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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면전에서 대놓고 ‘무역 적자’ 문제 꺼낸 트럼프
사드 한국 경제 피해 언급도 없이 미국 일방적 주장만 되풀이... 트럼프 고도의 계산된 ‘국내용’ 발언
김원식 전문기자 발행 2017-07-01 11:18:58 수정 2017-07-01 11:18:58

백악관에서 한미 양국 정상이 공동으로 언론 발표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기자들의 질문은 일절 받지 않았다.
백악관에서 한미 양국 정상이 공동으로 언론 발표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기자들의 질문은 일절 받지 않았다.ⓒ뉴시스/신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양국 관료들이 참석한 확대 정상회담이 시작되자마자, '북한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한국 무역적자' 문제를 가장 먼저 제기하고 나섰다.

더구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인한 중국의 보복에 따른 한국 피해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중국 제재에 한국이 동참해 달라고 공식 요구했다. 미국은 한미 동맹을 강조하면서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자신들의 일방적인 주장만 강요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한미 두 정상 간 단독 정상회담에 이어 열린 확대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두 가지 (주요) 문제를 토론할 것"이라면서 "첫 번째는 북한 문제가 될 것이지만, 다음은 무역 협상(trade deal)"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는 (이미) 지난 밤에도 논의했고 우리는 매우 강하고 확고한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우리는 공평한(fair) 협상을 위해 무역 문제를 먼저 논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게리 콘(국가경제위원장)과 윌버 로스(상무장관)가 이 자리에 와 있다"면서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고, 이들이 무역 문제에 관해 중요한 몇 가지를 말할 것"이라면서 첫 번째 발언자로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한미 확대 정상회담이 시작되자마자, 한국과의 무역적자 문제를 거론하고 있는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우)과 게리 콘(좌) 미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한미 확대 정상회담이 시작되자마자, 한국과의 무역적자 문제를 거론하고 있는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우)과 게리 콘(좌) 미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미 CNBC 방송화면 캡처

확대 정상회담 첫 발언에 나선 로스 상무장관은 "우리의 대한국 무역 불균형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시행된 후 두 배로 늘었다"면서 "가장 큰 단일 요인은 자동차 무역이며, 미국산 자동차를 수출하는데 많은 비관세 무역장벽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기준에 부합하는 자동차 가운데 (한국 수출이) 허용되는 것은 단지 2만5천 대뿐"이라며 "이는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접근하는 데 방해가 되고 있다"고 미국 측 주장을 이어 갔다.

로스 장관은 이어 "또 다른 문제는 철강 문제"라며 "유정용 파이프와 철강 제품 수입 문제인데 한국은 이 시장이 없기 때문에 전량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고 한국 철강의 덤핑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최근 무역 거래에서 나타나듯이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로, 우리는 (한국의) 수출량이나 잘못된 수입을 바꾸는 것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스 상무장관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트럼프 대통령은 케리 콘 미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두 번째로 발언에 나선 콘 위원장은 "우리(미국)는 중국과의 무역 등 경제 관계에 가장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면서 "우리는 중국과의 무역 적자가 매우 크고, 계속 증가하고 있고, 중국은 많은 약탈적인 행동(predatory practices)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콘 위원장은 중국의 약탈 행위로 '지적 재산권 문제', '미국 기술이전 요구', '중국 기업과의 합작 요구', '중국 기업의 미국 소유 제한' 등의 문제를 일일이 거론했다. 콘 위원장은 그러면서 "우리는 한국이 중국 정책을 다루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중국 정책 문제를 다루는 데, 어떻게 한국이 미국을 도와줄 수 있나"고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각료들을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트럼프, "미디어 나가달라' 하면서도 촬영 허용 노림수 
전문가, "트럼프 무역적자 공개 불만은 현명하지 못한 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미국은 많은 나라와 무역적자를 가지고 있다"면서 "우리는 그것을 허용할 수 없다"며 곧바로 무역적자 문제를 공식 제기했다. 이어 "우리는 한국과 바로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무역적자가) 지속하는 것을 허락할 수 없다"고 문 대통령과 한국 각료들을 몰아붙였다.

트럼프는 대통령은 이어 "미국은 아주 오랫동안 막대한 무역적자를 겪고 있으며, 이것이 우리가 20조 달러의 적자가 발생하는 이유"라고 주장하며 한미 간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착수를 공식화했다.

이러한 상황에 관해 워싱턴의 한 외교 전문가는 "언론이 촬영하고 있는 것을 알면서, 무역적자 문제를 먼저 꺼낸 것은 트럼프의 계획된 (미국) 국민용 고도의 노림수"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두 각료에게 발언권을 넘기기 직전 "아주 중요한 문제라 언론을 물리치고(leave media) (각료들이) 발언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백악관은 미 각료들의 발언 과정의 촬영을 허용했다. 오히려 중요성을 부각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노림수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동맹을 강조하면서도 확대 정상회담이 시작되자마자, 무역적자 문제에 관해 미국 측의 불만을 공식화한 것에 대한 비난도 커지고 있다.

보니 클레이저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원은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문제를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불공정 무역이나 불충분한 방위비 문제에 공개적으로 불만(complaints)을 제기한 것은 중국과 북한이 양국(한미) 동맹을 갈라놓게(wedge) 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발표된 한미 정상회담에 관한 양국 간의 공동 성명이나 공동 언론발표문 어디에도 사드로 인한 중국의 보복 조치에 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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