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01373.html?_fr=mt2

트럼프가 갑자기 띄운 ‘FTA 재협상’에 관한 6가지 진실
등록 :2017-07-04 14:27 수정 :2017-07-04 16:26

Q&A로 풀어본 경제이슈 | 한-미 FTA 재협상 논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미국 쪽은 사실상 재협상을 공식화하려는 태도인 반면, 우리 쪽은 재협상에는 합의한 바 없다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미 자유무역협정문에 따르면, 미국 측이 재협상을 고집한다면 이를 거부하기 어렵게 돼 있습니다. 한미FTA 재협상을 둘러싼 한미간 입장 차이와 쟁점, 향후 전망을 정리했습니다.

Q: 미국측 입장은?

A: 미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FTA 재협상을 공식화하려는 분위기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30일 오전(현지시각) 단독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지금 한미FTA 재협상을 하고 있다. 공정한 협상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이것은 양측에 공정한 딜이 될 것이다. 이건 미국에게 거친 협정이었으나 앞으로 달라질 것이고, 양측 모두 좋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We are renegotiating a trade deal right now as we speak with South Korea, and hopefully it will be an equitable deal - it will be a fair deal to both parties. It’s been a rough deal for the United States, but I think that it will be much different and it will be good for both parties. So we’re in the process of doing that. 출처: 백악관 홈페이지 )

한미FTA 재협상 발언에 대해 백악관 출입기자들도 진위 파악에 나섰습니다. 이날 오후 진행된 백악관 정례브리핑에서 나온 관련 질문에 사라 샌더스 백악관 부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그 협정(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재협상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시작할 ‘특별공동위원회’를 소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At the direction of the President, Ambassador Lighthizer is calling a special joint committee meeting to start the process of renegotiating and amending. 출처: 백악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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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국측 입장은?

A: 우리 쪽은 한미FTA 재협상에 관해 한미 간에 합의한 바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측이 재협상을 기정사실화한 것에 대해 1일(현지시각) 백악관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에서 워싱턴 특파원단과의 간담회를 통해 “합의 외의 얘기”라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재협상 개시를 밝혔지만, 청와대는 재협상 합의가 없다고 했는데 회담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가’라는 질문에 “(두 정상의) 합의 내용을 보면 된다. 나머지는 합의 외의 얘기”라며 “경위는 모르겠지만, 공동성명이 기자들에게 배포된 가운데 더해 (두 정상이 공동 언론발표에서) 각자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저는 공동성명 내용을 알아 거기 맞춰 이야기한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 합의하지 못한 얘기를 하신 것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과정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등이) ‘미국이 무역적자를 많이 보고 있다. 특히 자동차와 철강 분야, 특히 철강은 중국산 철강이 한국을 거쳐 우회해 미국에 들어온다는 문제를 제기했다”며 “이에 대해 우리로서는 미 상무부 자체 분석자료에 의하더라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는 호혜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발효 이후 세계 교역량이 12% 줄었는데 한-미 교역량은 12% 늘었다. 상품에서는 미국이 적자를 보지만 서비스에서는 우리가 적자, 투자도 미국에 많이 돼 전체적으로 균형이 맞다”고 강조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그래도 시정의 소지가 있다면, 그들이 관세 외 장벽을 얘기한다면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자유무역협정 영향 등을 조사, 분석, 평가해보자고 역제의하는 것으로 끝났다”고 회담 과정을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 없이, 그 합의만으로 만족할 수 없었던지 재협상을 별도로 얘기하신 것이다. 합의 외에 이야기”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앞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30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내 일부 언론 매체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 양국이 자유무역 재협상에 합의했다거나 재협상을 공식화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사실과 다르다”며 “한미 자유무역 재협상에 대해 한-미 양측간 합의한 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장 실장은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큰 규모의 무역적자와 자동차·철강 분야의 무역 불균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일정한 조처를 취하거나 새로운 협상을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며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자유무역협정의 상호 호혜성을 강조하면서 양쪽 실무진이 자유무역협정 시행 이후 효과를 공동 조사할 것을 제의했다”고 말했습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사라 샌더스 백악관 부대변인이 한국과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재협상하거나 수정할 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도 “미국 자체 절차”라고 일축했습니다.(출처 : 이용인 <한겨레> 워싱턴 특파원)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 언론 발표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 언론 발표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Q: 미국이 한미FTA 재협상을 요구하면 한국은 받아들여야 하는가?

