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40545

국민의당이 어깃장 놔도... '소방관 증원'이 답입니다
[주장] 화재 빈발하지 않아 증원 반대? 재난 모르는 궤변에 불과
17.07.08 16:03 l 최종 업데이트 17.07.08 16:41 l 글: 이건(livegun) 편집: 김지현(diediedie)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이 지난 3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의원총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이 지난 3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의원총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 연합뉴스

지난 4일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은 소방관 증원과 관련해 화재 건수가 많지 않다면서 반대 입장을 내놨다. 요약하면 '불이 자주 나지 않으니 소방관 증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논리다. 그러면서 지금의 소방관 동원 체계를 보다 정교화하고 과학화하면 된다는 취지의 대안까지 내놨다. 이 발언과 관련해 현장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논란이 커지자 국민의당은 지난 7일 "우리나라가 '공무원들의 나라'가 돼 가고 있다는 비판여론 속에서 단순 공무원 숫자만 늘리려 하는 점을 지적한 것"이며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통해 합리적 재배치 작업이 정교하게 이뤄져야 한다, 현장 소방관들은 최우선으로 추가 배치와 증원이 요청되는 직역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당 차원에서 해명을 했다곤 하지만, 황 의원의 발언은 재난의 기본 개념은 물론이거니와 소방관들이 안고 있는 기본적인 문제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현재 대한민국 소방은 법에서 정한 기준에도 훨씬 못 미치는 인원으로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법에서 정한 소방관 정원을 맞추려면 앞으로 1만9000여 명을 더 채용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 소방관은 4만5000여 명 정도다. 이중 99%가 지방자치단체 소속의 지방공무원이며, 1%에 해당하는 500여 명만이 국가직 소속이다. 이렇듯 소속과 신분이 다른 사람들을 정교하고 과학화해서 동원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 '화재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게 아니니 공무원 숫자를 늘리는 것은 국가재정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는 논리는 재난의 트렌드가 이미 엄청나게 변했다는 것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궤변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소방관은 불만 끈다? 그런 시대 지난 지 오래

 서울 강남소방서가 지난 6월 27일 오후 3호선 신사역에서 지하철 화재를 대비한 소방합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  서울 강남소방서가 지난 6월 27일 오후 3호선 신사역에서 지하철 화재를 대비한 소방합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 서울 강남소방서 제공=연합뉴스

소방이 화재·구조·구급과 같은 전통적 서비스에서 벗어나 위험물 사고, 수난구조, 산악구조, 드론을 활용한 인명수색, 대테러 지원활동 등 복잡하고 대형화된 재난의 예방과 대응의 첨병으로 그 역할을 변신한 지 이미 오래다. 

한편, 소방관들이 크고 작은 생활 속 안전사고에 출동하는 건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멧돼지나 뱀을 잡아달라는 요청에서부터 벌집 제거, 동물구조, 심지어는 아파트 단지 앞에 아침마다 울어대는 새 소리를 어떻게 해달라는 황당한 신고까지도 소방관이 출동한다. 그만큼 소방은 시민들의 생활 속에서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 안전서비스의 중요한 한 축인 것이다.    

지난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소방관에 대한 관심과 격려가 높다. 특히 대통령이 소방서를 방문해 직접 소방관에게 커피를 따라주는 장면을 보면서 많은 소방관들이 희망의 불꽃을 봤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취임식장에 소방관을 동원해 제설작업을 시키고 의자를 정리시킨 것과는 대단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일자리 추경 현장 방문으로 서울시 용산구 용산소방서를 방문, 지난 3월 11일 주택화재 현장에서 손에 상처를 입은 김성수 소방대원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7일 오전 일자리 추경 현장 방문으로 서울시 용산구 용산소방서를 방문, 지난 3월 11일 주택화재 현장에서 손에 상처를 입은 김성수 소방대원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 연합뉴스

 22일 오전, 소방관들이 박근혜 당선인 취임식장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  지난 2013년 2월 22일 오전, 소방관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식장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는 모습. ⓒ 임수경 의원실

미국, 기준 미달에 절치부심... 한국은 소방관 1명이 구급 출동하기도

소방관이 부족한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일부 지방에서는 소방관 1명이 구급차를 타고 출동하는 경우도 있다. 효과적인 소방 서비스가 이뤄지기 힘든 조건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발표된 '제4차 미국 소방력 수요조사'(4th Needs Assessment of U.S. Fire Service)에 따르면 소방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미국조차도 소방차 1대당 4명이 타야 하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현장에서 어려움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110만 명의 소방력을 자랑하는 미국이지만 정규직 소방관 비율은 고작 30%에 불과하다. 나머지 70%에 해당하는 소방관들은 의용소방대원이거나 혹은 출동할 때마다 수당을 지급받는 유급소방대원이다. 미 연방 소방국은 5년마다 소방 수요조사를 실시해 기준에 맞는 소방력 배치를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2015년 메르스 사태 그리고 2016년 발생한 돌고래호 사고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은 매번 재난 앞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제는 대한민국 국격에 맞는 우선순위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국민의 안전을 단순히 돈의 논리로만 바라본다면 앞으로도 대한민국은 재난 앞에 무릎 꿇고 말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시 용산구 용산소방서를 방문, 지난 3월 11일 주택화재 현장에서 손에 상처를 입은 소방대원들이 사용했던 장비에 대해 최송섭 용산소방서장으로부터 설명을 들으며 대화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7일 오전 서울시 용산구 용산소방서를 방문, 지난 3월 11일 주택화재 현장에서 손에 상처를 입은 소방대원들이 사용했던 장비에 대해 최송섭 용산소방서장으로부터 설명을 들으며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아울러 '초라한 영웅'인 소방관들의 의미 없는 부상과 순직은 계속될 것이다. 그들 역시 소방관이기 이전에 대한민국이 지켜줘야 할 국민이기도 하다. 예산의 부족을 소방관의 죽음으로만 메워서는 안 된다. 

예전에 황주홍 의원이 선거에 출마하면서 던진 출사표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벼슬자리가 바로 국민'이라는 말이 나온다.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소방관을 증원하겠다는 것인데 "화재가 빈발하는 것이 아닌 만큼"이라는 전제를 달면서 공무원 증원에 반대 입장을 취했던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대한민국은 국민 안전을 어디쯤 놓을 것인지 국가 우선순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국민 안전을 지키는 소방관에게 명확한 임무를 부여하고, 그에 걸맞은 업무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 소방관 인원 부족은 그저 사명감이나 영웅이란 달콤한 말로만 해결될 문제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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