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803370.html?_fr=mt2

[단독] ‘반환 3년’ 부산 미군기지 기름·중금속 오염 방치한 정부
등록 :2017-07-19 05:01 수정 :2017-07-19 08:03

폐쇄 11년 된 미군 매각처리소 '부산DRMO'
2006년 당시 기름·중금속 오염 확인에도 이명박 정부 조사 때 '미군에 면죄부'
2015년 반환 전부터 기지 주변으로 오염 번져


부산시, 작년 정화책임자 지정 요청, 국토부 "반환 기지 정화, 국방부 책임"
국방부 "땅 활용할 국토부가 정화해야" 환경부 "반환 뒤엔 우리 소관 아니다" 
정화 비용 68억 추산… 치유 기약 없어 

부산 지하철 2호선 개금역과 동의대역 사이에는 오염된 채 방치된 미군기지 터가 있다. 동쪽으로 고속철도 차량정비단, 서쪽으로는 고층 아파트 단지 등 주거지역이 맞닿아 있는 부산진구 당감동의 2만9354㎡(8880평) 부지다. 이 기지는 폐쇄 11년째 기름과 중금속에 오염된 채 방치되고 있다. 기지 밖으로까지 오염 물질이 새어나오지만 미군은 정화 조치 없이 떠났고, 2015년에야 땅을 반환받은 우리 정부는 여태껏 부처 간에 정화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다.

이 땅이 미군기지로 쓰일 당시의 이름은 ‘부산 디아르엠오(DRMO·재활용 및 매각처리소)’다. 서울 용산기지 면적의 95분의 1에 불과한 크기지만 오염이 심해 정화 비용은 68억원으로 추산된다. 당감동 일대로 오염물질이 새어나오자 참다못한 부산시가 지난해 10월 국무조정실 등에 “정화 책임자를 지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조차 1년째 묵살당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폐쇄 11년, 반환 3년째 오염된 채 방치되어 있는 부산시 부산진구 당감동 ‘부산 디아르엠오(DRMO·재활용 및 매각처리소)’의 모습. 부지 서쪽으로 고층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사진 녹색연합 제공

부산시는 최근 <한겨레>와 한 전화 통화에서 “지난해 10월 토양과 지하수 오염이 방치되어 있는 부산 디아르엠오의 정화 책임자를 지정하는 행정명령을 내려달라고 국방부, 국토교통부, 국무조정실에 요청했지만 지금껏 아무런 답변이 없다”고 밝혔다. 이미 2013년 기지 바깥쪽에서 석유계 총 탄화수소(TPH)와 아연 등에 범벅된 토양 상태를 확인한 부산시와 부산진구는 지난해 10월5일 국무조정실장, 국토부 장관, 국방부 장관 앞으로 ‘주한미군 반환공여구역(부산 DRMO) 토양오염 조속 조치 의뢰’ 공문을 보냈지만 1년째 회신을 받지 못한 상태다.

<한겨레> 확인 결과 7월 현재까지 국토부는 “반환 기지 정화는 법적으로 국방부 책임”, 국방부는 “땅을 소유·활용할 국토부가 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부처 간 이견이 팽팽해 아직 결론이 안 났다”고 밝혔고, 환경부는 “반환이 완료된 미군기지 환경 문제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이렇게 3년이 갔고 아무도 부산시에 답해주지 않고 있다.

1973년 미군에 공여돼 재활용품 적치장, 폐품 소각장 등으로 쓰인 이 부지는 미군부대를 평택과 대구 중심으로 이전·재편하는 한-미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라 2006년 8월 폐쇄됐다. 폐쇄를 앞두고 한·미 두 나라가 실시한 환경오염조사 결과 전체 면적의 절반에서 벤젠, 톨루엔, 크실렌 등 발암물질이 포함된 기름 성분과 비소, 카드뮴, 납 등 중금속 물질을 합해 모두 13개 오염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폐쇄 11년, 반환 3년째 오염된 채 방치되어 있는 부산시 부산진구 당감동 ‘부산 디아르엠오(DRMO·재활용 및 매각처리소)’의 모습. 부지 서쪽으로 고층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사진 녹색연합 제공
2006년 4월 부산 디아르엠오(DRMO) 환경오염조사 결과 벤젠, 톨루엔 등 기름 성분과 납, 카드뮴 등 중금속 성분을 합해 13개 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했고 오염 면적은 전체의 절반에 달했다. 사진은 오염구역 분포도. 출처: 한국환경공단

미군이 모두 떠나고, 심각한 오염이 확인된 것이 2006년이었는데 8년 뒤인 2015년 3월에야 지지부진했던 반환협상이 끝나고 한국 정부로 부지 반환이 완료됐다. 한-미 환경협의 결과는 심각한 오염에도 불구하고 미군이 정화 작업 없이 철수한다는 내용이었다. 2009년 이명박 정부가 미국과 합의한 ‘공동환경평가절차’(JEAP)에 따라 2011년 새로 작성된 ‘위해성 평가 보고서’에서 디아르엠오의 오염 토양이 41㎥에 불과하다며 정화 작업이 거의 필요없다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2011년 조사는 2006년 조사에 비해 조사 기간이 짧아지고 토양 채취 지점 수와 시료 수가 모두 크게 줄었다. 그런데도 기름 및 중금속 성분 21개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토양이나 지하수의 직접 섭취, 접촉, 흡입 시 ‘인체에 미치는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해’만을 평가하는 ‘위해성 평가 보고서’는 부지가 대체로 위해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보고서 결론은 미군의 정화 책임을 면해줬다. 디아르엠오를 포함해 미군기지 반환 시 한-미 환경협상의 기준이 확립된 2009년 ‘공동환경평가절차’ 합의 이후 이러한 위해성 평가를 거쳐 미군이 반환 기지 오염 정화에 나선 적은 한번도 없다.

부산 디아르엠오 땅은 향후 한국철도시설공단의 경부고속철도 부산차량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공단은 올해 초 내부 보고서를 통해 “디아르엠오 부지의 정화 작업에만 68억원이 들고 정화 기간도 3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정화 비용이 크다 보니 부처 간에 협의가 더 안 되는 상황”이라며 “조만간 협의 자리를 다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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