A: 한미FTA 협정문 상 한쪽이 재협상을 요구하면 상대방은 여기에 응해야 합니다. 미국이 계속 요구하면 우리의 의사와 관계 없이 언제든 재협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협정문 2.3조에는 ‘어느 한쪽 당사국의 요청이 있는 경우 양 당사국은 부속서2-나의 양국 양허표에 규정된 관세 철폐의 가속화를 검토하기 위하여 협의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또 협정문 16.7조는 ‘양 당사국간의 이해를 증진하거나 이 장에서 발생하는 특정 사안을 다루기 위하여, 각 당사국은 다른 쪽 당사국의 요청이 있는 경우 다른 쪽 당사국이 제시한 사항에 관하여 협의를 개시한다’고 돼 있습니다. 다만, 협정문 개정은 서면으로 합의할 수 있습니다(24.2조). (출처: http://www.fta.go.kr/us/doc/1/)

Q: 미국이 이번에 구체적으로 불만을 제기한 이슈들은 무엇인가?

A: 대표적으로 자동차와 철강 이슈를 제기했습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확대정상회담에서 “(무역) 불균형이 가장 큰 분야는 자동차 무역이다. 미국 수출업체에 상당한 비관세 장벽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언급된 비관세 장벽은 배기량을 잣대로 삼는 자동차세 부과 기준과 연비 규정, 수리 이력 고지 등 국내 자동차 관련 법규를 지적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배기량이 큰 미국차들을 위해 국내 자동차 세제를 함부로 손댈 수는 없는 일입니다. 또 연비 규제(1년간 판매한 승용차의 평균연비) 역시 리터당 17㎞ 이상으로 미국(16.6㎞)보다 까다롭기는 하지만 유럽연합(EU·18.1㎞)보다 낮아 불합리한 규제로 보기 어렵습니다. 일본도 미국보다 높은 16.8㎞를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고장 여부 등을 구매자에게 알리는 수리 이력 고지 역시 미국 36개주에서 시행 중입니다.

자동차 수출 역시 우리에게만 유리하다고 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국무역협회 집계를 보면, 2012년 자유무역협정 발효 후 5년간 미국산 자동차의 수입액은 4배 가까이 늘었고, 한국산 자동차 수출은 12.4% 증가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미국산 자동차 수입은 6만99대로 전년보다 22.4% 증가한 반면 한국산 수출은 96만4천대로 9.5% 줄었습니다. 전체 수출 규모는 한국산이 훨씬 많지만 그 격차는 점차 좁혀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두 나라 업체 모두 실익을 챙겼다. 더욱이 (현대차가) 미국에 공장을 짓고 투자를 많이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철강 산업은 이미 미국의 강도 높은 수입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미 상무부는 지난 3월 한국산 후판에 반덤핑 관세와 상계관세 11.7%를 물렸고, 한달 뒤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도 최대 24.9%의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을 경유해 미국으로 수출되는 중국산 철강제품에도 불만을 드러냈지만, 국내 업계는 관련 제품이 전체 수출 물량의 2%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출처 : 트럼프가 지목한 자동차·철강업계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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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미국측은 한미FTA 때문에 지난 5년간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가 2배 증가했다고 주장하는데, 근거가 있는 얘기인가?

