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56507
'일반 공대 출신' 무시하는 청와대에 묻습니다
[주장] 박성진 후보자 임명 강행하려는 청와대, '촛불'을 배신할 겁니까?
17.09.03 18:27 l 최종 업데이트 17.09.03 18:27 l 이창희(crazyli)
▲ 창조론 논란에 이어 뉴라이트 사관 문제 등 '이념논란'이 불거진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갑자기 기사를 검색하던 손이 부르르 떨렸습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박성진 후보자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이라며 나온 기사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1일 아침 청와대 국무회의에 대한 기자단 질의응답에 대한 브리핑이었는데 아래의 답변에서 절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관련기사: '소시민론' '다양성론'으로 박성진 정면 돌파키로 한 청와대)
"후보자 본인이 어제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생활 보수'일 뿐이고, 대통령이 후보 시절 여·야,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인재를 등용하겠다는 소신을 밝힌 것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 같지 않다는 게 주된 의견이었다."
"국무 위원으로서 기본적으로 우리가 갖고 있는 상식적인 수준의 역사관을 갖고 있으면 저희도 환영하겠지만, 일반적인 공대 출신으로서 그 일에만 전념해온 분들이 사실 건국절 관련 문제를 깊이 있게 파악하지 못했을 수 있다"
'일반 공대생'은 사회와 동떨어진 존재인가?
우선, 이해를 돕기 위해, 제 소개를 간단히 하고 글을 시작하는 게 좋겠네요. 저는 1989년에 과학고등학교에 들어갔습니다. 1991년에 KAIST에 입학했고요, 2002년에 KAIST 기계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로 계속 그 분야의 회사와 연구소에서 밥벌이를 하고 있는 '일반 공대생'입니다.
일반 '소시민' 공대생의 입장에서 청와대의 저 답변은 '완벽하게 무시당하고 있다'는 느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일반 공대 출신'의 '소시민'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하는 것이 단순히 '전공 분야의 지식'일 것이라는 현 정부의 인식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 세 번의 계절을 보내며, 촛불을 들고 광장을 채웠던 '일반 공대생'으로서 청와대에 다시 묻습니다.
1. 촛불을 들고 광장을 가득 채운 '소시민'의 역사 인식이 박성진 후보자가 추종했던 뉴라이트 식민사관과 궤를 같이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의 위대한 국민 하나하나가 박성진 후보자 수준의 역사관을 갖고 살고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2. '생활 보수'라는 새로운 개념을 수용하셨는데, 저는 자신의 삶을 위해 '철학'을 바꾸는 것을 용인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받아들였습니다. 그렇다면 4대강 사업의 예비 타당성 보고서를 이용하여 거대한 국책과제에 명분을 만들어 준 국책 연구기관의 행태가 잘못되지 않았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이런 행태를 개선하지 않고 과학기술계의 혁신이 가능하다고 판단하십니까?
3. '다양성론'이라니요. 분명 민주 사회의 근간은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라는 것은 강하게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런 사회일수록 절대 허용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 아닌가요? 유럽 사회에서 '친 나치적'인 발언이 '다양성'으로 용인되던가요? 박성진씨의 동성애 혐오, 뉴라이트 역사관, 노동 운동에 대한 관점이 '다양성'으로 용인될 수 있는 부분입니까?
4. '일반 공대생'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대한민국의 경제화를 위해 가장 충실하게 사용된 도구가 '과학기술'이었으며 지금껏 정권의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방식으로 뒷받침한 집단이니, 앞으로도 '독자적인 의견'은 없이 위에서 시키는 대로 자신의 전문분야에 맞는 결과만을 내놓으면 된다는 것인가요?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서의 자각은 없이 오직 전문분야에만 갇힌 채, 사회의 문제와는 동떨어져 살아도 좋은 존재들인가요?
5. '창조과학'도 과학입니까, 아니면 신앙입니까? 중소기업 벤처부는 과학기술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분야입니다. 우리가 기대하는 미래 세대는 '과학기술의 대전환기'와 맞물려서 갈 수밖에 없고, 우리의 일자리도 좋은 직업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터도,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가 기반되어야 가능합니다. 그런 자리에 '창조과학'이라는, '일반 공대생'이라면 절대 동의할 수 없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 과연 적합하다고 판단하신 겁니까?
저는 40년이 넘는 삶을 살아오면서, 지난 세 번의 계절 동안 광장에서 만들어낸 변화만큼, 힘 있고 뿌듯하고 '희망적'인 사건을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그때의 '우리 국민들'을 생각하면 감동이 밀려옵니다. 우리는 결국 승리했고, '촛불 시민의 승리'가 지금의 정부를 만들어 낸 것 아닌가요?
새 정부가 들어서고 사회의 혁신과 불공정의 타파를 위한 문재인 정부의 수많은 인사들을 보면서, 계파를 고려하지 않고 '가장 잘 하는 사람'을 등용하는 모습에서 감동과 환희마저 느꼈습니다. 우리가 정말 위대한 국민이며 위대한 선택을 해냈구나, 하는 것이 너무도 뿌듯했습니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나 하나가, 대한민국의 국민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사랑받는 느낌이라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과학기술계의 연이은 인사 실패는 그동안의 청와대 다른 부처의 인사와는 전혀 다르게 다가옵니다. '가장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동안 잘 알았던 사람'을 선택하는 것은 아닌지 계속 의심하게 합니다. 게다가 과학기술계의 인사 실패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을 보면서, 우리가 만들어낸 정부가 우리를 배신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일반 공대생'인 소시민도 무시하지 마십시오. '촛불 정부'의 정체성과 맞지 않은 이들이 계속 '정권의 꼭두각시'로 남아 있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습니다.
