자리를 찾아 타지를 떠돌았다. 

흐르지 않는 침묵의 강. 그곳에 드리운 죽음의 먹이사슬 최상위에 인간이 있었다. 

"이게 우리 조상들이 사용했던 연어잡이 카약입니다. 통나무 속을 파서 만들었죠. 뒤쪽에 튀어나온 작은 기둥은 심장을 상징합니다. 그 뒤에 이것(두 개의 볼록한 부분을 가리키며)은 폐를 형상화했어요. 우리 조상들은 카약도 인간처럼 영혼이 깃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4대강 독립군이 차로 3시간을 달려서 만난 카룩부족 정부 천연자연부 산하 수질국의 리프 힐만(Leaef Hilman) 국장은 해피캠프에 전시된 연어잡이 도구를 설명했다. 100파운드 연어를 잡는 데 썼던 거대한 투망, 물고기가 들어가면 창살이 저절로 닫히도록 만든 덫, 피 흘리지 않고 연어를 기절시키는 데 사용했던 몽둥이, 칠성장어를 잡았던 통발.      

댐이 파괴한 것은?


▲ 4대강 독립군에게 클라마스강의 비극을 설명하고 있는 리프 힐만 카룩부족 정부 천연자원부 산하 수질국장 ⓒ 정대희

젊었을 때에 어부였다는 그는 자기 부족의 영광스러운 역사를 길게 이야기하고 싶은 눈치였다. 4대강 독립군에겐 시간이 많지 않았고, 궁금한 것도 많았다. 그에게 앉아서 질문을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전시관 구석에 7~8개의 의자를 깔았다. 

- 클라마스 강에 4개 댐이 세워진 뒤 가장 큰 변화는 뭔가? 
"강 상류로 올라오던 연어가 절멸했다. 카룩 부족은 수천 년 동안 연어잡이로 먹고 살았다. 1년 내내 시기별로 7종의 물고기들이 대이동 한다. 우리는 어장을 관리하면서 이득을 취했다. 클라마스 유역 5개 부족은 지속가능한 산란을 위해 협약을 맺었고, 물물교환도 해왔다. 댐은 이 모든 공동체를 파괴했다."

- 경제 피해 규모를 비교할 데이터가 있나? 가령 연어잡이 소득의 증감 추이 같은 것 등.
"1850년대에 유럽인이 들어왔다. 금광과 목재, 지하수 약탈을 시작했다. 잠시 몰려들어 흥청거리다가 빠져나갔다. 달러의 변화로는 피해 규모를 설명할 수 없다. 자급자족 경제 가치가 추락했다. 2005년부터 3개 보건소에서 나온 건강 지표로 삶의 질을 측정할 수 있을 뿐이다. 연어 어장수 감소로 노동력이 약화됐다. 연어 섭취량이 줄어서 건강이 악화됐다."

경제 악화를 건강 상태로 설명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는 "1960년대에는 심장병, 당뇨병, 고혈압이 거의 없었는데, 지금 미국 전체 평균의 6~10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클라마스 강의 비극을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이 계시다면 이철재 기자가 차 안에서, 숙소에서 밤을 새다시피 하면서 쓴 아래 기사를 클릭하시면 된다. 

<관련기사>
댐 철거한 미국... 손해 본 건 하나도 없다
녹조와 물고기 떼죽음, 미국의 선택은 댐 철거
  
녹조, 기생충, 물고기 떼죽음... 너무 닮았다


▲ 4대강 독립군이 낙동강에 번성한 녹조사진을 보여주자 리프 힐만 국장은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 정대희

이제 카룩 부족은 100년간 이어진 비극의 끝에 서 있다. 2016년 4월, 미국 역사상 최대의 댐 철거 프로젝트인 클라마스강 4개 댐 동시 해체가 결정됐다. 2020년부터 4000억 원을 들여 콥코 1댐(Copco 1 Dam), 콥코 2댐(Copco 2 Dam), 제이시 보일댐(JC Boyle Dam), 아이언 게이트댐(Iron Gate Dam)을 허문다. 가장 높은 것은 53m 높이의 아이언 게이트댐인데, 4대강 사업의 마지막 공사였던 영주댐(55m)과 비슷한 규모다.   

