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Tenman/report_last.aspx?CNTN_CD=A0002347905
금강 실지렁이의 외침 "썩은 강물은 4대강 부역자 책임"
[김종술 금강에 산다] 1인칭 시점으로 본 금강 실지렁이 "적폐청산 없이는 나를 몰아내기 힘들 것"
17.08.06 20:58 | 글:김종술 | 편집:김준수
▲ 금강에서 발견되는 실지렁이는 머리카락 정도의 가는 굵기와 조금 더 굵은 종까지 두 종류가 발견됩니다. ⓒ 김종술
최근 4대강 강바닥에 실지렁이가 거미줄처럼 뒤엉켜 발견돼 논란입니다. 이 글은 실지렁이를 의인화해 작성한 것입니다. -기자 말
나는 금강에 사는 실지렁입니다. 지금부터 4대강 사업과 관련한 나의 입장을 밝힙니다. 먼저, 내 소개를 간단히 하면 이렇습니다. 몸은 여느 지렁이와 똑같으나 머리칼처럼 가느다랗습니다. 사람의 눈으론 날 찾기 어렵습니다. 주로 사는 곳은 시궁창이나 하수구로 남들이 꺼리는 곳입니다. 낮보다 밤을 좋아해 사방이 어두워져야 활동을 합니다.
숨어 산 건 아닙니다. 조용히 살았습니다. 아늑한 강바닥에서 편안히 여생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금강요정'(오마이뉴스 김종술 시민기자)이 강바닥에서 날 발견했습니다. 그와 마주치는 순간, 두려움에 몸을 꿈틀거렸습니다. 그는 화들짝 놀라며, 괴성을 질렀습니다.
"왜 난 금강에 살면 안 되나요?"
http://www.ohmynews.com/NWS_Web/Tenman/report_last.aspx?CNTN_CD=A0002347905 (동영상)
▲ 지난 1일 공주보가 바라다 보이는 상류 강바닥에서 퍼 올린 펄 속에서는 실지렁이가 득시글했습니다. ⓒ 김종술
▲ 금강에서 발견되고 있는 실지렁이는 머리카락보다 조금 더 굵으며 길이가 10~15cm 정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 김종술
길길이 날뛰는 그를 진정시키고 물었습니다. 그는 금강은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솔직히 억울했습니다. 난 전문용어로 '저서생물'입니다. 물속에 사는 게 당연합니다. 나만 사는 것도 아닙니다. 내 친구 '붉은 깔따구'도 삽니다. 생김새가 비슷해 이따금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엄연히 다릅니다.
친구 이야기를 덧붙이면, 붉은 깔따구는 보통 녹색, 흰색, 황갈색으로 태어납니다. 녀석을 연구한 사람들은 수질이 오염된 지역일수록 붉은색을 띤다고 합니다. 난 몰랐습니다. 어릴 때 함께 자라다 크면, 물 밖으로 떠나니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습니다. 소문은 들었습니다. 저녁 무렵 강변에서 무리 지어 날아다니며, 짝짓기를 한다고. 하지만 난 물속에 있으니 모르는 일입니다.
나도 금강에 살 자격이 있습니다. 왜냐고요? 난 시궁창이나 하수구가 아니어도 비슷한 환경이면, 살 수 있습니다. 전문적인 표현으로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6mg/L 이상이면 됩니다. 참고로 1등급 BOD는 1mg/L 이하이고 5등급 BOD는 10mg/L 이하입니다.
"금강이 썩은 게 내 잘못인가요?"
억울한 실지렁이 "금강 썩은 게 내 탓? 4대강 부역자에 책임 물어야"
▲ 실지렁이를 잡아서 PVC 물병에 밀봉해 놓았으나 시간이 흘러도 죽지 않고 살아있는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 김종술
사람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오염된 물에 산다는 이유로 혐오의 대상이 될 수는 없습니다. 난 죄가 없습니다. 금강을 썩게 한 것이 잘못이지, 악조건에도 살아가는 게 죄인가요? 책임을 묻는다면, 금강을 망친 자들을 심판하는 게 옳습니다.
