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06385.html

“군간부 욕설·술집셔틀 견디던, 난 꽃보직이었다”
등록 :2017-08-10 19:12 수정 :2017-08-10 22:11

국방부 청사에 주차된 3성 장군의 관용차. 연합뉴스
국방부 청사에 주차된 3성 장군의 관용차. 연합뉴스

특수보직 출신 전역병들 만나보니
“이런 사람들이 군간부라니 자괴감”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 부부 사건 이후 공관병, 운전병, 서빙병과 같은 군대 내 특수 보직병이 여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 ‘꽃보직’, ‘꿀보직’ 등으로 불리는 이들도 간부들의 ‘사적 갑질’을 견뎌야 하는 처지임이 드러났다. <한겨레>는 서빙병과 운전병 출신 전역병을 만나 이들이 겪은 ‘갑질’의 상처를 들여다봤다. 생생한 심경 전달을 위해 독백체로 기록한다.

■ “흡연 안된다고 했더니 욕설·폭언”

나는 ‘서빙병’이었다. 2013년 말부터 1년6개월 동안 강원도 육군 부대의 한 군인 회관에서 근무했다. 주로 회관 내 식당에서 서빙병으로 일했지만, 요리하고 설거지하는 주방병, 계산을 하는 카운터병, 객실 정리를 하는 객실병, 회관 내 목욕탕을 관리하는 목욕탕병으로도 짧게 근무했다.

박찬주 사령관이 군인회관을 이용하면서 병사들에게 사적 지시를 했다고 한다. 나 역시 서빙병으로 일하면서 간부들에게 비슷한 요구를 많이 받았다. 식당에서는 안파는 홍어나 삼계탕을 간부들이 먹고 싶다고 하면 외부에서 사와야 했다. 회관 전체가 금연이지만 “금연입니다”라고 말하면 어김없이 욕설 섞인 폭언이 돌아왔다.

사람들은 서빙병이 꽃보직이라고 했다. 영내에서 생활하는 병사들에 견줘 자유롭긴 했지만, 업무 강도는 정말 높았다. 하루 일과가 보통 밤 11시~새벽 1시에 끝났고, 주 7일 근무도 허다했다. 일에 적응 못하거나 힘들 경우 겉돌다가 다시 야전으로 돌아간 병사들도 있다.

■ “‘이런 사람들이 간부라니’ 자괴감”

나는 운전병이었다. 2016년부터 지방 육군 부대에서 대령 전속 운전병으로 일했다. 일과 시간에는 주로 대령의 스케줄에 따라 이동했지만, 가장 많이 했던 일은 저녁에 간부들을 술집에 데려다주는 일이었다.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차안에서 대기했다.

운전병으로 일하면 간부들의 이야기를 다 듣게 된다. 여성 군간부에 대한 성희롱성 발언은 기본이고, 뒷좌석에 앉은 간부들끼리 성매매 업소 다녀왔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었다. 저런 사람들이 군 간부를 하고 있다니 한심했다.

사적인 지시도 비일비재했다. 대령 공관에서 파티를 한다고 운전병도 조리병과 같이 파티를 준비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알고 보니 대령이 자신의 지인들을 데려와 노는 파티였다. 이번에 박찬주 사령관과 관련된 논란을 보면서 ‘나만 그런게 아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병같은 특수 보직은 군인들 사이에서 ‘꽃보직’으로 불린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인식이 상관들의 갑질을 견뎌야 하는 굴레가 된다. 한 간부는 “다른 애들처럼 땅에서 구르고 싶냐, 그럼 너 최전방으로 보낸다”는 말을 하면서 내게 자신의 난초를 관리하게 했다. 부대 훈련에 참여하고 있는데도 본인이 테니스 치겠다고 운전병을 불러내 공 줍기를 시키는 간부도 있었다. 보직이 꽃보직이든 아니든 국방의 의무 외의 업무를 강요당할 이유는 없다.

황금비 기자, 최소연 교육연수생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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