4대강 독립군은 힐만 국장과 헤어진 뒤 아이언 게이트 댐으로 갔다. 카룩부족 정부 수질 전문가인 수잔 프리키(39, Susan Fricke)가 비를 맞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댐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4개 댐으로 막힌 물의 생태와 환경변화를 설명했다. 그가 녹조와 기생충 창궐, 물고기 떼죽음 사건을 말할 때에는 한국의 4대강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 소름이 돋았다.    

그 곳에서 김종술 기자가 4대강 녹조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보여주자 수잔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통역자인 김레베카씨가 "김 기자는 이 물속에 들어가서 취재한다"고 말하자 그는 "안 돼!"라고 소리쳤다. 그는 "녹조는 피부병을 일으키고,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소는 간에 축적되기에 지금은 아니지만 결국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어리석다"


▲ 낙동강에 창궐한 녹조물에 들어가 양동이로 녹조물기둥을 만든 김종술 기자의 사진을 보고 수잔 브리키는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카룩족 (Karuk Tribe)제공

그에게 5년 전 4대강에 16개 댐을 세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었다. 

"우리가 클라마스 강에서 목격한 것은 강을 강답게 내버려 둬야 한다는 사실이다. 자연적인 시스템을 강에서 떼어내면 수질을 악화시키고 물 사용에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을 없애버린다. 국민들과 물고기들, 그리고 당신이 보호하고자 하는 모든 대상을 해친다."

그의 설명은 탁월했지만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변이 너무 점잖았다. 4대강 독립군이 우스개를 섞어가면서 유도성 추가 질문을 던졌다. 

- 그럼 16개 댐을 세운 이 전 대통령이 어리석은 자라는 말인가?
"그렇다."  

수잔과 헤어지면서 정수근 기자가 짧게 촌평했다.  

"영주댐 판박이네요."

이철재 기자는 이 말을 낚았다.    

"그럼, 낙동강과 영주댐 전문기자인 정 기자가 쓰면 되겠네."

수잔과의 인터뷰와 클라마스강 4개 대형 댐의 해체 결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시다면 아래 정수근 기자의 기사를 클릭하시면 된다. 

<관련기사: "미국서 녹조물 마시던 사슴과 개, 앓다 죽기도">

[화이트 새먼 강] "콘딧 댐에 어도 설치? 그냥 부쉈다"  


▲ 톰 고튼 퍼시픽코프 미디어 담당관이 4대강 독립군과 함께 콘딧댐 철거현장을 찾았다. 그는 "댐에 어도를 설치하고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적었기 때문에 댐 철거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 정대희

4대강 독립군은 지난 4월 10일에는 미국 오리건 주 북서부 포틀랜드(Portland)의 퍼시픽코프(PacifiCorp) 빌딩을 방문했다. 미국 서부 6개 주 180만 명에게 석탄화력, 수력, 풍력, 태양력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대형 전력 회사다. 클라마스 강에서 사라질 4개 댐도 이들의 소유였다. 퍼시픽코프가 운영하는 40여개의 수력발전 댐 중 3개는 이미 해체했다.  

4대강 독립군은 밥 그래빌리(Bob Gravely, 클라마스 복원 공보관) 등 4명과 마주 앉았다. 당초 이들을 만나 클라마스강의 댐 해체 결정 이유와 과정 등에 대해 자세히 들을 예정이었지만, 상당히 신중했다. 자기 이해에 민감한 민간 회사이기에 그런 듯했다. 이들은 카룩 부족 관계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클라마스 강의 심각한 녹조 현상은 댐의 영향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카룩 부족은 녹조가 댐의 영향이라고 하지만 우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클라마스 강 상류 화산지대에서 나오는 인 성분과 높은 수온 등에 기인한 것이다." 

4대강 독립군, 맥이 빠지다

그는 또 "채산성을 맞출 수가 있었는데 4개 댐 해체를 결정한 것은 정치적 문제"였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 정치인들과 카룩 부족, 환경단체 등의 다자간 협의에 따른 것이라는 이유를 댔다. "정치 상황에 따라 댐 해체 결정이 번복될 수도 있다"고 내비치기도 했다.  