'위장전입' 의혹도 악의적입니다. 금강을 보세요. 강이 흐르지 않고 콘크리트 장벽에 가로막혀 녹조가 심각합니다. 겨울에 얼음녹조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강바닥은 오염 물질이 켜켜이 쌓여 썩으면서 시커먼 펄로 변했습니다. 수심이 깊으니 햇볕도 들어오지 않습니다. 산소가 부족해 내가 살기 딱 좋아졌습니다.
▲ 환경부 수질등급별 수생생물 수질등급 판정 기준표에 따르면 실지렁이가 서식하는 곳은 4급수로 표기해 놓았습니다. ⓒ 김종술
환경부도 인정했습니다. 내가 사는 물은 D등급(4급수)이라고. 말로만 그런 게 아닙니다. '수생태 오염지표종'이란 포스터를 만들어 전국에 배포까지 했습니다. 여길 보면, 내가 사는 물은 수돗물로 사용할 수 없고 오랫동안 접촉하면 피부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래도 '위장전입'인가요?
나는 피해자입니다. 하수구나 시궁창에 살다가 금강으로 이사했다고 뭐 대단한 특혜를 입은 것처럼 떠들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명박씨는 4대강 사업의 총체적 부실을 내게 덮어씌우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에 앞장섰던 정치인, 학자, 공무원 언론은 이제 와 발뺌하고 있습니다. 단언컨대, 이건 4대강 부역자들이 꾸며낸 중상모략입니다.
문재인 정부에 바랍니다. 이명박 4대강은 적폐 청산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4대강 부역자를 찾아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지난 6월 1일 '찔끔' 수문 개방을 지켜보며 수법이 교묘해졌을 뿐, 변한 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청문회나 국정감사가 열린다면, 기꺼이 참석하겠습니다. 끝으로 다시 한번 묻습니다.
"금강이 썩은 게 내 잘못인가요?"
▲ 금강에서 발견되는 실지렁이는 머리카락 정도의 가는 굵기와 조금 더 굵은 종까지 두 종류가 발견됩니다. ⓒ 김종술
금강 실지렁이의 외침 "썩은 강물은 4대강 부역자 책임"
[김종술 금강에 산다] 1인칭 시점으로 본 금강 실지렁이 "적폐청산 없이는 나를 몰아내기 힘들 것"
17.08.06 20:58 | 글:김종술 | 편집:김준수
▲ 금강에서 발견되는 실지렁이는 머리카락 정도의 가는 굵기와 조금 더 굵은 종까지 두 종류가 발견됩니다. ⓒ 김종술
최근 4대강 강바닥에 실지렁이가 거미줄처럼 뒤엉켜 발견돼 논란입니다. 이 글은 실지렁이를 의인화해 작성한 것입니다. -기자 말
나는 금강에 사는 실지렁입니다. 지금부터 4대강 사업과 관련한 나의 입장을 밝힙니다. 먼저, 내 소개를 간단히 하면 이렇습니다. 몸은 여느 지렁이와 똑같으나 머리칼처럼 가느다랗습니다. 사람의 눈으론 날 찾기 어렵습니다. 주로 사는 곳은 시궁창이나 하수구로 남들이 꺼리는 곳입니다. 낮보다 밤을 좋아해 사방이 어두워져야 활동을 합니다.
숨어 산 건 아닙니다. 조용히 살았습니다. 아늑한 강바닥에서 편안히 여생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금강요정'(오마이뉴스 김종술 시민기자)이 강바닥에서 날 발견했습니다. 그와 마주치는 순간, 두려움에 몸을 꿈틀거렸습니다. 그는 화들짝 놀라며, 괴성을 질렀습니다.
