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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탈핵 정책에 ‘원전 마피아’ 총공세?
정혜규 기자 jhk@vop.co.kr 발행 2017-06-01 15:13:36 수정 2017-06-01 15:59:23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 천막농성장을 방문해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 천막농성장을 방문해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김철수 기자

에너지 분야 대학 교수들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겉으로는 절차를 내세우고 있는데, 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으로 입지가 좁아진 이들이 정부 정책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반격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원자력학회·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경희대 미래사회에너지정책연구원 등에 소속된 교수 200여 명은 31일 보도자료를 내고 "문 대통령의 원전 공약 이행 과정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전문가들과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에너지 정책을 신중하게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1일에도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에너지 분야 교수들은 새 정부의 정책 수립 과정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내세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석탄화력발전을 미세먼지 주범으로 꼽고 30년 이상 된 노후 발전소를 임기 내 폐기하기로 하는 등 탈화력발전 정책 방향을 밝힌데 이어 탈원전 정책도 고심하고 있다. 원전 중심 에너지 정책 폐기를 강조해 온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조만간 관련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인데, 이와 관련해 교수들이 "소수의 비전문가가 속전속결로 내놓은 제왕적 조치"라면서 중단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은 이미 국민으로부터 인정을 받은 정책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등을 담은 에너지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는데, 정책 소개 사이트인 '문재인 1번가'에서 세 번째로 많은 지지를 받을 정도로 폭넓은 관심을 받았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화석연료나 원전 등 위험 부담이 큰 에너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해왔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독일 등 각국이 탈원전을 선언하는 사이에도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원전 정책을 밀어붙여 왔다. 경주 지진 이후에는 국내 원전 사고에 대한 우려도 커졌고,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시급하다는 공감대도 널리 확산됐는데, 이전 정부는 이 같은 현실을 담아내지 못했다.

"원전 산업 이해 관계자들이 문 대통령 비판"

교수 200여 명이 정권 초기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것이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기존의 원전 정책으로 이익을 공유해 온 이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원전 중심 정책, 원전 사업에 뛰어든 기업들의 이해관계, 원자력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는 학계 등의 입장이 맞아떨어지면서 '공생 관계'를 형성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시민단체인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1990년대 한국형 원전 개발을 매개로 한 정부의 원전 중심의 전원 정책, 핵 관련 기술인력 양성, 신규 원전 건설에 따른 시장 확장이라는 관료·지식·자본의 카르텔을 강화하는 순환구조를 갖추게 됐다"고 진단했다. 원자력 관련 학과를 개설한 15개 대학 관계자들이 한국수력원자력을 중심으로 원전 운영·감시 기관에 포진하면서 원전 정책을 휘둘러 왔는데, 탈원전 정책이 가시화될 경우 공생 관계는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환경운동연합 탈핵에너지팀 양이원영 처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성명에 나선 이들은) 에너지 전문가라기보다는 원자력산업으로 이익을 보는 학자들로 산업계의 이해관계자들"이라면서 "'전문가' 코스프레로 청와대를 압박하고, 협박하겠다는 기획된 조직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원자력 분야 교수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을 계기로 오히려 '원자력이 지속 가능한지 검증하는 공개 토론을 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탈핵에너지교수모임의 공동대표인 김익중 동국대 교수는 "원자력학회 등에 속하는 교수들이 문재인 정부의 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며 "원자력이 과연 필요한 것인지, 경제성은 어떤지, 안전성은 어떤지, 정말로 대안은 없는 것인지 등에 관하여 약 5~10회에 걸친 대토론을 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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