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저작권법, FTA 반영 안했다”
[한겨레] 등록 : 20111227 08:38
   
미 전문가 ‘한겨레’ 질의에 답변
‘한국에 심각한 불평등’ 지적

미국의 형법과 저작권법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미국법과 협정이 어긋난다는 지적이 미국 쪽에서 나왔다. 한-미 협정은 우리나라에서는 국내법과 효력이 동등하지만 미국에서는 관련 법률이 개정되지 않으면 효력이 없기 때문에 한-미 협정이 미국법과 일치하지 않은 경우 심각한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다.

지적재산권 분야의 전문가인 숀 플린 아메리칸대 교수(법학)는 26일 <한겨레>의 분석 요청에 대한 회신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미국의 지적재산권 관련법을 비교한 결과 최소한 3곳이 불일치한다”고 밝혔다. 우선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민형사 및 행정 조처를 규정한 지재권 집행 관련 조항이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지적됐다. 플린 교수는 “한-미 협정 제18.10조 제28항을 보면 ‘위조 서류 또는 포장(라벨)’을 제작·배포하는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돼 있는데, 미국의 형법 제2318조는 위조 라벨이 저작물일 경우에만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위조 라벨’과 관련해 미국법의 적용 범위가 한-미 협정보다 훨씬 좁지만 미국은 이를 개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플린 교수는 한-미 협정 제18.4조(저작권 및 저작인접권) 제1항과 미국 저작권법 제101조가 규정한 ‘일시적 저장’이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을 이용할 때 이용자 컴퓨터의 메모리에서 일어나는 ‘일시적 저장’을 한-미 협정에서는 명확하게 ‘복제’의 범위에 포함시킨다. 하지만 미국 법원은 자국 법률에 따라 저작물이 버퍼링 메모리에 몇 초간 저장된 것은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 밖에 지재권의 ‘기술적 보호 조처’를 무력화하면 형사처벌하는 조항에서도 한-미 협정은 적용 대상을 ‘홍보·광고 또는 마케팅’으로 폭넓게 규정하지만, 미국 저작권법은 ‘마케팅’으로만 한정하고 있다.

남희섭 변리사는 “미국법이 한-미 협정을 반영해 개정되지 않으면 한국과 미국의 저작권자가 다른 권리를 누리는 불평등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필요한 이행조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협정 발효만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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