'일반 공대 출신' 무시하는 청와대에 묻습니다
[주장] 박성진 후보자 임명 강행하려는 청와대, '촛불'을 배신할 겁니까?
17.09.03 18:27 l 최종 업데이트 17.09.03 18:27 l 이창희(crazyli)
▲ 창조론 논란에 이어 뉴라이트 사관 문제 등 '이념논란'이 불거진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갑자기 기사를 검색하던 손이 부르르 떨렸습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박성진 후보자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이라며 나온 기사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1일 아침 청와대 국무회의에 대한 기자단 질의응답에 대한 브리핑이었는데 아래의 답변에서 절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관련기사: '소시민론' '다양성론'으로 박성진 정면 돌파키로 한 청와대)
"후보자 본인이 어제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생활 보수'일 뿐이고, 대통령이 후보 시절 여·야,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인재를 등용하겠다는 소신을 밝힌 것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 같지 않다는 게 주된 의견이었다."
"국무 위원으로서 기본적으로 우리가 갖고 있는 상식적인 수준의 역사관을 갖고 있으면 저희도 환영하겠지만, 일반적인 공대 출신으로서 그 일에만 전념해온 분들이 사실 건국절 관련 문제를 깊이 있게 파악하지 못했을 수 있다"
'일반 공대생'은 사회와 동떨어진 존재인가?
우선, 이해를 돕기 위해, 제 소개를 간단히 하고 글을 시작하는 게 좋겠네요. 저는 1989년에 과학고등학교에 들어갔습니다. 1991년에 KAIST에 입학했고요, 2002년에 KAIST 기계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로 계속 그 분야의 회사와 연구소에서 밥벌이를 하고 있는 '일반 공대생'입니다.
일반 '소시민' 공대생의 입장에서 청와대의 저 답변은 '완벽하게 무시당하고 있다'는 느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일반 공대 출신'의 '소시민'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하는 것이 단순히 '전공 분야의 지식'일 것이라는 현 정부의 인식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 세 번의 계절을 보내며, 촛불을 들고 광장을 채웠던 '일반 공대생'으로서 청와대에 다시 묻습니다.
1. 촛불을 들고 광장을 가득 채운 '소시민'의 역사 인식이 박성진 후보자가 추종했던 뉴라이트 식민사관과 궤를 같이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의 위대한 국민 하나하나가 박성진 후보자 수준의 역사관을 갖고 살고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2. '생활 보수'라는 새로운 개념을 수용하셨는데, 저는 자신의 삶을 위해 '철학'을 바꾸는 것을 용인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받아들였습니다. 그렇다면 4대강 사업의 예비 타당성 보고서를 이용하여 거대한 국책과제에 명분을 만들어 준 국책 연구기관의 행태가 잘못되지 않았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이런 행태를 개선하지 않고 과학기술계의 혁신이 가능하다고 판단하십니까?
3. '다양성론'이라니요. 분명 민주 사회의 근간은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라는 것은 강하게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런 사회일수록 절대 허용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 아닌가요? 유럽 사회에서 '친 나치적'인 발언이 '다양성'으로 용인되던가요? 박성진씨의 동성애 혐오, 뉴라이트 역사관, 노동 운동에 대한 관점이 '다양성'으로 용인될 수 있는 부분입니까?
4. '일반 공대생'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대한민국의 경제화를 위해 가장 충실하게 사용된 도구가 '과학기술'이었으며 지금껏 정권의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방식으로 뒷받침한 집단이니, 앞으로도 '독자적인 의견'은 없이 위에서 시키는 대로 자신의 전문분야에 맞는 결과만을 내놓으면 된다는 것인가요?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서의 자각은 없이 오직 전문분야에만 갇힌 채, 사회의 문제와는 동떨어져 살아도 좋은 존재들인가요?
5. '창조과학'도 과학입니까, 아니면 신앙입니까? 중소기업 벤처부는 과학기술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분야입니다. 우리가 기대하는 미래 세대는 '과학기술의 대전환기'와 맞물려서 갈 수밖에 없고, 우리의 일자리도 좋은 직업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터도,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가 기반되어야 가능합니다. 그런 자리에 '창조과학'이라는, '일반 공대생'이라면 절대 동의할 수 없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 과연 적합하다고 판단하신 겁니까?
저는 40년이 넘는 삶을 살아오면서, 지난 세 번의 계절 동안 광장에서 만들어낸 변화만큼, 힘 있고 뿌듯하고 '희망적'인 사건을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그때의 '우리 국민들'을 생각하면 감동이 밀려옵니다. 우리는 결국 승리했고, '촛불 시민의 승리'가 지금의 정부를 만들어 낸 것 아닌가요?
새 정부가 들어서고 사회의 혁신과 불공정의 타파를 위한 문재인 정부의 수많은 인사들을 보면서, 계파를 고려하지 않고 '가장 잘 하는 사람'을 등용하는 모습에서 감동과 환희마저 느꼈습니다. 우리가 정말 위대한 국민이며 위대한 선택을 해냈구나, 하는 것이 너무도 뿌듯했습니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나 하나가, 대한민국의 국민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사랑받는 느낌이라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과학기술계의 연이은 인사 실패는 그동안의 청와대 다른 부처의 인사와는 전혀 다르게 다가옵니다. '가장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동안 잘 알았던 사람'을 선택하는 것은 아닌지 계속 의심하게 합니다. 게다가 과학기술계의 인사 실패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을 보면서, 우리가 만들어낸 정부가 우리를 배신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일반 공대생'인 소시민도 무시하지 마십시오. '촛불 정부'의 정체성과 맞지 않은 이들이 계속 '정권의 꼭두각시'로 남아 있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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