"왜 난 금강에 살면 안 되나요?"
http://www.ohmynews.com/NWS_Web/Tenman/report_last.aspx?CNTN_CD=A0002347905 (동영상)
▲ 지난 1일 공주보가 바라다 보이는 상류 강바닥에서 퍼 올린 펄 속에서는 실지렁이가 득시글했습니다. ⓒ 김종술
▲ 금강에서 발견되고 있는 실지렁이는 머리카락보다 조금 더 굵으며 길이가 10~15cm 정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 김종술
길길이 날뛰는 그를 진정시키고 물었습니다. 그는 금강은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솔직히 억울했습니다. 난 전문용어로 '저서생물'입니다. 물속에 사는 게 당연합니다. 나만 사는 것도 아닙니다. 내 친구 '붉은 깔따구'도 삽니다. 생김새가 비슷해 이따금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엄연히 다릅니다.
친구 이야기를 덧붙이면, 붉은 깔따구는 보통 녹색, 흰색, 황갈색으로 태어납니다. 녀석을 연구한 사람들은 수질이 오염된 지역일수록 붉은색을 띤다고 합니다. 난 몰랐습니다. 어릴 때 함께 자라다 크면, 물 밖으로 떠나니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습니다. 소문은 들었습니다. 저녁 무렵 강변에서 무리 지어 날아다니며, 짝짓기를 한다고. 하지만 난 물속에 있으니 모르는 일입니다.
나도 금강에 살 자격이 있습니다. 왜냐고요? 난 시궁창이나 하수구가 아니어도 비슷한 환경이면, 살 수 있습니다. 전문적인 표현으로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6mg/L 이상이면 됩니다. 참고로 1등급 BOD는 1mg/L 이하이고 5등급 BOD는 10mg/L 이하입니다.
"금강이 썩은 게 내 잘못인가요?"
억울한 실지렁이 "금강 썩은 게 내 탓? 4대강 부역자에 책임 물어야"
▲ 실지렁이를 잡아서 PVC 물병에 밀봉해 놓았으나 시간이 흘러도 죽지 않고 살아있는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 김종술
사람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오염된 물에 산다는 이유로 혐오의 대상이 될 수는 없습니다. 난 죄가 없습니다. 금강을 썩게 한 것이 잘못이지, 악조건에도 살아가는 게 죄인가요? 책임을 묻는다면, 금강을 망친 자들을 심판하는 게 옳습니다.
'위장전입' 의혹도 악의적입니다. 금강을 보세요. 강이 흐르지 않고 콘크리트 장벽에 가로막혀 녹조가 심각합니다. 겨울에 얼음녹조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강바닥은 오염 물질이 켜켜이 쌓여 썩으면서 시커먼 펄로 변했습니다. 수심이 깊으니 햇볕도 들어오지 않습니다. 산소가 부족해 내가 살기 딱 좋아졌습니다.
▲ 환경부 수질등급별 수생생물 수질등급 판정 기준표에 따르면 실지렁이가 서식하는 곳은 4급수로 표기해 놓았습니다. ⓒ 김종술
환경부도 인정했습니다. 내가 사는 물은 D등급(4급수)이라고. 말로만 그런 게 아닙니다. '수생태 오염지표종'이란 포스터를 만들어 전국에 배포까지 했습니다. 여길 보면, 내가 사는 물은 수돗물로 사용할 수 없고 오랫동안 접촉하면 피부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래도 '위장전입'인가요?
나는 피해자입니다. 하수구나 시궁창에 살다가 금강으로 이사했다고 뭐 대단한 특혜를 입은 것처럼 떠들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명박씨는 4대강 사업의 총체적 부실을 내게 덮어씌우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에 앞장섰던 정치인, 학자, 공무원 언론은 이제 와 발뺌하고 있습니다. 단언컨대, 이건 4대강 부역자들이 꾸며낸 중상모략입니다.
문재인 정부에 바랍니다. 이명박 4대강은 적폐 청산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4대강 부역자를 찾아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지난 6월 1일 '찔끔' 수문 개방을 지켜보며 수법이 교묘해졌을 뿐, 변한 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청문회나 국정감사가 열린다면, 기꺼이 참석하겠습니다. 끝으로 다시 한번 묻습니다.
"금강이 썩은 게 내 잘못인가요?"
▲ 금강에서 발견되는 실지렁이는 머리카락 정도의 가는 굵기와 조금 더 굵은 종까지 두 종류가 발견됩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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