4대강 독립군들은 이 말을 듣고 맥이 빠졌다. 사실 이들로부터 '댐을 유지하는 게 해체하는 것보다 나았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이들이 연방 에너지 규제위원회에 4대 댐 면허 갱신을 포기한 이유는 전력 생산에서 얻는 이득보다 연어 회귀를 위한 어도 추가 건설 등 환경 규정을 지키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간 언론보도와 문건을 봐도 나타난다.  

그나마 위안이었던 것은 이들이 지난 2012년에 철거한 콘딧 댐(Condit Dam) 현장을 보여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퍼시픽코프 복원계획 담당관인 톰 코튼(Tom Gauntt, 콘딧 댐 철거 담당)씨가 4대강 독립군 차에 올라탔다. 샌드위치로 대충 점심을 때운 뒤에 컬럼비아 강을 따라 상류로 차를 몰았다. 

콘딧 댐은 컬럼비아 강과 화이트 새먼 강(White Salmon River)이 합류하는 지점에서 5.3km 상류에 있다. 언덕 위에 조금 남아있는 콘크리트 바닥만으로 그곳이 댐의 자리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코튼씨는 "댐을 철거하고, 앞으로 5년 동안 강 복원에 들어가는 총 비용은 3500만불"이라면서 "콘딧댐에 어도를 설치하고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적었기 때문에 댐 철거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사무실에게 4대강 독립군을 실망시킨 말과는 달랐다. 그는 "여기서 4~5마일 상류에 큰 폭포가 있다"면서 "지금은 연어가 거기까지 올라가 알을 낳는다"고 말했다. 

폭포 쪽으로 차를 몰았다. 4대강 독립군들은 나무가 울창한 오솔길을 걸어서 내려갔다. 길 양옆에 카약을 이동할 수 있는 철제 레일이 있었다. 레일이 끝나는 지점에 이르니 원시적인 자연림 안에서 화이트 새먼 강은 폭포처럼 세차게 흘렀다. 은빛으로 빛나는 물살은 그 위를 힘차게 거슬러 오르는 연어 떼 같았다.  

물소리 때문에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그곳에서 김종술 기자의 짧은 소감을 들었다. 


[카멜강] "산 클레멘테 댐 철거비용이 가장 싸게 들었다" 


▲ 로버트 제임스 아메리카 리버스 감독관이 산 클레멘테 댐 철거과정을 4대강 독립군에게 설명하고 있다. ⓒ 정대희

4대강 독립군이 지난 13일 방문한 곳은 캘리포니아 몬테레이 카운티에 있는 카멜강(Carmel River)의 산 클레멘테 댐 자리였다. 아치형 댐은 지난 2015년 12월에 철거했다. 캘리포니아 지역에서는 가장 최근에 철거된 댐이다. 1921년에 완공된 32m 높이의 용수용 댐이었는데, 이곳은 거의 100년 동안 몬테레이 반도 8만 명의 식수원이었다. 

미국 21개 주에 식수를 공급하는 아메리카 워터의 로버트 제임스 감독관(Robert James)과 함께 현장을 찾았다. 4대강 독립군은 아메리카 워터 측의 4륜 구동차로 옮겨 탔다.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날 수 있는 가파른 협곡길. 비까지 내렸다. 아찔했다. 브레이크를 잡으면 차가 마음대로 미끄러졌다. 1~2미터 옆은 천길 낭떠러지였다. 고개를 넘자 댐을 허문 자리가 나타났다.       

"지표수를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규정이 갈수록 까다로워졌다. 정수처리 기술로는 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댐 철거의 결정적 이유는 퇴적토였다. 댐 정상의 아래쪽에 수문이 있는 구조인데 밑에서부터 13피트 높이였다. 퇴적토는 그 아래로 3~4피트 높이까지 차올랐다. 

파이프로 배출하는 방식과 따로 퍼 담아서 컨베이어로 실어 나르는 방식도 모색했지만 댐을 철거하는 게 비용이 가장 적었다. 댐에 어도가 있지만 무지개 송어와 같은 멸종위기종이 자유롭게 드나들기 힘들었다. 그래서 환경단체들도 댐이 철거되기를 원했다."  