A: 2012년 3월 협정 발효 후 지난 5년간 우리나라 상품의 미국 수출은 연평균 20억4천만달러(연평균 3.4%) 증가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액은 2011년 562억달러에서 2016년 664억달러로 증가했습니다. 반면 미국산 상품의 우리나라 수입액은 2011년 445억달러에서 지난해 432억달러로 줄었습니다. 5년간 연평균 0.6% 감소했습니다. 이에 따라 대미 상품수지 흑자는 2011년 116억달러에서 지난해 233억달러로 두 배가량 늘었습니다. 참고로, 233억달러는 한국 쪽 수출입 통계기준이고 미국 상부무의 수출입 통계로 지난해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 규모는 277억달러입니다. 수출입 집계방식에서 1)원산지 기준이냐 목적지 기준이냐, 2)‘수출입품 판매가격+운임+보험료’인 FOB 금액이냐 ‘운임과 보험료를 차감’한 CIF 금액 기준이냐, 3)한국과 미국의 지리적 거리로 연말 연초에 상품 이동의 시차에 따른 집계 차이 등으로 양국 통계치가 다를 수 있습니다. 어쨋든,미국이 협정 발효 이후 대한국 무역적자가 2배 증가했다는 말은 그래서 나옵니다.

하지만 트럼프가 “끔찍하다”고 표현한 상품수지 적자가 한-미 에프티에이의 결과라고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미국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일본·독일·중국에 대해서도 수백억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미국의 국가별 무역적자 규모는 2016년 기준으로 중국(3470억달러), EU(3147억달러), 일본(689억달러), 멕시코(632억달러) 등 순서로 크고, 한국(277억달러)은 적자규모에서 8번째입니다. 한국 상품수지 흑자가 ‘5년간 두 배로 증가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기에도 고려해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미국의 한국산 제품 수입액(총 720억달러·2015년) 가운데 승용차(180억달러), 휴대폰(73억달러), 반도체(33억달러) 등 3개 품목이 40%에 달합니다. 그런데 2015년 말까지 한국 승용차에 대한 미국 수입관세는 발효 이전과 동일한 2.5%였습니다. 반도체·휴대폰은 발효 이전부터 이미 무관세였고요. 늘어난 흑자 폭이 과연 에프티에이 때문인지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는 “대미 수출이 늘어난 건 단적으로 에프티에이와 무관한 자동차가 주도했다. 나머지 제조업은 손해가 더 많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섬유·전기전자 등 상당수 품목은 올해부터 무관세가 적용됩니다. 그래서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지역무역협정팀장은 “에프티에이의 활용과 효과가 본격화하려면 더 기다려야 하고, 정작 미국이 관심을 보이는 무역수지 적자 문제는 재협상을 통해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출처 : 트럼프 말과 달리 ‘FTA 실익’ 미미…“독소조항 고쳐야”)

양국간 교역은 상품과 서비스를 포괄합니다. 상품 교역 수지에서는 우리가 흑자를 기록하지만, 서비스 수지에서는 미국이 흑자입니다. 서비스 수지는 해외여행, 유학·연수, 운수서비스 등과 같은 서비스 거래 관계가 있는 수입과 지출의 차액을 나타내는 수지를 말합니다. 우리의 대미 서비스 수지는 한-미 FTA 발효 전엔 2011년 110억달러 적자에서 2015년 141억달러 적자폭이 확대됐습니다. 우리나라의 대미 서비스 수지 적자폭이 증가한 것은 지재권사용료 지급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대미 지재권 사용료 수지는 2011년 29억9천만달러 적자에서 2015년 58억9천만달러 적자로 급증했습니다. 또 한가지 봐야 할 대목은 우리나라의 대미 투자액이 미국의 대한 투자액보다 절대액수 측면에서 더 많이 늘었다는 점입니다. 한국의 대미 직접투자는 2012~2016년에 370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발효전 대비 60.1% 증가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의 대한국 직접투자액은 202억달러였습니다. 발효 전 대비 112.4% 증가했습니다. (출처 : 산업통상자원부 자료 ‘한미 FTA 상호 윈윈 효과 시현’ https://goo.gl/g1v4YW)

전체적으로 봤을 때, 상품 수지는 한국의 흑자폭이 늘었으나 서비스 수지와 직접투자에서는 미국 측이 더 이익을 봤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재협상 또는 협정 폐기를 주장하며 우리를 압박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전문가들은 재협상 논란이 ‘보호무역주의’를 선언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엄포 놓기’ 행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통상 전문가인 정인교 인하대 교수(국제통상학)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지렛대로 삼아서 한국 정부가 알아서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할 것을 압박하는 트럼프식 협상 방식을 활용하려는 측면이 있었다고 본다”고 평가했습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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