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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인줄 알았던 <아이 캔 스피크>, 박근혜 풍자 가득
[현장] 코미디에 담긴 '위안부 아픔', 그리고 감독이 두려웠다면서도 고집한 정권 풍자
이선필(thebasis3) 17.09.07 11:38 최종업데이트 17.09.07 11:38 

 6일 오후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진행된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언론시사회 후 진행된 기자단감회 사진.
▲3년 만에 나문희가 영화 <아이 캔 스피크>로 돌아왔다.ⓒ 플래닛

추석 대목을 노린 작품의 특징은? 일단 온 가족이 대상인 만큼 일단 유쾌함, 그리고 적절한 감동 또한 필요해 보인다. 그게 아니면 매우 화려한 장면들로 눈과 귀를 즐겁게 하거나.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여기에 '의외의' 진정성과 풍자 코드를 넣었다. 6일 오후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언론 시사가 열렸고, 배우 나문희와 이제훈, 그리고 연출을 맡은 김현석 감독이 참석해 영화에 대해 설명했다.

이야기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20년 넘게 시장에서 옷 수선 가게를 운영하며 구청 민원왕으로 등극한 옥분(나문희)과 구청에 새로 발령받은 주임 민재(이제훈)가 서로 티격태격 하다 마음을 여는 부분과 옥분의 과거가 드러나며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후반부로 말이다. 앞부분이 가족 코미디에 충실한 소소한 이야기라면 후반부엔 위안부 피해자와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해 분투하는 일종의 묵직한 이야기다. 

정공법과 융통성

이 작품은 2014년 CJ 문화재단 주최의 '위안부 피해자 시나리오 공모작'에 뽑힌 뒤 4년 간 기획 개발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여러 번 퇴고 끝에 < YMCA 야구단> <시라노 연애 조작단> 등을 연출한 김현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게 되며 지금의 각색 버전이 나왔다.

김현석 감독은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그냥 휴먼 코미디인 줄 알고 읽었는데 읽고 나서 뒤통수 맞은 기분이었다"며 "예전에 내가 연출했던 <스카우트>도 코미디 장르지만 광주 항쟁을 얘기했듯 이 영화 역시 정공법은 아니지만 위안부 소재를 진지하게 다룰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언론 시사회에 참석한 배우 이제훈, 나문희, 김현석 감독(왼쪽부터)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언론 시사회에 참석한 배우 이제훈, 나문희, 김현석 감독(왼쪽부터)ⓒ 플래닛

"실제로 할머님들을 뵙고, 수요집회와 나눔의 집에 가면서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피할 수 없는 메시지가 있는데 앞과 뒷부분이 따로 놀지 않게 그리는 게 중요했다. <귀향>도 전에 봤는데 위안부 소재를 정직하게 다룬 거지 않나. 이 영화가 다른 점은 위안부 문제를 잘 알지 못하고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 담겨 있다는 거다. 독도 문제와 다르게 위안부 문제는 알면 알수록 더 아파서 외면하곤 하잖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옥분의 여러 이웃은 바로 위안부 할머님들의 사연을 모르고 사는 우리들 모습이라 생각하고 묘사했다." (김현석 감독)

더욱이 영화엔 신임 구청장을 두고 (여당에서 야당으로) 당적을 바꿔 출마해 당선됐다고 묘사하고, 집무실을 비운 채 골프를 치는 것을 지적받자 "내가 있는 곳이 곧 집무실"이라 일갈하는 묘사 등 풍자 코드가 일부 담겨 있다. 이에 대해 김현석 감독은 "원래 시나리오에 없던 거고 제가 각색할 때 넣은 게 맞다"고 설명했다.

"각색 작업을 하던 중에 그 사건이 있었다. 중요한 때 자리를 비우신 분(세월호 참사 때 박근혜)이 있었잖나. 그런 부분을 넣은 게 맞다. 또 후반부에서 위안부에 대해 증언하는 장면은 생존해 계시거나 돌아가신 할머님들의 실제 발언들을 다 모아서 옥분이라는 캐릭터가 말하도록 한 거다." (김현석 감독)

 영화 <아이 캔 스피크> 관련 사진.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한 장면. 민재(이제훈)와 그의 동생 영재(성유빈), 그리고 옥분(나문희)은 모두 가족이 부재한 인물들. 그만큼 외로움이 강하게 느껴진다.ⓒ 명필름

캐릭터 소화

<수상한 그녀> 이후 3년 만에 영화로 복귀한 나문희는 긴 영어 대사를 소화하고 위안부 피해자 연기를 하는 등 여러 면에서 과제가 많았다.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아이 캔 스피크'라 외치는 모습에 해방감이 느껴졌다"며 "나 역시 자신감 없고, 소심할 때가 많은데 이 영화로 나부터 치료받자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문희는 "위안부 피해자 분들의 고통을 어찌 감히 상상할 수 있을까. 이 영화로 한 몫을 기여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당시 각오도 전했다. 

이재훈 역시 "작품을 택할 때 배우로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지를 생각하게 되는데 이 영화도 마찬가지였다"며 "배우로서 영화와 관객 사이 작은 매개가 될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고, 누가 되지 않는다면 따뜻함과 행복을 드릴 수 있는 작품을 많이 하고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공무원 역할을 준비하면서 처음 부분엔 옥분에게 만만치 않은 인물임을 표현하려 했고, 이후 어떤 계기로 서로 가까워지면서는 융화된다는 마음으로 했다. 나문희 선생님과 연기할 땐 어떤 계획이 필요하지 않더라.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듣고 리액션 하는 것만으로도 느껴지는 게 많더라. 영화에 선생님의 노고가 묻어나오니까 제가 같이 찍었음에도 감동을 느꼈다." (이제훈)


▲배우 이제훈은 "나문희 선생님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기자간담회에서 고백했다.ⓒ 플래닛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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