로버트 제임스 감독관의 말이다. 댐이 저장할 수 있는 물 그릇의 절반 이상을 퇴적토가 차지했다. 

"댐 짓는 시대는 끝났다"


▲ 산 클레멘테(San Clemente)댐은 지난 2015년 12월 철거돼 지금은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 정대희

물을 저장해서 용수로 공급한다는 취지가 무색해졌다. 퇴적토 무게로 댐의 안전성도 위협받았다. 1991년 캘리포니아 수자원국은 댐 붕괴 가능성을 경고했고 아메리카 워터 측은 1992년부터 매년 저수지 수위와 수압을 낮추려고 노력했다. 1백만 달러를 들여 댐에 구멍을 뚫기도 했다. 결국 이들이 취한 가장 값싼 해결 방법은 8400만 달러로 댐을 부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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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독립군은 로버트 제임스 감독관에게 물었다. 

- 520km인 한국의 낙동강을 8개의 댐으로 막았다. 1300만 명의 식수원이다. 녹조가 창궐하고 수질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당신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댐 짓는 시대는 끝났다. 미국이라면 용수공급 면허가 취소될 것이다. 저수지에 갇힌 물이 수층의 온도 차이로 매년 위아래로 뒤집히면서 문제가 계속 악화된다. BOD(생화학적 산소요구량, 미생물이 물속 유기물을 분해할 때 사용하는 산소의 양) 수치도 나쁠 것이다. 

녹조를 제거하려고 약품을 쓸 텐데, 비용만 잡아먹고 역효과를 내는 매우 극단적 방식이다. 또 유입수 자체가 지나치게 오염되면 지표수 처리시설과 관련된 법적 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정수처리 공장을 닫아야 하고, 다른 수원지를 찾아야 한다."   

[나가며] '이명박근혜 4대강'이 청산해야 할 적폐인 까닭


▲ 녹조가 가득한 백제보 상류에 수자원공사는 조류제거선을 띄웠다. ⓒ 김종술

지난달 17일, 4대강 독립군은 7박9일의 미국 취재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비행기를 타고 12시간 동안 태평양을 건너오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지금도 수자원 공사는 녹조를 제거하려고 모터보트로 강물을 휘젓고 다닌다. 황토 흙을 뿌리고 공기 기포제를 설치했다. 그래도 매년 녹조는 창궐한다. 금은 모래밭은 최악 수질 지표종인 4급수에서 사는 실지렁이와 깔따구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궁창 펄밭으로 변하고 있다. 이대로 놔둔다면 세금으로 강을 망치고, 세금으로 다른 수원지를 개발해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의 어민과 농민들도 미국의 원주민들이 겪었던 고통을 답습하고 있다. '물 반 고기 반' '물 반 재첩 반'이었다는 낙동강 하구의 어민들의 그물에 걸려드는 건 큰빗이끼벌레와 녹조 찌꺼기뿐이다. 4대강 주변에서 농사를 짓던 농민들도 쥐꼬리만한 보상금을 받고 몇 대째 살아왔던 고향을 등지고 있다.

이러고도 이명박 정권의 4대강에 부역했던 자들은 흥청망청 훈·포상을 나눠먹었다. "4대강에 녹조가 끼면 배를 띄워 스크루를 돌리면 된다"는 황당한 논리를 내세운 자 등 곡학아세했던 학자들은 장관 등 자리를 꿰찼고 국가 기관 주요 요직에 앉혔다. 4대강 사업에 참여한 대기업들은 공사비 담합으로 막대한 돈을 챙겼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결정한 수천억 원대 과징금도 내지 않고 버티고 있다. 착잡했다. 

정권이 교체된다면?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상상했던 기대가 보름 만에 현실이 되었다. '이명박근혜 4대강'이 적폐인 것은 비단 강을 망쳤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민주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생략한 채 폭력으로 예산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국민 70~80%의 '4대강 사업 반대' 의사는 묵살됐다. 편법을 동원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생략하는 등 법질서를 유린했다. 국민의 재산을 보호해야 할 국가기관이 수십조의 혈세를 강물 속에 수장시키고 있다.

촛불이 명령한 적폐청산,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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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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